지난 수요일 7월 17일은 제헌절이었습니다.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4대 국경일이었으며, 2006년 국경일로 격상(?)된 한글날보다도 오히려 먼저 국경일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글날을 포함한 5대 국경일 가운데 유일하게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이 제헌절입니다. 지난 2007년인가 2008년부터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제헌절이 국경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국경일(國慶日)이란 글자 그대로 나라가 기념하여 경축하는 날입니다. 단순히 노는 날, 쉬는 날이 아닙니다. 그런데 공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국경일을 공휴일에서 뺀다는 것은 요즈음 흔히들 이야기하는 국격(國格)에도 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휴일이 너무 많다면 차라리 추석이나 구정 연휴 3일 가운데 하루를 줄이던가, 석가탄일이나 크리스마스 등과 같은 종교적인 기념일을 법정공휴일에서 빼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제도와 규칙의 근간이 되는 헌법을 제정한 날이 좀 더 소중하게 기억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기회에 현재 우리나라의 공휴일을 살펴보면, 법정공휴일은 모두 15일입니다.
공휴일 |
날짜 |
신정 |
1월 1일 |
설날 (구정) |
음력 1월 1일부터 3일간 |
삼일절 |
3월 1일 |
어린이날 |
5월 5일 |
석가탄일 |
음력 4월 8일 |
현충일 |
6월 6일 |
광복절 |
8월 15일 |
추석 |
음력 8월 15일부터 3일간 |
개천절 |
10월 3일 |
한글날 |
10월 9일 |
성탄절 |
12월 25일 |
한편 미국의 공휴일을 살펴보면 1년에 10일입니다.
공휴일 |
날짜 |
New Year's Day |
1월 1일 |
Martin Luther King, Jr.’s Day |
1월 3째 월요일 |
Presidents' Day (Washington’s birthday) |
2월 셋째 월요일 |
Memorial Day |
5월 마지막 월요일 |
Independence Day |
7월 4일 |
Labor Day |
9월 첫째 월요일 |
Columbus Day |
10월 둘째 월요일 |
Veterans Day |
11월 11일 |
Thanksgiving Day |
11월 4째 목요일 |
Christmas |
12월 25일 |
2013년에는 공휴일이 토요일, 일요일과 겹쳐지는 날을 제외한 우리나라 공휴일은 12일 입니다. 설날 연휴 첫째 날인 2월 9일이 토요일, 둘째 날 2월 10일이 일요일이고 5월 5일 어린이날이 일요일이어서 실제 공휴일 숫자가 그 만큼 줄어 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3월 1일은 금요일이었고, 석가탄일인 5월 17일이 금요일이어서 주말 3일 연휴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추석은 9월 18, 19, 20일이 3일 연휴입니다. 그런데 이 날들이 수, 목, 금요일이어서 주말까지 이어서 5일간의 연휴가 됩니다. 직장인들이 새해가 되면 달력을 펴 들고 그 해의 공휴일 가운데 연휴가 이어지는 날이 있는지부터 살피곤 합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공휴일 연휴가 가능한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미국의 공휴일은 XX월의 X 번째 월요일로 정해진 공휴일이 5 개가 있습니다. 따라서 매년 5번의 확실한 주말 3일 연휴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이를 영어로는 long weekend 라고 합니다. 그 밖에 1월 1일, 7월 4일, 11월 11일, 12월 25일과 같이 날짜로 지정된 공휴일이 4일이고, 11월 4째 목요일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미국 공휴일의 특징은 각 주(州)별로 또 산업별로 공휴일 스케줄을 달리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증권업의 공휴일로 증권업 공휴일 스케줄은 위의 표와는 조금 다릅니다. 증권 시장은 성금요일(聖金曜日, Good Friday, *주: 부활절 직전의 금요일)에는 문을 닫습니다. 이 날은 공식적인 미국의 공휴일은 아니나 증권업계를 위시한 일부 산업에서는 공휴일로 정하여 업무를 보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공휴일 가운데 컬럼버스 데이(Columbus Day, 10월 둘 째 월요일)와 베테란스 데이 (Veterans Day, 11월 11일, *주: 재향군인의 날)는 증권시장의 문을 열고 영업을 합니다. 이 두 날은 증권업계의 공휴일이 아닙니다. 그 반면 미국의 은행들은 위의 표에 있는 10 개의 공휴일에 모두 문을 닫습니다. 은행들은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Federal Reserve Board, FED, *주: 미국의 중앙은행)가 정한 공휴일 스케줄을 따릅니다. 그 반면 증권회사들은 SEC(Securities Exchange Commission, 증권거래위원회)의 공휴일 스케줄을 따릅니다.
아마도 이런 것이 자율(自律)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스로 알아서 규칙을 정하는 것- 공휴일도 정부에서 정한 것을 그대로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필요에 따라 더할 수도 또 뺄 수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최근 일요일, 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은행 점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천공항에 있는 은행, 환전소는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시간이면 어김 없이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상을 하지 못할 상황입니다. 제가 처음 은행에서 일하기 시작할 무렵- 지금부터 35년쯤 전에는 전국의 은행원들 출퇴근 시간이 은행협회와 한국은행의 규정에 의하여 정해져 있었습니다. 은행 개점 시간은 아침 9시 30분, 폐점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고, 출근 시간은 개점 30분 전, 퇴근은 폐점과 동시에 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조가 준법투쟁을 할 때에는 오후 4시 30분에 은행 문을 닫자마자 마감도 하지 않고 창구 직원이 퇴근을 하였습니다. 그러면 간부급 사원들- 대리, 과장, 차장 등이 남아서 마감 업무를 대신하여야 했습니다. 전국의 모든 은행 점포들이 각 점포가 처해져 있는 상황에 관계 없이 모두 일률적인 출퇴근 시간과 근무 시간이 정해진다면 이는 전혀 자율적이지 못해 보입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은행 영업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포의 문을 열고 영업을 합니다. 이 시간에는 타행으로 이체하거나, 외환 거래를 포함한 모든 거래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일단 4시에 점포 문을 닫으면 그 다음에는 ATM이나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영업시간 이후- 즉 오후 4시 이후에 일어나는 거래에 대하여 거래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궁금해 합니다. 예를 들어 이자 지급 만기일이 7월 18일인데 오후 4시가 넘어서 인터넷 뱅킹으로 이자를 납부하였다면 이자가 연체가 되었는지 아니면 제 날짜에 낸 것으로 처리되는지 궁금해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 경우에는 대부분 제 날짜에 지급한 것으로 처리되어 연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타행 이체의 경우에는 조금 경우가 복잡하지만 일반적인 은행 거래에서 거래가 발생한 날짜의 인식은 컴퓨터 시스템을 마감하는 EOD (End of Day) 프로세스를 기준으로 합니다. (흔히들 ‘EOD 를 돌린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예를 들어 7월 18일 EOD 이전에 거래된 것은 7월 18일 거래로 인식하고, 7월 18일 EOD 이후의 거래는 7월 19일 거래로 인식합니다. 그러면 EOD는 몇 시에 진행될까요? 은행의 컴퓨터 시스템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대부분 밤 10시 이후에 EOD를 돌린다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밤 11시, 혹은 밤 12시에 EOD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주 늦은 시간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거래는 거래 당일에 인식됩니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기만 하는 세상에서 살아 남으려면 금융기관들도 틀에 얽매이기 보다는 자율적으로 생존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은행 점포의 문을 열고 닫는 것도 법정 공휴일에 얽매이지 말아야 하고, EOD를 몇 시에 돌릴 것인가를 정하는 것도 고객에게 불편이 없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쉬지 않는 국경일 제헌절을 지내면서 사무실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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