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국부 펀드- 2014. 1. 3.

jaykim1953 2014. 1. 2. 23:39

 

여기는 미국, 캘리포니아입니다. 지금 이 곳 시각은 2014 1 2일 새벽 6, 서울 시간으로는 같은 날 저녁 11시입니다.

저는 2014 1 1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이 곳 LA를 향하여 왔습니다. LA 남쪽에 있는대너 포인트 (Dana Point)이라는 곳에 작은 콘도를 한 달간 빌렸습니다.

제가 캘리포니아에 온 이유는 저와 함께 살고 있는 두 돌을 갓 지난 제 첫 손자와 제 집사람이 몇 달째 서로 감기를 주고 받으며 영 낫지 않아서입니다. 날씨가 따뜻한 곳에 와 있으면 감기가 나을 듯 하여서입니다. 제 손자와 제 집사람은 감기로 너무 오랫동안 시달렸습니다. 제 손자는 어린이 집에서, 교회에서, 그리고 저희 집 사람과 감기를 주고 받으며, 조금 나을 만 하면 다시 걸리기를 여러 달째 하고 있습니다.

제 손자가 감기를 달고 있는 것을 보며 문득 우리 나라의 국영기업, 공공 금융기관의 경영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기관은 한국투자공사 (KIC; Korea Investment Corporation)입니다.

한국투자공사는 세계 각국의 국부 펀드를 벤치 마크하여 2005년 자본금 1천억원으로 설립하였습니다. 2006년 한국은행으로부터 10억 달러의 자산을 위임 받아 운용하기 시작하였으며, 2013년 현재 약 6백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투자공사가 투자하는 대상은 약 50여개 국가의 시장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각 시장의 전문가를 동원하여 철저한 투자 분석과 리스크 관리를 필요로 하는 곳입니다.

이 회사의 최고 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인 사장은;

한국투자공사법 제18조의규정에 의한 사장 추천 위원회의 추천과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기획재정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 사장은 공사를 대표하고 그 업무를 통할하며, 이사회를 소집하고 그 의장이 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임기는 3년이며, 지난 2013 12월 초 제 5대 사장이 새로이 취임하였습니다. (관련 소식: kic홍보_2013.12.6) 이와 때를 같이하여 금융관련 언론에는 또 다시 모피아 (과거 재무부를 뜻하는 MOF- 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의 합성어)에 관한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관련 기사: 2013.12.13. 비즈니스워치_ 모피아)

그 동안 사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투자 전략을 앞세우며 수익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여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 전략 수립은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3년의 임기 동안 별 문제 없이 평균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 동안 정부 관련 기관의 수장으로 전직 관료가 임명되는 관행에 대하여 소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있어 왔습니다. 한편으로는 관료 출신의 관련 분야 전문성을 내세우며 이를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금융 관련부서 출신이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거듭난 사례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코리안리(구 재보험공사)의 사장을 역임하였던 박종원 사장과 같은 분입니다. 박종원 사장은 IMF 위기 속에서 한국재보험공사에 취임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의 코리안리를 있게 한 분입니다. 그 분이 떠나고 난 후에 오히려 그 분과 같은 전문 경영인이 아쉽다는 기사가 나온다는 것은 그 분이 단순히 관료 출신이 아니라 진정한 전문 경영인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einfomax_2013.12.11. 코리안리)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수도 없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경우는 불과 한 두 건입니다. 코리안리의 박종원 사장과 같은 분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종원 사장이 더욱 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박종원 사장 때문에 낙하산 인사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이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료들이 흔히 하는 말로 정권(政權)은 유한(有限)하고 모피아는 무한(無限)하다고 합니다. 정권이 들어서고 사정의 칼 바람이 불어도 정권의 임기는 5년으로 못 박혀 있고 퇴직 관료들에 대한 후배 관료들의 예우는 정권과 관계 없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일부 특수한 전문 분야- 예를 들면 외교, 국방 등과 같은 경우에는 관련 연구 기관이나 정부 기관에 전직 관료가 수장을 맡는 것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경영은 관료의 몫이 아닙니다. 관료들의 정책 입안이나, 행정, 법률 관련 업무는 경영과는 전혀 별개의 일입니다.

금융기관의 경영은 철저히 손익과 관련된 전문 경영 분야입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것과는 전혀 동떨어진 분야입니다. 정책 수립의 전문가가 금융기관 경영의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는 신임 관료 출신 사장이 관료 출신이 아닌 전임 사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서슴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hankyung_2013.12.08_한경_KIC) 새로이 취임한 사장이 새로운 포부와 새로운 각오로 잘해 보려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이를 위하여 과거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이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지난 일에 대한 반성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제 손자가 제 집사람과 감기를 주고 받듯이 전임 사장과 신임 사장이 과거에 대한 비판과 수정, 보완을 하고 그 다음 또 새로운 사장이 이러한 일을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사장이 바뀔 때마다 지나간 것을 뒤집고 새로운 계획으로 전체를 도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것에 매달리게 되면 주변 사람과 감기를 주고 받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감기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체질을 만들 수 있게 되기 바랍니다. 3년 임기 동안에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것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보다 큰 그림을 보고 긴 안목으로 장기 투자 계획을 수립하여 건실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국부 펀드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마음은 비단 저만의 바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진정한 금융기관의 전문 경영인이 총대를 메고 이끌어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새로운 사장이 취임하였으니 우리나라의 국부 펀드도 새로운 마음으로 좋은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경쟁력 있는 수익률,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가 이루어지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