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적재적소- 2015. 3. 13.

jaykim1953 2015. 3. 13. 10:27

지금부터 7 제가 자그마한 국내 벤처 회사 고객을 위하여 일할 때였습니다. 회사의 CEO (Chief Executive Officer) 자신을 도와 투자자들에게 IR(Investor Relations: 투자자 설명 관계 유지) 담당할 CFO (Chief Financial Officer, 재무담당최고책임자) 뽑으려고 하였습니다. CFO 지원자들을 면접하여 적임자를 뽑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제게 하였습니다. 지원자는 4 명이었으며 회사 임원의 소개, 대주주의 친척, CEO 친구와 동료의 소개를 배경으로 지원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당시의 지원자 가운데에서는 제가 적임자를 찾지 못하여 누구도 추천할 수가 없었습니다. 벤처의 CEO 매우 낙담하였으나 저는 다음 기회에 다시 공모를 하도록 조언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때에 제가 어느 누구도 CFO 추천할 없었던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면접을 진행하면서 받은 느낌은 지원한 회사가 작은 벤처회사이어서 조금은 안일하게 생각하여서인지 지원자들이 한결 같이 (1) 자신을 추천한 사람의 영향력을 과신하고 있었으며, (2) CFO 역할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하였습니다.

저는 모든 지원자들에게 가지 공통된 질문을 하였습니다. 가운데 하나가 ‘EBITDA’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EBITDA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머리 글자를 것으로 직역하면 이자, 세금, 감가상각, 감모상각 이전의 수익입니다. , 현금 지출이 없는 비용과 금융비용, 법인세 등을 지불하기 전의 순수 영업 이익을 말하는 것입니다. 숫자는 해당 회사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데에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현금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가장 기초적인 정보로서 투자자 설명회(IR)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지원자 가운데 3 사람은 EBITDA 무엇인지 전혀 설명하지 못하였고, 나머지 사람도 영어로 어떤 단어들의 약자인지는 이야기할 있었으나 말이 어떤 중요성을 가진 어떤 개념의 용어인지에 대하여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CFO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서는 회계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회계는 기업의 상황을 금전 단위를 이용하여 표시하는 매우 중요한 정보의 제공 수단입니다. 따라서 CFO 회계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회사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회계와 관련된 질문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손익을 인식하는 방법론에서 포괄주의 당기업적주의 차이에 대하여 질문하였습니다. 가지 개념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하면; 포괄주의란 해당 회계기간의 정상적인 영업활동뿐 아니라 예외적인 거래나 과거의 영업활동으로부터 비롯된 손익을 모두 포함하여 해당 회계기간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당기업적주의는 해당 회계기간의 정상적인 영업활동 결과만을 손익으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회계기준은 당기업적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나 제한적으로 포괄주의적인 개념도 일부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업회계에서 포괄주의와 당기업적주의에 대한 개념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입각하여 기간별 손익을 인식하는 데에는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당시 CFO 면접에서 4 사람의 지원자들 대부분은 포괄주의또는 당기업적주의라는 용어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였습니다.

밖에도 가지 질문을 하였고, 개인의 이력에 따라 조금씩 다른 질문도 하였습니다. 모든 면접을 마치고 제가 받은 느낌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지원자 가운데에는 증권회사에서 세일즈를 하고 있던 사람도 있었고, 은행에서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였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머지 사람도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꿈은 비록 소규모 기업이라 할지라도 CFO 일해 보고 싶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꿈을 이루려는 준비는 되어 있지 않고 그저 꿈을 위한 꿈을 꾸는 것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CFO 단순히 IR 담당자로서 투자자들 앞에서 멋있게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IR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초적인 회계부터 투자자가 필요로 하는 최고 수준의 정보를 만들어내기까지 전반적인 재무와 회계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기업 정보에 대한 해석과 대응 방안을 CEO에게 제시할 있어야 합니다.

이와는 조금 다른 사례를 하나 소개합니다.

10년여 보험회사인 E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보험회사의 주요 기능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험 상품의 설계 판매 → 계약 인수(underwriting) → 보험료 징수 → 계약 유지 및 관리 → 계약자의 보험금 청구(claim) → 검사(inspection) → 보험금 지급

위의 각 기능 가운데 판매를 제외한 전 기능을 담당하는 최고책임자는 COO (Chief Operations Officer)입니다. COO는 대체로 보험 계리사(actuary)자격을 가진 사람이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판매를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는 CMO (Chief Marketing Officer)이고, 마지막으로 징수한 보험료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CFO (Chief Financial Officer)가 있습니다. 보험회사의 주요 기능은 이와 같은 세 사람의 최고 책임자- COO, CMO, CFO 가 담당합니다. 그 밖의 여타 기능- 총무, 법무, 인사, 지원업무 등-은 세 사람 최고책임자가 나누어 맡을 수도 있고 또는 이러한 기능들을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예를 들면 CAO; Chief Administration Officer)를 따로 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회사의 기본적인 사업모델은 COO, CMO, CFO의 세 기능에 의하여 움직여지게 됩니다. 이 가운데 COO는 이미 이야기하였듯이 보험계리인 자격증 소지자가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CMO는 마케팅 능력이 있고 판매 조직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CFO는 회계, 재무, 투자, 자산운용의 전문가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E사에서 외부인사를 영입하여 구조조정을 계획하면서 일대 혁신이 일어났습니다. 대주주인 회장의 총애를 받아 영입된 젊은 보험계리인이 자신을 CFO자리에 앉혀 줄 것을 요구하며 자산운용, 회계, 재무 분야뿐 아니라 COO의 업무 분야를 포함한 회사 안의 거의 모든 조직을 자신의 휘하에 두려고 하였습니다. 최고책임자를 COO, CMO, CFO의 세 사람으로 나누는 이유는 각 분야 업무의 성격과 전문성이 다르므로 적임자가 해당 분야를 책임지고 관리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 보험계리인은 마치 CEO라도 된 듯이 회사의 거의 모든 분야를 자기 자신이 관리, 감독하려 하였습니다. 이 젊은 보험계리인을 높이 신망하던 대주주 회장은 그가 원하는 안() 대로 구조조정을 실행하였습니다.

E사의 구조조정이 있고 약 2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다음 국내 채권 시장에서 일부 대기업들의 회사채에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E사가 보유한 회사채의 발행사에서도 채무조정, 법정관리 등의 사태가 발생하였고, E사의 자산운용에도 적지 않은 금액의 손실이 발생하였습니다. 자산운용을 책임져야 할 CFO는 의욕에 앞선 보험계리인이었을 뿐 자산운용에 관한 전문가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였고 사태해결에 대한 대책 마련은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그는 결국 CFO 자리를 내어 놓고 E사를 떠나야만 하였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주요 보직에도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2015.3.11_정피아에 멍드는 금융권)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 정치적인 역학관계와 출세욕으로 인하여 조직원간에 경쟁이 발생하기도 하고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필요한 곳에 적절한 인재를 배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에는 밖에서 정치색이 강한 정피아(정치권+마피아) 출신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비단 금융기관뿐 아니라 모든 기업, 조직에서 적절한 인적자원이 적절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적자원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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