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현혹- 2014. 4. 11.

jaykim1953 2014. 4. 11. 09:06

 

제가 사는 아파트의 바로 앞에는 꽤 잘 알려진 김밥 집이 있습니다. 저도 아주 가끔은 이 집에 가서 김밥을 사곤 합니다. 이 집에 들어서면 거의 항상 김밥을 사려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집 앞에는 커다란 글씨로 월간 XX가 선정한 최고의 김밥이라는 선전 문구와 함께 최고급재료 사용, 남은 음식은 그날 버린다라는 당시의 기사 내용을 스크랩한 사진을 확대하여 붙여 놓았습니다.

이 집이 자랑하는 월간지의 기사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1997 12월호에 실린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기사는 당시에 이미 장사가 잘 되는 곳으로 알려진 이 김밥 집 주인- 여사장과 인터뷰를 한 기사입니다. ‘최고급재료 사용, 남은 음식은 그날 버린다라는 내용의 기사는 기자가 작성한 것이 아니고 인터뷰 중에 여사장이 한 이야기입니다. 이를 마치 월간지가 객관적인 사실로 보도한 양 착각하기 쉽게 가게 앞에 써 놓았습니다.

이 집의 김밥은 무척 비쌉니다.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스럽게 만든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이 집은 장사가 잘 됩니다. 신기할 정도로 잘 됩니다. 아마도 김밥이 그만큼 맛이 있는 모양입니다. 제 입에는 이 집 김밥이 짜게 느껴지는데 아마 다른 사람들 입에는 김밥이 그렇게 짜야만 맛 있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이 김밥 집이 장사가 잘 되는 데에 월간 XX가 선정한 최고의 김밥이라는 문구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집 문 앞에 걸려 있는 선전 문구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야기한 것은 아닙니다. 이 집의 경우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선전 문구가 그렇듯이 광고 문구란 손님을 현혹하기 위하여 사실과 조금 다르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김밥 집에서 사용한 선전 문구를 가지고 문제 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것이 만약 금융상품을 선전하는 데에서 이와 같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고객을 현혹하면 문제가 커집니다. 공식적인 선전이나 광고에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사용하지 않겠지만 손님과 1 1로 대면하여 이야기할 때에는 간혹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경우에 기록으로 남지 않기에 말한 내용을 뒤에 번복하기도 합니다.

금융, 투자와 관련하여 제게 이런저런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중에 한 분이 제게 물어온 내용입니다.

‘G20 펀드를 사라고 하는데 사도 괜찮겠는지를 제게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대답을 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 펀드가 선진국에 투자되는 것을 기대하고 사는 것입니까?’

대답은 였습니다.

다시 질문하였습니다.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 투자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답은 안 되죠, 선진국이라면 몰라도…’

그래서 제가 알려 드렸습니다.

인도네시아는 G20 국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재 이머징 마켓(신흥국 시장) 가운데에서 인도네시아가 상당히 주목 받고 있습니다. G20 펀드라면 인도네시아에도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네시아는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G20 국가 가운데 이머징 컨트리 그룹(emerging country group, 신흥국가집단)에 속합니다. 그런데 일부 증권회사에서는 ‘G20 펀드를 판매하면서 마치 이 펀드가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인양 창구 직원들이 소개하였습니다.

G5 혹은 G7 등은 분명 선진국 그룹입니다. 그러나 G20은 다릅니다. G20 그룹은 선진국과 신흥국이 섞여 있는 그룹입니다. 그런데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G20이 마치 선진국 그룹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착각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명한 설명이 있었어야 합니다.

흔히 하는 농담 가운데 한 나라에 집중하여 연구하고 투자해도 수익을 내기 힘든데 여러 나라를 분석하여 검토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 투자하려면 각 나라마다 전문가를 두고 그 들이 분석한 내용을 다시 비교 검토하여야 합니다. 전문 인력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필요하고 비용도 더 많이 들게 됩니다. G20 펀드와 같이 여러 나라에 투자하는 펀드를 매입할 때에는 펀드 매니저들의 전문성과 비용, 성과 등을 꼼꼼히 살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 한 번은 어떤 분께서 제게 상담을 하시며 증권회사 직원이 AAA NPL을 사라고 권하는데 사도 좋을지를 물었습니다.

저는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AAA 등급만 살 수 있다고 합니까 아니면 다른 것과 함께 사라고 합니까?’

그 분의 대답은 주식형과 함께 섞어서 사라고 합니다.’ 였습니다

이 경우도 NPL을 판매하는 세일즈 맨이 사실과 조금 다른 정보를 제공한 것입니다.

NPL Non-performing Loan의 약자로 원리금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채권입니다. 이들을 묶어서 관리회사가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확보해 나가면서 원리금이 상환되는 대로 NPL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형태의 파생상품입니다. NPL은 등급(트랑쉐, Tranche)이 있어서 가장 먼저 최우선 변제가 이루어지는 등급을 AAA 등급이라고 하고, 그 다음 AA, A 순으로 이어지다가 맨 마지막에 가장 후순위로 원리금을 배정 받게 되는 등급을 에퀴티(equity, *; 지분과 같은 성격으로 투자 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투자자의 몫을 이르는 말)라고 부릅니다. 에퀴티 등급의 투자자는 원리금 지급의 순위에서는 가장 후순위에 속하나, 만약 관리회사가 성공적으로 채권 확보를 많이 하게 되면 그에 따른 수혜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NPL의 세일즈 맨은 이러한 NPL의 구조를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NPL상품의 에퀴티는 일반 주식(equity)과는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의 설명을 들은 투자자는 몹시 망설여진다는 듯이 그럼 NPL의 에퀴티는 일반 주식과는 많이 다른 것이군요?’라고 되물었습니다.

흔히 AAA 등급 NPL을 판매하면서 에퀴티 등급의 NPL을 끼워 팔게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에퀴티 등급의 NPL은 판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에퀴티 등급의 NPL에 대하여 관리를 하고 유통시장에서 거래할 만한 물량의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그런 능력이 부족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NPL투자, 그 중에서도 에퀴티 등급에의 투자는 기관투자자들이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NPL의 에퀴티 등급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사실을 이야기하더라도 조금 다르게, 또는 일부 정보를 빠트리고 제공하게 되면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가 있습니다. 금융, 투자 시장에서의 정보는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부정확한 정보에 현혹되어 잘못된 방향, 잘못된 의사결정에 빠지는 일이 없게 되기를 바랍니다. 현혹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 보면, ‘정신을 빼앗겨 하여야 할 바를 잊어버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할 바를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보다 정확한 정보와 이해로 투자자를 현혹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가 건전한 투자환경, 건강한 금융시장으로 발전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