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투명한 정보공개- 2015. 6. 26.

jaykim1953 2015. 6. 29. 07:47

저는 엊그제 화요일 아침 서울을 출발하여 지금은 싱가폴에 머물고 있습니다. 모처럼 여러 해 만에 찾아온 싱가폴은 제게는 남다른 푸근함을 주는 곳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4년 전인 1981 7월 제가 이 곳 싱가폴로 OJT (On-the-Job Training) 연수를 왔던 곳입니다. 제게는 첫 해외 여행지였고, 이 곳에서 3개월 남짓 가족들과 함께 머무르면서 친구도 많이 사귀고 여러 모로 상당히 친숙하여진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싱가폴은 마치 제2의 고향이라도 되는 듯이 올 때마다 푸근함을 느끼는 곳입니다.

이 곳에 와 있는 동안 그제- 수요일에 이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또 하나의 제2– 2가 아니라면 제 3– 의 고향과도 같은 미국 뉴욕의 FAPC (Fifth Avenue Presbyterian Church) 교회에서 온 메일입니다. (참조: FAPC_email-6/24/2015)  FAPC 교회는 제가 미국에 있는 동안 약 6~7년간 다녔던 뉴욕의 맨하튼 한 복판에 있는 교회입니다. 설립한지는 200년이 되는 교회입니다. 위치는 5애비뉴(5th Avenue) 55 스트리트(55th Street)의 교차로 북서쪽 코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맨하튼에서도 아주 요지에 자리 잡고 있는 교회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세인트 패트릭스 성당 (St. Patrick’s Cathedral)도 있고 5 애비뉴의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번화한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의 FAPC빌딩은 1875년에 지어져 금년에 이 곳으로 이사 온 지 꼭 140년이 되었습니다. 오래된 석조 건물이다 보니 적절한 시기에 보수공사를 하여야만 깨끗한 외관과 건물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엊그제 저를 포함한 모든 FAPC 신도들에게 보내온 이메일은 건물보수 계획과 관련된 것입니다. 다음주부터 건물을 보호막으로 에워싸고, 건물 옆 보도로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안전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설은 건물 보수가 끝날 때까지 유지될 것이며 그 기간은 약 12~18 개월이 될 것이고 합니다. 기상 조건에 따라 공기가 유동적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사를 하려면 당연히 공사비가 들게 마련입니다. Fapc가 예산하고 있는 공사비는 $155십만입니다. 그 가운데 현재까지 약정된 모금액은 $126십만입니다. 81%가 달성되었고 앞으로 계속 모금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글의 독자분들께 FAPC 교회에 헌금을 하시도록 권유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교회들도 성전의 유지보수를 위하여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고 그러한 자금을 신도들의 헌금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리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건물의 유지보수에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합니다. FAPC 교회의 경우에는 $155십만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70억에 달하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FAPC에는 재무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따로 있습니다. 첨부 이메일에도 잠시 언급되는 Bob DeLuke이라는 사람입니다. 교회의 재무 책임자는 웬만한 기업의 재무 책임자 못지 않은 중책입니다. 연간 수백만 달러 또는 천만 달러가 넘는 금액의 재정을 맡아서 운영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교회의 재정은 매우 투명하고 중립적으로 운영됩니다. 모든 의사 결정은 Trustee 라고 하는 운영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금전이 관련된 계약은 절대로 교회 신도(church member)가 운영하는 회사 또는 개인과는 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어느 교회와 관련된 공사, 이벤트 등을 그 교회의 신도와 관련된 회사나 친인척의 기업 또는 기관에서 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교회에서는 자기 교회와 관련된 공사나 계약에는 신도들은 철저히 배제됩니다.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사뭇 다릅니다.

FAPC에서 보내온 이메일 내용을 보면 외벽 공사를 맡은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알려 주고, 안전막 공사를 담당할 회사 이름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FAPC 교회 신도와는 관련이 없는 곳입니다. 철저하게 외주심사의 원칙을 지켜서 전문성과 경제성을 가장 잘 충족시켜주는 곳과 계약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이 교회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아마도 동서양의 문화 차이, 정서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과거 여러 정권에서 친인척 비리라고 불리는 여러 사건들을 보아왔고, 그러한 상황에 익숙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의 친인척들은 물론이고, 이들을 빙자한 유사범죄까지도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나, 교회 등 각종 단체에서 이권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이 조금은 불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우리사회를 크게 실망시키고 있는 방위산업 관련 각종 비리들도 그러한 예에 불과합니다. (관련기사: 방산비리진짜주범_한겨레_2015/6/23)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던 원인은 정서적으로 책임감과 사명감이 부족하여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시스템적으로 이러한 일을 예방할 수 있는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도 있을 것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돈 앞에서 약해지고 흔들리기 쉽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교육도 중요하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청렴함을 지향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높은 도덕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몸에 배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견제와 감시 체제가 잡혀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이 곳 싱가폴의 도덕성과 청렴도는 거의 최고 수준이라고 인정 받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2014/12/4 서울경제 대한민국청렴도43) 특별히 금융기관에서는 돈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누구보다도 엄격하고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철저한 감시와 견제 시스템이 요구됩니다.

청렴함을 프라이드로 삼고 있는 싱가푤에서 미국의 교회 건물 보수 공사와 관련된 정보 공개 이메일을 받아 보았습니다. 무엇이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으나 마음 한 구석이 조금은 답답하여 지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특별히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도 공명정대한 경영과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GREXIT ? - 2015. 7. 10.  (0) 2015.07.10
변액보험- 2015. 7. 3.  (0) 2015.07.03
반면교사- 2015. 6. 19.  (0) 2015.06.21
수익부동산 투자의 유혹- 2015. 6. 12.  (0) 2015.06.12
선동- 2015. 6. 5.  (0) 201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