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세월호- 2014. 4. 18.

jaykim1953 2014. 4. 18. 08:13

그제 16 수요일에는 하루 종일 세월호이야기가 장안을 덮었습니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페리선인 세월호 좌초하여 침몰하였고 배에 타고 있던 많은 승객들이 희생되었다는 안타까운 뉴스입니다. 더군다나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생들의 희생이 컸다는 소식은 매우 가슴 아픕니다.

그런데 세월호와 관련된 뉴스 가운데 시민들의 분노를 들끓게 하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배를 책임지고 끝까지 남아 승객 구출에 앞장 것으로 기대되었던 선장이 승객과 배를 버리고 제일 먼저 탈출하였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세월호선장_1호탈출)

그런가 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다가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하며 숨진 여승무원도 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안내방송여직원_숨진승무원)

안내방송을 맡은 말단 여승무원만도 못한 사람이 선장이랍시고 배를 책임지고 있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상황입니다.

세월호의 사고와 관련된 소식은 지난 이틀 동안 신문, 라디오, TV 통하여 상세히 보도되었으니 저까지 나서서 사고 이야기를 다시 자세히 전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사고를 보면서, 특히나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끝까지 남아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다가 숨진 여승무원을 대비해 보면서 예전에 있었던 금융사고들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태를 보았다는 기시감(旣視感; 데자부, déjà vu) 느끼게 됩니다.

지난 2011 봄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당시에 국내 여러 저축은행들이 부실로 몰려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고 저축은행에 예금을 하였던 예금주들의 예금 인출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를 받는 예금 금액은 원리금 합계 5천만 원까지이고 5천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서는 저축은행의 자산을 처분하여 회수되는 금액으로 예금주들에게 나누어 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축은행의 자산이 부실화되어 있던 상태이므로 저축은행의 자산을 처분하여도 예금주들에게 예금 원리금을 지급할 만한 금액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이에 많은 저축은행 예금주들이 저축은행으로 몰려가 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은 이러한 예금주들의 거친 항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저축은행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날도 불투명하지만 당장 앞에서 울부짖는 예금주들을 진정시켜야만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이 없는 뉴스가 터져 나왔습니다. 저축은행의 고위층과 그들과 가까운 일부 고액 예금주들은 영업정지 명령을 받기 불과 며칠 , 또는 시간 전에 자신들의 예금을 모두 인출하여 갔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2011/04/25_영업정지직전예금인출)

기사 내용을 보면;

지난 2 17 영업정지 부산과 대전저축은행에서는 전날 영업 마감 이후 873, 242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이틀 영업정지 부산2, 중앙부산, 전주, 보해저축은행에서도 전날 영업 마감 이후 2403, 814억원이 인출됐다. 이는 평소보다 3 이상 많은 규모다.” 라고 합니다.

위의 기사를 보면 되짚어 보아야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은행 업무가 마감된 이후에는 예금 인출은 되지 않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출을 허용합니다. 예를 들어 당일 인출이 예정 되어 있었으나 행정 처리, 인허가 관련 업무의 지연으로 마감시간이 지나서 인출하게 되는 경우. 또는 교통상황이 여의치 않아 업무 마감 시간에 임박하여서 도착하거나, 또는 업무 마감 시간이 지나서 도착하는 경우 고객의 편의를 위하여 마감 시간 인출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영업정지 하루 전날 평소보다 3 이상의 금액이 마감 시간 후에 인출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직원의 친인척 구좌에서는 본인의 인출의사 확인도 없이 직원들이 임의로 예금을 인출하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당시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당 저축은행들은 정치권 인사를 동원하여 영업 정지를 피하려고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였고, 뇌물을 주고 받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2011/06/15부산저축은_소프트랜딩) 저축은행의 최고경영진은 자신의 저축은행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고 영업정지를 당할 위기에 처하였음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입니다. 심지어는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져 금융감독 기관의 직원이 저축은행에 파견되고, 다음 날부터 영업이 정지될 것을 알게 상황에서도 예금을 인출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침몰하는 배에서 제일 먼저 배를 버리고 떠난 선장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 흔히들 도덕적 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것은 도덕적 해이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자신을 의지하는 승객들을 위험 속에 방치한 중대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자신의 목숨이 중요하겠지만 자신만을 바라보고 의지하는 많은 승객의 목숨도 중요합니다. 선장에게 주어진 사명 가운데 하나는 승객의 생명을 책임지고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에게 주어진 사명을 도외시하는 것은 엄히 벌해야 범죄입니다. 승객의 안전을 위하여 침몰하는 배에 끝까지 남아 있다가 목숨을 잃은 여직원을 본받아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금융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경영자들은 금융기관을 신뢰하고 돈을 맡긴 고객을 위하여 신의와 성실(信義와 誠實, integrity)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하여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여야 합니다. 자신과 가까운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다른 고객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을 하였다면 것은 더욱 커다란 범죄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선진사회(先進社會)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누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소득에 어울리는 선진사회의 반열에 올라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제대로 인식하고 주어진 책임을 완수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도 금융소비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사회적 책임과 기대치에 부합하는 금융기관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이번 세월호의 사고로 인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다시는,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