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고혈압 & 법정최고금리- 2017. 11. 24.

jaykim1953 2017. 11. 24. 09:47


지난 주 월요일 (11 13) 조용하지만 미국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뿐 아니라  (관련기사: wsj.com/nearly-half-of-us-adults-high-blood-pressure), CNN (cnn.com_2017/11/13_new-blood-pressure-guidelines), ABC 뉴스 (abcnews.go.com/half-us-adults-high-blood-pressure) 등 거의 모든 매체가 호들갑에 가까운 보도를 하였습니다. 제목은 한결 같이 절반에 가까운 미국인들이 고혈압으로 분류 되게 되었다라는 것입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고혈압의 기준이 기존에는 140/90이었으며, 이 기준으로는 미국 내에서 약 72 20만 명이 고혈압 판정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날 발표된 새로운 고혈압 기준을 130/80로 바꾸었고, 그 결과 미국 내에서 1 3 30만 명이 고혈압으로 진단될 것이라고 합니다. 정상 혈압은 120/80 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나 고혈압에 대한 판정을 하향 조정한 것입니다. 이 결정은 미국 심장학회 (American Heart Association)를 포함한 10여 개 관련 전문 기관에서 내린 것이라고 합니다.

요즈음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조기 경보(early warning)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고혈압의 기준을 강화한 것은 바람직한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비만, 영양과잉 등으로 고혈압을 향하여 진행되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조기 경보의 필요성에 의하여 기준을 강화하였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가 하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고혈압 약을 판매하는 제약회사가 로비를 하여서 고혈압 약이 더 팔리게 만들기 위하여 기준을 높였다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의 이야기가 전적으로 옳고 다른 한 쪽은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양 쪽의 시각이 모두 다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쨌든 조기 경보라는 관점에서는 분명 의미 있는 변화일 것입니다.

이 뉴스를 보면서 지난 달 말에 있었던 정부의 법정최고금리 인하 소식이 떠올랐습니다. (관련기사: yonhapnews.co.kr_2017/10/31법정최고금리24%) 이 기사에 따르면 내년 (2018) 2 8일 이후 신규로 체결되거나 갱신, 연장되는 대출계약부터는 이를 넘어서는 이자를 받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조치를 보면 위반시 형사처벌을 받게 되어 있으므로 이를 위반하는 사람이나 금융기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지만 법정최고금리를 낮추었다고 신용도가 나쁜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조치는 내년 2 8일 이전에 24%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만기를 짧게 하여 2 8일 이후에 연장되는 대출은 24% 이하의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를 합니다. 만약 단기 대출에 응하지 않고 장기 대출을 권하는 금융기관에 대하여서는 불건전 행위로 제재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내년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되면 대부업체 이용자 35만명이 사금융(私金融) 시장으로 내몰릴 것으로 분석하였습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얼핏 보면 고혈압 기준의 강화와 법정최고금리 인하는 전혀 무관해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이 두 가지 기사에 나타난 정부기관의 접근 방식에서 커다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의 경우에는 기준의 강화를 내세웠습니다. 그 반면 법정최고금리는 기준에 대하여서는 말이 없고 단순히 가격을 낮추라는 행정명령만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금융정책 당국이 금리 적용 기준을 강화하라는 조치를 취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3년 이상 연체, 미납, 부도 등의 신용 불량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자율 산정에 적용하는 신용 스프레드를 한 단계 높여서 금리를 낮추어 주도록 하는 권고를 하는 것입니다. 또는, 3 곳 이상의 금융기관을 거래하는 대출 고객에게는 여신 금융기관들이 협의에 의하여 동일한 신용등급 또는 1 단계 이내의 차이를 두고 신용등급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법정최고금리를 강제로 낮추면 그 이상의 금리를 적용 받던 대출 고객에게는 금융기관이 더 이상 대출을 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사금융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정부 당국이 사금융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는 하나 그 실효성에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제 교과서의 ABC 가운데 하나가 가격을 통제하면 암시장(暗市場)이 형성된다는 것이고, 금융의 암시장은 사금융입니다.

이와 유사한 접근 방식이 일자리 정책입니다. 최근 여러 언론에서 일자리보다는 일거리가 먼저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일거리 없이 일자리를 만들어 봐야 겉치레일 뿐 그러한 일자리는 곧 없어지게 마련입니다. 일거리가 있어야 일할 사람이 필요하고 일자리가 생깁니다.

법정최고금리를 낮춘다고 하여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의 금융비용이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거리 없이 일자리만 만든다고 하여서 진정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몇 해 전에 금융재활이라는 이름으로 신용불량자들의 신용회복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는 신용불량자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법정 최저생계비만 지급합니다. (*: 2017 4인가족 대도시 최저생계비 1,897,395. 관련기사: mbn.mk.co.kr_2017 최저생계비) 그리고 최저생계비를 초과하는 금액은 기존 대출의 원리금 상환으로 씁니다. 예를 들어 금년 기준으로 금융재활 프로그램에 가입한 신용불량자가 월급 280만원을 받는 4인 가족이라면 최저 생계비 1,897,375를 생활비로 쓰도록 허용하고 나머지 (2,800,000 – 1,897,375) 902,625원으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합니다. 그런데 이자율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사람의 대출 원금이 5천 만원이고 현재 최고 이자율인 연 27.9%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면 월 이자액이 5천만 원 X 27.9%/12 = 1,162,500 원이 됩니다.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빼고 남은 금액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됩니다.

이 때에 금융재활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 금융기관 (주로 저축은행)과 약정서를 맺도록 하여주고 금리를 15% 수준으로 낮춰줍니다. 이자율을 연 15%로 낮추면 월 이자금액은 5천만 원 X 15%/12 = 625,000 원이 됩니다. 이자율을 낮춰 주면 이자뿐 아니라 원금도 조금씩이나마 갚아 나갈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받지도 못할 이자를 높은 이자율로 계산만 하고 그 금액이 연체 되어 연체 금액만 계속 커지는 것보다는 신용불량자의 금융재활을 돕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게 하면 이자도 받을 수 있고 원금도 상환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최고 금리를 고집하며 이자 한 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보다, 이자율을 조금 낮춰 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훨씬 나을 뿐 아니라, 낮춰 주었다고 하는 이자율도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서는 결코 낮은 금리가 아닙니다.

이러한 금융재활 프로그램은 안정적으로 어느 정도의 급여를 다달이 받을 수 있는 직업을 구하였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금융기관이 금리를 조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율적인 방안을 통하여 금융기관도 부실을 줄여 나가고 신용불량자도 자신의 신용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결과만 바라보고 통제하기보다는 원인을 분석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강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