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미국의 어버이날- 2015. 7. 24.

jaykim1953 2015. 7. 24. 15:33

혹시 모레 7 26일 일요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제가 추측하기에는 제 글의 독자분들 가운데에서는 아시는 분은 거의 안 계실 것입니다. 이 날은 미국의 어버이 날- Parents’ day 입니다.

제 금요일 모닝커피의 독자분들 가운데에는 미국에서 살고 계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만, 아마도 그 분들도 7 26일이 미국의 Parents’ day 라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5 2째주 일요일이 어머니 날- Mother’s day, 6 3째주 일요일이 아버지 날- Father’s day, 그리고 7 4째주 일요일이 어버이 날- Parents’ day 입니다. 그런데 이 날들 가운데 일반 사람들이 기억하는 정도로 순위를 정한다면 아마도 어머니 날을 가장 잘 기억하고 그 다음으로 아버지 날입니다. 그리고 어버이 날은 거의 언제였는지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우스개 이야기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머니 날에는 아들 딸들이 어머니를 초대하여 저녁을 한 턱 냅니다. 어머니 혼자 나오시기 불편할 수도 있으니 아버지도 함께 초대합니다. 그러면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어머니가 조금 더 편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 곁에 얹혀서 어머니 날 식사에 초대 받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날에는 아들 딸들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 동안 안녕하셨는지 안부를 묻고 ‘Happy Father’s day!’ 라고 축하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리곤 아버지 날에는 특별한 행사 없이 지나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어머니는 늘 집안 일에 몸이 부서지도록 일합니다. 매 끼니 식사 준비를 하고 그 것으로 모자라서 설거지에 청소에 빨래며 온갖 집안 일을 다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 날 하루 아들 딸들로부터 잘 대접 받습니다. 그 것만으로도 어머니는 고마워합니다.

아버지들은 나름대로 밖에 나가 힘들게 일한다고 하지만 집에만 오면 소파에 몸을 묻고 쉽니다. 어머니가 하는 일을 이따금 도와주는 척한 대가(?)로 어머니 날 어머니와 함께 식사에 초대 받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날인 아버지 날에는 기껏해야 아버지 날 축하 전화를 받는 것이 고작입니다. 어쩌다가 아버지 날 저녁 식사 초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어머니 날 아들 딸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갔던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조금은 가격이 저렴한 패밀리 레스토랑 정도입니다.

그러나 어머니와 아버지를 한데 묶어서 기념하는 어버이날은 그런 날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비유일지 모르나 산업 분야와 어머니 날, 아버지 날, 어버이 날을 견주어보면;

어머니날은 제조업, 아버지날은 유통업- 도소매업, 그리고 어버이날은 금융업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제조업은 그 중요성을 누구나 인정합니다. 비록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운 나날을 보낼 때도 있지만 제조업은 국가의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되는 첫 손가락 꼽히는 산업입니다.

도소매업, 유통업도 국가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분야로 인정 받습니다 그러나 간혹 유통마진이 크다는 불평과 유통과정의 비효율성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때로는 유통산업이 선진화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횡포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기업의 횡포를 비난하는 중소기업들도 자신들보다 더 작은 영세상인들에게 또 다른 횡포를 부립니다. 흔히들 말하는 갑질이 가장 횡행하는 곳이 유통분야이기도 합니다.

금융산업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내용은 점점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금융산업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산업을 일으키는 중요한 재원인 자본을 필요한 분야에 분배하는 일을 정부가 주도하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로 들어서기 시작한 1960년대 초에는 산업자본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주도하여 외국의 자본을 빌려다가 이를 산업자본으로 활용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를 우리는 차관(借款)이라는 한자어 이름을 붙여 사용하였습니다. 금융산업이란 공연히 산업자본의 분배에 끼어들어 불필요한 비용이나 발생시키는 분야로 인식되었습니다. 모든 재원의 배분을 정부가 알아서(?) 주도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금융이 제대로 발전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에서 금융이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인정 받고 제대로 발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금융은 산업자본뿐 아니라 모든 금융재화를 분배하는 산업입니다. 분배의 우선순위는 정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정해집니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라도 금융재화를 사용하려는 곳에 우선 배분됩니다. 이러한 시장 논리가 통하는 금융시장이 우리나라에 형성되어야 합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차관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정부가 지배한 가장 대표적인 상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차관은 도대체 어떤 상품이었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차관을 영어로 번역하면 ‘loan’입니다. 대출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대출이라 부르지 않고 차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고 이를 정확한 영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제가 처음 외국은행 Bank of America에 취업하였던 1978년 제가 배운 새로운 금융 용어 가운데 하나가 영어로 EPB loan이라는 단어였습니다. EPB Economy Planning Board 의 약자로 경제기획원을 뜻합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차관은 영어로 loan 입니다. 그런데 그냥 loan 이라고 하면 이는 대출과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반대출과 구별하여서 차관은 경제기획원이 주도하여 도입한 대출- , EPB loan이라고 외국은행에서는 불렀던 것입니다. 영어로 번역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당시 차관이란 정부부처 -경제기획원-가 주도하여 도입한 산업자본입니다.

차관은 일반차관과 전대차관이 있었습니다. 일반차관은 산업체(기업)가 직접 차입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기획원이 한전이나 포항제철에게 해외에서 차입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전대차관은 경제기획원이 은행- 주로 산업은행-에게 해외자금을 차입하도록 하고 차입한 재원으로 은행이 국내기업들에게 다시 대출을 해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정부가 주도하면서 금융기관들은 정부가 결정한 재원의 분배를 집행하는 집행기관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 IMF 재정지원을 통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금융산업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많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금융산업 자체가 예전의 화려한 번영기를 넘어서 조금씩 쇠락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업성과도 수익성도 모두 예전만은 못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금융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금융산업이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떠받치는 중요한 산업 분야로 인식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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