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에는 아주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지하철역의 스크린 도어를 보수하다가 만 19살의 젊은이가 열차에 치어 사망하였습니다. (관련기사: hani.co.kr/날아간19살의꿈) 그러자 뒤이어 많은 정치인들이 현장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관련기사: joins.com_정치인들앞다퉈방문)
언론에서 이슈가 된 사건에는 정치인들이 관심을 표명합니다. 국민의 여론과 민심에 대하여 정치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이들이 민심을 올바로 알아야 정치에 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정치인들의 움직임을 조금은 냉소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민심에 관심이 많고 국민들 편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아니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폄훼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행동이 진정한 민심에 대한 관심일 수도 있고, 자신이 민심에 가까이 있음을 유권자들에게 과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이들 모두, 양면성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일부 정치 지도자 가운데 신중하지 못한 언급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야당의 주요 지도자인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사단이 난 것입니다. (관련기사: joins.com_안철수곤욕)
안철수 의원이 쓴 글의 내용을 제가 논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그 글로 인한 일련의 사태에 대응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에 대한 저의 생각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 측의 대응을 보면 ‘진의가 잘못 전달’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철수 의원이 이야기하는 본질은 결코 희생자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의원의 SNS 내용은 입에서 입을 타고 전파되면서 진의(?)를 더욱 오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누군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에 대한 헛점 또는 오해 받을 만한 점을 상대방이 집어냅니다. 그러면 처음 이야기한 사람은 안철수 의원과 유사한 대응을 합니다. 진의를 오해한다던가,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또는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고 원망합니다. (관련기사: donga.com_2010/10/23_달은 안보고 손가락)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이 한 말에 대하여 사과하거나 잘못을 시인하기 보다는 강하게 밀어 부치면서 자신이 얼마나 공명정대하고 정의감에 찬 사람인지를 강변합니다. 그리고는 뜻이 자신의 의도와 달리 잘 못 이해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의 잘 못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잘 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들은 잘 못한 것이 없고 듣는 국민들이 이해를 못하였다는 논리에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정치는 태생적으로 정치인 자신의 잘 못을 시인하는 순간 매도되거나 다음 선거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사 궤변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해서는 자신의 잘 못이 없었음을 변명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런 변명을 듣고 있는 국민, 유권자는 역겹기만 합니다. 심지어는 대법원의 유죄 판결에 대하여서도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가 되었고 자신은 결백한 희생자인양 행세하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donga.com_2015/8/25_사법부 죽어)
재판에서 아무리 명명백백한 증거가 나와도 궤변으로 자신은 결백하다, 또는 누군가의 모함과 기만(欺瞞)에 넘어간다고 주장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러한 주장에 동조하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저항하지만 많은 일반 사람들은 그러한 궤변에 식상하여 동조하지 않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정치인들이 하는 약속을 잘 믿지 않습니다.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은 신용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거짓을 일삼고, 한 번 한 이야기를 뒤집고 약속을 어기는 것을 다반사로 합니다.
그러나 금융 현장에서는 경우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예금 이자를 지급하는 데 은행이 이자율을 잘 못 적용하여 실제 지불하여야 할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불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가정해 보면;
해당 은행의 해명이 정치인들이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은행은 고객에게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은행의 의도와는 달리 이자율이 잘 못 적용되었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불이익을 줄 의도가 전혀 없었다. 고객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해명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 은행은 즉시 고객에게 ‘은행에서의 착오와 잘 못으로 인하여 고객에게 불이익을 초래하였다’고 밝히고 정중히 사과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확한 이자율을 적용하여 차액을 지불하여 줄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그마한 사은품을 사죄의 뜻으로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무엇보다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금융은 약속이 최대의 밑천입니다. 신용(信用, credit)을 주고 (여신, 與信; 대출) 신용을 받는 (수신, 受信, 예금) 두 가지 거래가 금융의 가장 기본적인 거래입니다. 신용이 무너지면 금융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금융거래에서는 한 마디의 말도 허투루 하여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한 말 내뱉어진 말은 꼭 지켜져야 합니다. 그 것이 신용이고, 그 신용을 바탕으로 금융이 이루어집니다. 정치인들의 말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고, 또 그 동안 그러한 경우를 많이 보아 왔습니다. 정치인들이 그들의 말을 뒤집을 때에는 그럴 만한 이유와 정당성을 충분히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정치인의 지지자들은 그러한 정치인의 논리에 동조하여 줍니다.
그러나 금융은 다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말을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말을 바꾸면 그 금융기관은 금융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다시는 그 금융기관을 찾는 고객이 없어질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기관들도 이따금 기존에 하였던 약속을 뒤집으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 금융산업의 선진국이 되려면 약속은 꼭 지켜지는 금융산업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치의 논리가 금융시장을 오버라이드(override)하여 왔던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정치 논리가 금융시장에서 강제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합니다. 금융시장에서 한 번 뱉어진 말은 반드시 지켜지는 그러한 신용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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