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철지난 금융민주화- 2017. 12. 29.

jaykim1953 2017. 12. 30. 07:43


요즈음에는 조금 진정되었으나 지난 정권까지 자주 들을 수 있었던 구호 가운데 '경제 민주화'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는 다분히 정치적인 구호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2.11.23. 참조) 경제는 민주화의 대상이 아닙니다. 민주화란 구성원- 국민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선거를 하여도 국민 한 사람이 하나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덩치가 크다고 투표권이 둘이고, 덩치가 유난히 작다고 투표권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나 적은 사람이나 동등하게 한 표의 투표 권리를 행사합니다. 그런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경제에서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에서는 주주 개인에게 각 한 표의 선거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숫자만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해당 회사에 돈을 많이 투자한 사람의 발언권이 더 큽니다. 주주총회에서 아무리 많은 숫자의 주주가 반대의견을 내었더라도 찬성하는 주식의 수가 더 많은 의견이 의결이 됩니다.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던 사람들의 논리를 들어보면 다분히 사회주의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겉으로는 사회주의가 아닌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듯 합니다. 주로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 소득의 재분배 등을 목표로 하였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가 사회보장이라던가 복지제도에는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순수한 경제 논리에는 적용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의 우선순위를 생각할 때에 경제 논리는 당연히 투자 수익이 크고 신속하게 투자가 회수되는 것에 주목합니다. 그 반면 사회보장이나 복지를 목적으로 할 때에는 투자의 결과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고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우선시 됩니다. 이러한 개념과목적을 가진 것이 경제 민주화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름은 경제 민주화라고 지었지만 내용은 경제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분히 사회주의적인 가치 기준과 복지정책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들입니다.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이라고 이름 지어진 지난 시절의 많은 정책들은 보는 시각에 따라 경제정책이 아닌 복지정책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경제 논리가 아닌 사회 복지의 논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정책들입니다. 따라서 효과와 결과에 대한 평가도 경제 논리가 아닌 사회 복지의 논리를 기준으로 하여야 합니다. 경제 논리에 의하면 투자와 비용에 대한 효과는 수익성에 기초를 두게 됩니다. 그 반면 사회 복지를 목표로 하였다면 얼마나 많은 수익자에게 혜택이 돌아 갔는지, 그리고 수혜자 집단은 얼마나 그러한 사회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사회복지의 잣대입니다.


지금까지는 언론이나 위정자들의 주장에서 이러한 경제와 사회복지를 혼동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흔히 보았었습니다. 그런 논리가 잘 못되었음을 지적하는 것은 그들의 논리에 거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것입니다. 위정자들의 기세등등함은 섣불리 대응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에 저도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여 왔습니다. 그들만의 논리에 순응하지 않으면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의 최대치를 활용하여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을 제압하려 할 것입니다. 그런 일을 당할 것을 알면서도 저항하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별로 경제 논리에 부합하는 행동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은 특이하게 금융기관 가운데 의사결정 기구에서 표결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신용협동조합- 신협입니다. 신협은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에 해당하는 최종 의결기구로 조합원 총회가 있으며, 각 조합원은 1 1표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마다 출자금이 다를 수도 있으나 투표권만큼은 1 1표입니다. 다만 수익금을 배분할 때에는 출자금액에 따라 차등 배분을 합니다. 아마도 경제 민주화라는 용어가 적용될 수 있는 보기 드문 사례일 것입니다.


신협은 미국의 Credit Union과 유사한 금융기관입니다. 조합원들이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어 출자를 하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예금과 대출 업무를 수행합니다. 조합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신협과 금융거래를 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협이 매우 작은 금융기관으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Navy Federal Credit Union(url- https://www.navyfederal.org) 이나 United Service Automobile Association (USAA, url- https://www.usaa.com) 등은 주로 군인들을 주고객으로 하여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상당한 규모의 금융기관입니다.


우리나라의 신협은 각 신협의 규모만 작은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yonhapnews.co.kr/2017/12/22_쇠락하는 금융기관 신협) 이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신협이 설 땅을 잃어 가고 있는 이유를 정부의 금융 신용 정책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도 부분적으로는 이에 동조합니다.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에서는 많은 숫자의 작은 금융기관을 감독하고 관리하기 보다는 소수의 커다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금융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여 능률적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진정한 서민 사회 복지를 위하여서는 서민과 저소득층을 주요 고객 기반으로 하는 신협과 같은 소형 금융기관이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대형 은행,  2 금융권의 보험회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의 중대형 금융기관, 새마을 금고, 신협 등의 소형 금융기관이 각각의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각 금융기관의 사업 모델에 충실한 금융기법을 개발하고 영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금융기관의 사업 모델은 정부와 감독기관의 개입이 많아질수록 위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3.1.25. 참조)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규정과 제약으로 정부가 금융기관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려 한다면 이는 많은 부작용과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부가 최고 금리를 낮춘다고 모든 금융 소비자들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쓰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면 이는 순진한 발상임을 이미 여러 번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11.24. 참조) 가장 기초적인 경제 논리 가운데 하나인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암시장(暗市場)이 생긴다'는 사실을 간과하여서는 안 됩니다.


낮은 신용등급의 금융소비자를 돕겠다고 정부가 나서서 미소 금융과 햇살 론을 기획하고 시장에 내어 놓았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신협이나 마을금고보다는 대형 은행 혹은 그보다 조금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 정도에서 이러한 서민 금융을 취급하기를 원하였습니다. 그래야만 이러한 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의 숫자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만약 신협과 마을금고가 미소금융과 햇살 론을 취급하는 주요 금융기관이 되고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이들을 취급하지 않았다면 감독기관은 훨씬 더 많은 미소금융, 햇살론 취급 금융기관과 씨름하여야 하였을 것이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였을 것입니다.


정부와 금융 감독기관의 편의와 능률을 위하여 규모가 큰 금융기관에서 집중적으로 서민금융을 취급하게 되면 서민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기존의 금융기관인 신협과 마을금고는 고객을 빼앗기는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대형 금융기관에서는 새로이 거래를 시작하는 서민 금융 고객들에게 서민 금융 대출 뿐 아니라 보다 많은 금융 상품을 자신들- 대형 금융기관과 하도록 종용합니다. 예를 들어 각종 자동납부를 자신들의 은행에서 이루어지도록 한다던가, 체크 카드 또는 신용 카드 등을 개설하도록 요구합니다. 작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적금 등의 새로운 예금 거래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런 금융 수요를 대형 금융기관들이 빨아들이면서 신협과 마을금고 등은 고객 기반을 점차 잃어 가게 됩니다. 그렇다고 신협이나 마을금고와 같은 소형 서민 금융기관이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서 아예 없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소형 금융기관도 충분히 존재의 이유가 있고, 그러한 금융기관을 필요로 하는 금융 소비자도 있습니다.


미국의 예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닐 수도 있으나 금융 선진국이라는 의미에서 미국의 신협 운영 행태를 눈여겨 볼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신협(credit union)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아마도Navy Federal (Credit Union) 일 것입니다. Navy Federal은 이름에는 해군 (Navy)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해군 뿐 아니라 육해공군 해병대를 총망라하여 군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금융기관입니다. Navy Federal은 군인들의 특성상 근무지를 자주 옮기는 것을 감안하여 고객의 주거지 이동에 따른 계좌 관리 서비스를 해주고 있습니다. 근무지를 옮기더라도 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데에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하고, 특히나 은퇴 후를 대비한 연금 자산 등의 관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주로 군 부대에서 멀지 않은 곳, 또는 아예 군부대 영내에 영업점을 설치하여 자신들이 타겟으로 하는 금융소비자에게 최대한 접근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객들이 재무분야에는 어두운 비전문가임을 감안하여 이들에게 전문적인 금융 서비스와 재정설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무 설계사(Financial Advisor)를 각 점포에 배치하고, 고객이 근무지를 옮기게 되면 신속히 새로운 근무지의 재무설계사와 연결시켜 줍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해 봄직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군인공제회라는 연금 운용기관이 있으나 이의 운용은 거의 정부주도하에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퇴직연금을 제외한 군인들의 일반적인 금융 수요는 일반 금융기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사들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에는 교직원공제회가 있어서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합니다. 퇴직연금이 아닌 일반 금융 수요는 교사들 각자 알아서 일반 금융기관에서 해결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신협과 같은 형태의 금융기관의 비즈니스 모델은 직업인 중심 혹은 직종별 신협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니라나의 금융감독기관은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모든 일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통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다 다양한 금융 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서는 규모가 작더라도 특화된 금융기관이 필요합니다규모가 작은 금융기관에 관하여서는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미 여러 번 경험하였던 저축은행 사태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2. 11. 9. 참조) 저축은행에 관하여서는 금요일 모닝커피에서도 여러 번 다루었습니다. 제가 지적하였던 저축은행의 문제점은 저축은행이 저축은행답지 않은 영업을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역의 소규모 금융기관으로서 저축은행이 자리매김하였더라면 지난 세월에 겪었던 그런 사태들은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축은행이 마치 대형 금융기관인양 초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가담하고, 거액의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영업 모델을 잘 못 적용한 것이었습니다. 저축은행은 저축은행 답게 운영되었어야 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신협이나 마을금고도 신협은 신협 답게, 마을금고는 마을금고 답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의미도 확실하지 않은 경제 민주화 같은 구호 보다는 다양한 금융 수요에 맞춰 다양한 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하는 금융이 활성화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협, 마을금고와 같은 소형 금융기관들이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금융감독기관에서 이들을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이루어지기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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