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연고판매 (緣故販賣) 2016. 4. 29.

jaykim1953 2016. 4. 29. 08:50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20여 년 전에는 금융기관들의 신입사원 입사시험에서 면접을 할 때에 물어 보는 첫 질문이,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됩니까?” 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질문은 대체로 아버님은 형제 분이 몇 분이나 되시고 어머니 형제자매 분은 몇 분이나 되시는지 물었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너무나 뻔한 것이었습니다. 가족관계를 묻는 것은 직계 1촌 및 2촌 가족이 몇 사람인지를 묻는 것이고, 아버지 어머니 형제 분들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은 곧 3촌 관계의 친척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족과 친척 관계에 관심을 표명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금융기관에서는 일 년에 몇 번씩 금융상품에 대한 특판 캠페인을 합니다. 그 때에 가장 손쉽게 판매할 수 있는 대상이 가족, 그 다음으로는 가까운 친척입니다. 가족과 3촌 이내의 친척이 많다는 것은 곧 금융상품 캠페인을 벌일 때에 친인척 인맥을 통하여 판매할 대상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가족이 많고 친척이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는 상대적으로 금융기관에서 선호하는 신입사원이었습니다.

상품을 판매할 때에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이용하여 가까운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것을 연고판매라고 부릅니다. 연고가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판매한 다는 것입니다.

연고판매는 아직도 널리 이용되고 있는 판매기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연고판매의 가장 큰 장점은 주변에서 판매 대상 고객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연고판매의 대상이 되는 고객 입장에서는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아 연고판매의 확률은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고 판매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연고판매의 경우 수요자의 필요에 의한 상품 또는 재화의 판매보다는 공급자의 요청에 의하여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다시 말해 사는 사람이 사고 싶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파는 사람의 요청에 의해서 사는 사람이 원치 않아도 사야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금융상품에서는 이러한 연고판매의 경우에는 판매 후에 해약률이 높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금융상품의 매입자- 고객이 원하여서 가입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연고자의 요청에 의하여 상품을 구입하다 보니 고객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품을 매입하였던 것입니다.

연고판매가 가장 횡행하는 분야는 다단계 판매입니다. 다단계 판매 회사에서는 다단계 판매기법을 교육할 때에 주변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접근하여 권고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자기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판매하지 못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마케팅을 전공으로 하는 많은 연구의 결과는 이와 같은 연고판매 기법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특히나 이러한 기법은 처음 세일즈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거의 절대적으로 필요한 방법입니다.

요즈음은 예전과 달리 형제 자매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 또 주변의 가까운 친척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는 연고판매의 대상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이러한 연고판매에 의지할 수 있는 판매량이 점점 줄어들어 갑니다.

연고판매가 가장 가까운 사람, 거절하기 힘든 사람을 상대로 비교적 쉽게 접근하는 마케팅이라면 이와는 정반대로 전혀 모르는 사람, 거절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을 상대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것을 콜드 콜링(cold calling)이라고 합니다. 이 방법은 전화번호부 또는 각종 명부 등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세일즈를 하는 방법입니다.

콜드 콜링을 사용하여 마케팅을 하는 것을 주제로 한 자서전적 소설이 The Pursuit of Happyness’ (행복을 찾아서)입니다. 이 소설은 주식 브로커로 크게 성공한 크리스 가드너 (Chris Gardner)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뒤에 영화화 되기도 하였습니다. (Pursuit_of_happyness) 이 이야기의 내용은 어린 아들까지 딸린 홈리스 상태의 크리스 가드너가 주식 브로커로서 성공하기까지의 어려움과 노력을 그린 것입니다. 크리스 가드너가 사용하는 마케팅 방법이 콜드 콜링입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전화하여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하고 주식 투자를 권유합니다. 성공하는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잃을 것도 없는 홈리스에게는 못할 일도 아닙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수십, 수백 통의 전화를 걸어 그 가운데 한 두 건이라도 건지면 성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매일매일을 전화통을 붙잡고 마케팅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운이 좋았던지 아니면 그가 들인 땀과 노력의 대가이었던지 간에 크리스 가드너는 후에 크게 성공한 주식 브로커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현실은 크리스 가드너가 콜드 콜링을 하던 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미국에서도 이제는 DNC (Do Not Call; 수신거부) 라는 서비스가 있어서, 일단 DNC에 리스트 되어 있는 전화번호로는 콜드 콜링을 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신거부를 하게 되면 다시 전화를 걸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요즈음에는 콜드 콜링을 통하여 마케팅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혹시라도 행복을 찾아서의 스토리에 매료되어 나도 저렇게 주식 브로커로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콜드 콜링을 시작한다면 이는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닙니다.

오늘의 현실은 마케팅이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연고판매를 하려 해도 주변의 친척, 친지의 숫자가 충분치 않습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연고판매에 매달리다 보니 이제는 소비자들도 연고판매를 거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연고판매도 콜드 콜링도 모두 어렵다고 하더라도 마케팅을 표기할 수는 없습니다. 콜드 콜링과 연고판매의 중간쯤의 성격을 가진 마케팅 기법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웜 콜링(warm calling)이라고 부릅니다. 소개를 통한 접촉을 의미합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 콜드 콜링이라면 누군가 아는 사람을 통하여 소개를 받고 접촉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웜 콜링입니다. 웜 콜링이라고 하여 모두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콜드 콜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훨씬 쉽게 접근이 가능한 방법입니다.

저도 콜드 콜링과 웜 콜리의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하였습니다. 다행히 저는 두 가지 다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1980년 저는 당시 외국은행 Bank of America에 다니면서 국내 최대규모의 정부소유 기업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였습니다. 아는 사람은 전혀 없었고, 찾아가서 인사를 하여도 얼굴조차 똑바로 쳐다봐 주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웠던 것은 당시에는 지금처럼 사무실 보안이 철저하지 않아 사무실까지 들어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거의 매주일 1~2번씩 찾아가 외환 시장 상황과 전망에 대한 정보를 주고 거래 기법에 대한 설명도 하였습니다. 여러 달을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날 자신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저에게 해결 방법을 물어왔습니다. 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의 능력과 성의를 다하여 그들을 도와 주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부터는 그 회사에서 제게 조금은 따뜻한 눈길을 보내기 시작하였고 다정한 말도 나누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하여 저는 그 회사가 거래하는 단 2 곳뿐인 외국은행 가운데 하나가 되었고, 거래 규모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장 중요한 거래은행이 되었습니다. 콜드 콜링을 통하여 고객을 확보한 성공적인 저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제가 파리바 은행으로 옮긴 1986년에는 저의 친구가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도움으로 각 계열사를 찾아가서 저를 소개하고 제가 판매하는 금융상품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소개가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며 거기에 저의 노력과 제가 판매하는 금융상품의 경쟁력이 합하여져서 저는 그 무렵 그 재벌 그룹과 거래하는 금액이 어떤 은행보다도 많았습니다. 그 재벌 그룹과 거래하는 은행들 전체를 통틀어 거래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이 되었습니다. 웜 콜링의 성공 사례였습니다.

지금은 비즈니스 환경, 사회 분위기 등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콜드 콜링도 쉽지 않습니다. 연고판매로 이루어질 수 있는 거래규모는 너무 한정되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웜 콜링이라는 기법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세일즈 기법도 개발하여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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