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바둑-2016. 3. 18.

jaykim1953 2016. 3. 21. 09:44


지난 1 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에 우리나라는 바둑의 열풍에 휩싸였었습니다.

소위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알파고와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의 바둑경기에 전국민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결과는 모두들 다 아시다시피 41패로 알파고의 압승이었습니다. 이 번 대국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패러디, 우스개 소리가 회자되었습니다. ‘이세돌 9단이 아닌 응답하라 1988최택을 내보냈어야 한다’, 또는 바둑이 재미 있으려면 세 가지 돌이 필요하다; 흑돌과 백돌, 그리고 이세돌이다와 같은 말들이 만들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재미 있는 뒷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북한의 김정은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3 9일 수요일에 제 1국을 시작으로 3 15일 화요일 제 5국으로 마감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전국이 바둑에 몰두하고 있을 이 시기에 북한은 핵탄두를 소형화하였다고 주장하며 실물 사진을 공개하였고 (관련기사: www.hani.co.kr/핵탄두소형화 2016. 3. 9.) 단거리 미사일도 발사하였으며 (관련기사: news.joins.com/단거리탄도미사일 2016. 3. 10.) 우리나라를 향하여 협박성 메시지를 발표하였습니다. (관련기사: news.donga.com/서울해방작전 2016. 3. 14.)

일반적으로 북한이 우리나라에 대하여 군사적 긴장도를 높이고 위협발언의 수위를 높이면 우리나라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1) 시민들이 공포감을 느껴서 라면, 생수 등을 사재기한다.

(2) 북한의 위협을 무시하고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과거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여도 (1) 번의 반응이 심심치 않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2) 번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반응이 (1) 번이 아닌고 (2) 번으로 바뀐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그 동안 (1) 번의 반응을 일으켜 보았지만 실제로는 별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무신경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둘째로는 남북간의 경제력 차이가 점점 커지면서 북한의 국력을 대단치 않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한 나라의 국력은 흔히 (1) 국방, (2) 외교, (3) 경제, (4) 문화의 4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2. 12. 24. 참조) 우리나라와 북한을 비교할 때에 4 가지 국력을 들여다 보면, 이들 가운데 적어도 3 가지는 우리나라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확연히 앞서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우리나라가 확실하게 북한보다 앞서 있다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국방력일 것입니다. 북한의 군인 숫자는 육군 95, 공군 11, 해군 6, 112만 명입니다. (출처: 미국의회 보고서 2016. 2) 전체 인구 24백만명 가운데 약 4.7%가 군인입니다. 우리나라 군인 숫자는 60만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5천만명의 약 1.2% 입니다. 전체 인구 대비 군인의 비율은 북한이 훨씬 높습니다.

재래식 군사력과 항공권의 장악에서는 우리나라가 월등하다고는 하나 북한은 이미 핵폭탄을 개발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핵 폭탄을 대응할 만한 군사력을 갖추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직 확실하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북한의 전반적인 국력 차이는 이미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벌어져 있습니다. 1960년에는 북한의 1 인당 국민소득이 $135, 우리나라가 $94로 북한이 앞서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3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한화 2,870만 원, 북한은 138만 원입니다. 우리나라가 북한의 20배가 넘는 소득수준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의 국력은 군사력에 크게 의존하였고, 그 후로 평화가 정착되면서 외교력이 중요시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국력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경제력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군사력을 키우려 하여도 이를 뒷받침할 재정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외교활동에도 적지 않은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문화에 있어서는 경제력에 의한 차이가 현격히 드러납니다. 소위 먹고 살 만 하여야 문화활동이 만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경제력이 낙후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한 두 사람의 음악, 미술 또는 다른 문화 분야의 천재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문화수준은 경제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문화 수준을 비교한다면, 쉬운 예로 우리나라에는 바둑 9단이 약 70 명이 있습니다. (출처: 한국기원) 그러나 북한에는 아직 바둑 9단이 단 한 명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당장 먹고 사는 것도 급한데 바둑을 둔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만 하여도 바둑이 굉장히 성행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해에는 우리나라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폴란드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였습니다. (관련기사: chosun.com/2015/10/21_조성진_피아노콩쿠르) 2012년 런던에서 열렸던 올림픽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금 13, 8, 7, 합계 28개의 메달을 땄습니다. (우리식 기준- 금메달 개수 우선-으로 보면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에 이어 5위의 성적입니다.) 한편, 북한은 4, 2, 합계 6개의 메달을 땄습니다. 금메달을 딴 특정 종목에서는 북한이 앞섰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북한의 체육분야 국력은 우리나라와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체 메달 숫자 28개와 6개의 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보입니다.

한 나라의 국력을 국방력만으로 가늠하던 때는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여러 분야의 복합적인 국력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과거와 같이 일차원적인 무력으로 모든 것을 평정하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국방, 외교, 경제, 문화의 각 분야를 골고루 강하게 다듬어나가야 진정한 강국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경제분야가 그렇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조치로 국제사회가 경제분야의 제재를 들고 나오는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경제분야의 국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국력 전반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핵 무기 개발에 모든 국력을 걸고 있는 북한의 모습이 안쓰럽기조차 합니다. 입으로는 경제와 군사력의 병진노선(竝進路線)을 주창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경제력을 일으킬 기반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북한의 경제가 앞으로도 계속 버텨 줄 수 있을는지는 지극히 의문입니다. 경제가 붕괴하고 이어서 전반적인 국가 시스템이 무너질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민생고에 허덕이며 고난의 행군에 내몰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북한의 경제력이 충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경제력을 충전하기 위하여서는 핵개발을 포기하고 경제 개발에 국력을 매진하여야 할 것입니다.

북한 정권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휴전선 너머에도 경제가 활발해져서 그들의 국력이 외교, 문화 분야까지 뻗어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에서도 바둑 9단이 출현할 것이고 바둑의 남북대결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바둑 9단과 북한의 바둑 9단이 만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못지 않은 명대국을 벌이는 날이 오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