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 개월 전에 제가 대만의 봉사활동 현장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갔던 봉사현장은 발달장애인들의 보호시설이었습니다. 보호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자선단체이고 그들의 수용시설은 법으로 엄격하게 통제를 받습니다. 특히나 방화 시스템에 관한 규제가 심하였습니다. 일부 지체 부자유아들과 지적 발달이 늦은 아이들은 화재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불가능하기에 시설의 화재에 대비한 시스템을 엄격히 규제한다고 합니다. 제가 후원하는 단체가 그 곳 방화시설에 기부를 하였고 감사패를 받는 자리에 저도 함께 갔습니다.
조촐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먼저 발달장애아들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치어리더들의 응원 무용을 보여 주었습니다. 가운데 앞자리에 지도 교사가 함께 율동을 하고 뒤에 있는 발달장애아들이 그 선생님의 율동을 따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그 곳 소장이 나와서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이 아이들이 단순한 치어리더의 율동을 배우는 데에 6개월이 소요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리드해 주는 선생님이 없으면 제대로 율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러한 율동을 하면서 즐거워하고 율동을 하는 동안 얼굴 표정이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율동이 끝나고 그 곳 책임자 여자분의 인사말에 이어서 봉사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의 간단한 격려사가 이어졌습니다. 저도 격려사를 하는 여러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저의 격려사는 대강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뛰어난 운동선수 중에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있습니다. 그는 농구선수로서 한창 날리던 시절 1년에 약 7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부친이 청소년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나자 충격을 받아 농구를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농구 대신 야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의 야구 실력은 농구실력만은 못하였는지 마이너 리그의 더블 A 팀에서 뛰면서 연봉으로 10만 달러도 채 받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1년에 7천만 달러의 수입에서 10만 달러도 안 되는 수입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후에 마이클 조던이 다시 농구를 시작하자 그의 연간 수입은 또 다시 수천 만 달러가 되었습니다.
오늘 이 곳에서 제가 만난 이 친구들은 우리가 아직 미쳐 발견하지 못한 그들만의 재능이 있을 것입니다. 마이클 조던이 농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도 그가 농구에 그만한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여기에 있는 이 친구들은 아직 농구를 시작하지 않은 마이클 조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억지로 야구를 시키려고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친구들이 정말로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주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이들이 잘하는 것을 즐기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이클 조던이 농구를 시작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 날 그 곳의 책임자 여자분은 제가 그 곳을 떠날 무렵에 제게 다가와서 눈물을 글썽이며 그 곳에 있는 어린이들이 아직 농구를 시작하지 않은 마이클 조던이라는 저의 표현을 잊지 않겠다며 고마움을 표시하였습니다. 비록 발달장애를 겪는 어린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쯤은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잘할 수 있는 바로 그 것을 찾아서 하도록 도와주면 그들도 열심히 즐겁게 무언가를 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던 1980년대 초반에는 외국은행이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장 가운데 하나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외환 딜러는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던 자리였습니다. 저도 운이 좋아서 외환 딜러 직책을 맡아서 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다니고 있던 Bank of America에서 외환 분야의 업무를 보강할 목적으로 외환 딜러를 새로이 뽑기로 하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는 의미에서 기존의 직원들도 외환딜러 포지션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고, 외부에서도 동시에 지원자를 모집하였습니다.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필기시험과 면접을 보았습니다. 요즈음 같은 블라인드 채용은 아니었지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하여 서류 전형으로 선발 대상자를 미리 걸러내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지원자에게 일단 필기 시험을 응시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당시 필기 시험 문제는 대체로 국제경제와 국제금융 등에 관련된 기본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국제수지표 (Balance of Payment)에 관한 문제, LIBOR가 무엇인가를 묻는 것 등이었습니다.
필기 시험의 결과 가장 유력한 두 명의 후보로 압축되었고, 그들은 기존의 직원 가운데 지원한 A와 외부에서 새로이 지원한 B, 두 사람이었습니다. 이들의 운명은 면접에서 갈렸습니다. A는 그 동안 근무를 하면서 Bank of America 서울 지점의 분위기를 파악하기도 하였겠지만 진지한 태도로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경외심까지 드러내며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외환 딜러가 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B는 조금 달랐습니다. 면접을 보면서 B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할 때에는 자신이 모르는 부분도 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시장의 기존 외환 딜러들이 알지 못하는 것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합리화하였습니다. B의 의욕과 자신감은 높이 살만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B에 대하여 면접관들이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B가 스스로 'I'm a man of ability.' 우리 말로 번역하면 '나는 능력자입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그 때까지의 평가는 B가 아직 경험은 없어도 의욕과 자신감이 있는 야망에 찬 젊은이라고 생각하였으나, 그가 스스로 능력자라고 말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나이 많은 지점장이 하였던 평이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It would not be easy for him to succeed. He looks as if he thinks no one around him is as able as he is. In reality, though, he will find the reasons of his failure from the people around him who are more capable than he is.' (저 사람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 사람은 스스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은 저 사람이 실패했을 때에 저보다 더 유능한 주변 사람들 때문에 실패했다는 수백 가지 이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B가 스스로 능력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위 헛똑똑이라는 것입니다. B의 눈에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만큼 똑똑하지 못하다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주변 사람들의 현명함을 미쳐 가늠하지 못하여 그 자신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비단 지점장뿐 아니라 그 당시 면접관들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가졌습니다. 결국 B는 떨어지고 A가 선발되었습니다. A는 외환 딜러로서 성공적인 경력을 거쳐서 수 년 전 은행을 떠났습니다. 지금은 외국계 회사의 한국 대표사무소에서 그 회사의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B는 국내 10위권의 대기업에 들어가서 부장까지 진급하였습니다. 임원 진급에는 실패하였습니다. 그도 지금은 회사를 떠나 주변 친구들과 투자 조합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투자에서 꽤나 큰 손실을 보고 이제는 투자조합을 접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각기 다른 능력이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찾는 것은 때에 따라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잘 하는 일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능력을 찾아내어 그들이 잘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인적자원관리 (human resources management)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마이클 조던에게 야구를 시키지 않고 농구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인적자원관리가 잘 이루어지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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