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전문가 - 2016. 5. 6.

jaykim1953 2016. 5. 6. 10:30

요즈음 TV를 보면 좌담회 형식의 토론 프로그램과 여러 패널이 참가하는 논평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났음을 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종편 TV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종 토론, 논평 프로그램에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출연합니다. 그런데 전문가라고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인지 애매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회문제 전문가, 문화 평론가 등 낯선 이름의 전문가들도 TV에 나옵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변호사도 있고, 전, 현직 대학교수도 끼어 있습니다. 그들의 전직 혹은 현직 직업과 직책이 무엇이던 간에 TV 토론 패널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말을 잘한다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을 현혹할 만한 말재주가 있어야 토론의 패널로 TV에 나올 수 있는 모양입니다. 결국 전문성보다는 말재주가 패널선정의 기준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해 (2015년) 연말 즈음에 국내 일간지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이러한 전문가들에 대하여 조금은 시니컬(cynical)한 논조로 지적한 글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전문가의 자격) 이 기사를 읽다 보면 TV에 등장하는 각종 전문가 패널들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이 기사 가운데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전문가 패널’에 단골로 등장하는 한 평론가에게 물으니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인데도 막무가내로 부탁해서 응하긴 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도 가끔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대하여 TV에 나와 공개적으로 전문적인(?) 분석과 토론을 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일종의 기만이고 속임수입니다.

 

그런가 하면 전문성에 관한 더욱 심한 기만과 속임이 있습니다. 소위 낙하산 인사라고 불리는 정부 산하 기관 인사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여당과 야당을 가릴 것 없이 자신이 인사권을 쥐고 있으면 전문성과 관계 없이 주변인사들을 요직에 앉힙니다. 이들이 자신의 직책에 대한 전문성을 강변하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관련기사: joins.com/2016_4_26_윗선서 낙점) 기사에 따르면 한국국토정보공사(옛 대한지적공사)의 감사로 임명된 사람이 자신의 업무관련성에 대한 질문의 답변으로 한 이야기는 “형님이 측량기사라 이 분야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입니다. 형님이 측량기사라는 수준의 전문성으로 감사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관이라면 그 곳에서 제공하는 국토정보는 그리 크게 신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낙하산 인사의 수혜자들은 정치적인 후견인을 과신한 나머지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chosun.com/2015_11_13_투자公 사장) 수익성과 전혀 관련이 없이 십 수년 동안을 탁상행정에 몰두했던 공무원이 갑자기 첨예한 수익 경쟁에 내몰리는 금융기관의 수장이 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인사권자의 안일함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듭니다.

 

전문가라고 불리기 곤란한 TV 토론 프로그램의 전문가 패널은 시청자가 그 프로그램을 안 보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의 결과는 국가 재정의 낭비, 국책기관의 손실 등으로 이어져 나라 살림에 부담이 됩니다. TV 토론의 전문가와 낙하산 인사의 두 가지 사례가 정도의 차이가 있고 결과의 크기에는 차이가 있으나 한 가지 공통점은 전문성을 결여하였음에도 전문가인 양 행세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장의 자신의 직업, 생계를 위하여서는 전문가 여부를 따지기 보다는 보다 대우가 좋고 보수가 좋은 자리를 원하게 될 것입니다. 당장의 눈 앞에 수입이 있고, 탐나는 자리가 있으면 이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 자신도 이러한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던 기억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제가 잘 알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아님에도 당장 제 눈 앞에 찾아온 고객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지 못하고 덥석 수임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18년 전의 일입니다. 제가 컨설팅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불과 3년 밖에 되지 않았을 때 제 고객 가운데 한 분이 호텔을 매각하려 했습니다. 그 고객은 제게 호텔 매각을 맡아서 도와 줄 수 있는지 문의하였습니다. 저는 호텔 매각에 관하여서는 전혀 경험이 없었습니다. 모르는 분야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는 않았으나 호텔의 가치가 작지 않고, 때 마침 제가 진행하던 프로젝트도 끝마쳐 당장의 일거리가 없던 때였습니다. 저는 새로운 일도 해 보고 싶고 또 수입도 올리고 싶은 욕심에 그 일을 수임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호텔을 거의 매일 방문하였고 실사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원매자를 찾아 여러 곳을 알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느낀 점은 호텔 분야는 전혀 새로운 분야이고 나름의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그 당시의 특급 호텔 가운데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우리나라 호텔들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경영에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도 발견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맞닥뜨리면서 호텔 매각 프로젝트는 진행이 늦어지고 지지부진하였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때마침 저는 다른 고객으로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두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호텔 매각 분야에서 저의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시간을 많이 뺏기고 상대적으로 진행은 늦었습니다. 결국에는 제 고객에게 그 동안 (약 1 개월) 제가 실사하고 준비하였던 자료들을 모두 넘기고 깊이 사과를 드리며 호텔 매각 프로젝트를 포기하였습니다.

 

그 나마 제게 위안이 되는 것은 그 호텔의 소유주는 제가 준비한 자료를 보고 고마음을 표시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분은 자신의 호텔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에 대하여 직접 개입하여 많은 분야에서 개선을 이루어 냈습니다. 그리고 계속 매각을 추진하였으나 쉽게 원매자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손을 떼고 난 5년 후 그 호텔은 결국에는 다른 기업에 팔려서 이름을 바꾸고 새로이 단장하여 지금까지 계속 영업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호텔 매각 프로젝트로부터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저를 신뢰하는 고객이라 할지라도 제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분야에 대하여서는 섣불리 컨설팅을 수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입니다.

 

그 이후로는 단언컨대 저는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프로젝트는 수임하지 않았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자신의 전문성이 부족한 분야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가장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야에 대하여 전문가 행세를 하며 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전문성을 결여한 사람이 낙하산 인사를 통하여 요직에 앉는 것은 죄악을 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낙하산 인사를 통하여 국민 경제에 주름이 지게 부담을 주고, 국고에 손실을 끼치는 것은 범죄와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진정한 전문가가 자리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스스로 자신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곳에는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선진사회, 선진국가가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