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에 거의 모든 신문에 보도되었던 기사 가운데 북한의 핵, 미사일 시위에 관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yonhapnews.co.kr_2017/4/12_트럼프 행동할 땐) 이 기사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끄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코멘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시리아(미사일 폭격) 때 보여줬듯이 기꺼이 행동에 나설 때는 미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단호하게, 그리고 (도발에 대해) 비례적으로 대응한다” 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이 말 가운데 ‘비례적’ 이라는 말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아 애써 숀 스파이서 대변인이 이야기한 원문을 찾아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And as he showed last week with respect to Syria, when the President is willing to act, it’s going to be decisive and proportional to make it very clear what the position of the United States is.” 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decisive and proportional’ 이라는 표현을 ‘단호하게, 그리고 (도발에 대해) 비례적으로’ 라고 번역하였던 것입니다.
이 문장에서 proportional이라는 단어를 ‘비례적’이라고 번역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상대방의) ‘정도에 맞추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려는 의도는 북한이 하는 군사적인 도발의 정도에 맞춰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도를 넘는 도발을 한다면 그에 대한 응징도 도를 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경고인 것입니다. 보다 자연스러운 번역을 한다면 아마도 ‘북한의 도발 정도에 상응하게’ 라는 표현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장이 너무 길어지는 것이 싫었던지 그냥 간단히 ‘비례적’이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숀 스파이서 대변인이 이야기한 원문을 찾아 보기 전에 우리 말로 번역된 기사만 읽고서는 그 뜻이 분명치 않았던 것은 저만이 아니었던지 ‘비례적 대응’에 대한 해설 기사가 나왔습니다. (관련기사: yonhapnews.co.kr_2017/04/12_비례적 대응이란)
이 해설 기사를 보면;
북한이 도발하면 군사적 수단이나 비군사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도발한 만큼 그에 비례해 아픔을 주겠다는 것이 발언의 핵심.
어떤 레드라인을 정해놓고 레드라인까지 이르는 도발마다 단계적으로 강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으로 본다.
군사적 의미로 보면 비례적 대응이란 말은 적이 도발한 수단과 동일하게, 동일한 수량만큼 비례적으로 응징하는 것을 말한다. 한반도에 적용되는 유엔사 교전수칙도 비례적 대응을 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해석이 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의 도발 정도에 따라 그에 상응한 정도로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엊그제 신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보도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제목이– 트럼프, 김정은에 ‘잘 처신하라’ 입니다.(관련기사: chosun.com_2017/4/19_잘 처신하라) 이 문장에서 사용된 영어 단어는 ‘behave’입니다. 그야 말로 ‘잘 처신하라’ 라는 표현이 딱 들어 맞습니다. 어린이들이 장난을 치거나 말을 잘 듣지 않을 때에 하는 말이 ‘behave yourself’ 또는 ‘be gentle’ 또는 ‘be nice’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김정은이야 말로 지독하게 말을 듣지 않는 어린이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니 그에게 ‘behave’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메시지의 순서는 조금 바뀐 듯 하지만, 제대로 행동해라, 안 그러면 하는 행동에 상응하게 혼이 날 것이다.’ 라는 강력한 의사 전달입니다.
또 한 가지 어제 신문에 난 기사는 일본어 손타쿠(忖度)에 관한 것입니다. (관련기사: chosun.com_2017/4/19_알아서 기어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부정 청탁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해당 학원장의 답변에 ‘총리가 직접 지시하지는 않아도 손타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를 영어로 통역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행간을 읽는다’ (read between the lines)라고 하였으나 곧 정정하여, 이에 해당하는 합당한 영어 표현은 없고 ‘심중을 읽는다’는 의미라고 ‘손타쿠’라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그냥 ‘손타쿠’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우리 언론에서 proportional 이라는 단어를 ‘비례적’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상대방의 행위 정도에 상응하는’이라는 설명과 함께 ‘프로포셔널’이라고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비례적’ 이라는 표현과 유사한 개념으로 금융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는 ‘pro rata’ 입니다. 이는 ‘프로 라터’ 혹은 ‘프로 레이터’ 라고 읽습니다. 이 용어에 대한 설명을 찾아 보면 ‘Pro rata is the term used to describe a proportionate allocation.’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출처: http://www.investopedia.com/terms/p/pro-rata.asp) 즉, ‘비례적으로 할당하는 것을 묘사하는 용어’ 입니다. 여기에서 비례적이라 함을 설명하는 데에는 몇 가지 예를 들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업자끼리 사업을 영위한 결과 수익을 배분할 때에는 투자 지분의 비율에 따라 pro rata 베이스로 나눈다.
생명 보험료(프리미엄)를 매년 $1,200씩 만 65세가 될 때까지 지불하는 보험을 매입하였는데 2017년 5월에 보험 가입자가 만 65세가 된다. 이 때 2017년의 보험료는 pro rata 베이스로 $1,200의 5/12에 해당하는 $500을 지불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이야기 의도는 ‘pro rata’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비례적’이라는 번역이 더 어울리는 단어는 ‘pro rata’입니다.
사소한 단어 하나의 번역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그 단어 하나로 인하여 엄청난 오해를 야기한다거나 의사 전달이 잘 못 되는 것도 아닙니다. 기사를 읽다가 문득 매끄럽게 번역되지 않은 느낌을 받아서 한 마디 거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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