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정의(正義)는 이긴다.- 2018. 9. 21.

jaykim1953 2018. 9. 22. 06:50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적폐청산, 정의구현 등의 구호가 난무합니다. 이런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동안 우리나라 사회가 얼마나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며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였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세상 일이라는 것이 이렇듯 옳고 그른 것,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칼로 베듯 일도양단(一刀兩斷) 할 수 있는 것인지 되씹어 보게 합니다. 그렇지만 일단은 정의(正義)를 구현한다는 대의명분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정의에 관하여서는 미국의 서부 영화보다 더 확실한 본보기는 없을 것입니다. 항상 정의는 이기고, 불의는 엄히 징벌합니다. 정의와 불의가 마주하고 권총 대결을 하여도 항상 정의의 편에 선 사람이 총을 빨리 뽑고 불의의 악당은 먼저 총에 손을 대지만 총을 뽑는 동작에서 찰나의 차이로 정의의 총알에 희생됩니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뿐 아니라 TV에서 시리즈로 방영하는 TV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0 년쯤 전에는 우리나라 TV 방송이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유일한 공중파 TV는 주한 미군을 위한 AFKN (American Forces Korean Network)이라는 방송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케이블 TV는 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이었습니다. AFKN은 당연히 자국 군인을 위한 영어 방송이었고 미국 국내 TV 방송에서 방영중인 TV극을 방송하였습니다. 그 당시 AFKN TV에서 방영하던 TV극 가운데에는 서부를 배경으로 한 많은 서부활극이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몇 개의 서부 배경 TV극이 있습니다;

-      Have gun will travel.

-      Wanted- Dead or Alive

-      Gunsmoke

-      Rawhide

-      Bonanza

등이 있습니다.

Have Gun Will Travel은 검은 옷을 입고 콧수염을 기른 총잡이가 서부의 악당들을 차례로 무찌르는 전형적인 권선징악(勸善懲惡) 형의 서부극이었습니다. (Have_Gun_Will_Travel- intro) Have Gun Will Travel이라는 제목의 뜻은 총잡이가 돌아다닌다.’ 또는 총잡이가 순찰한다.’ 라고 해석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리차드 분 (Richard Boone)이 연기한 주인공은 항상 차갑고 냉정하며 흥분하는 일이 없고 모든 상황을 다 예측하는 능력이 있었고 누구와 결투를 하여도 주먹으로나, 총 대결에서나 항상 이기는 슈퍼 히어로였습니다. 뻔한 결말이지만 그래도 모두들 열심히 보았고 결국 정의가 승리하는 쾌감을 맛 보았습니다.

Wanted- Dead or Alive는 초기 무명 시절의 스티브 매퀸 (Steve McQueen)이 출연하였던 TV 시리즈였습니다. ‘Wanted- Dead or Alive’ 현상수배- 생사불문 이라는 의미입니다. (Wanted- Dead or Alive_intro) 제목대로 그는 현상금을 노리고 현상수배범을 잡으러 다니는 바운티 헌터 (bounty hunter)입니다. 남북전쟁에서 패한 남군의 패잔병 가운데 한 사람이었으며, 그가 가지고 있는 윈체스터 1892 메어스 레그 (Winchester 1892 Mare’s leg) 라 불리는 소형 소총은 그 특이한 모양으로 인하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Chiappa Firearms - 1892 Lever-Action Mare's Leg Carbine (Color Case) 45LC/9"BBL) 일부 총기 전문가들은 스티브 매퀸이 이 TV 시리즈에서 차고 나오는 혁대의 총알들은 그가 가지고 있는 총에 맞지 않는 큰 총알들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시각적인 효과를 위하여 조금 더 큰 총알을 혁대에 차고 나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내용은 주로 현상수배범인 악당들을 쫓아가 결투를 벌이고 그들을 잡아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부분 산 채로 잡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또한 전형적인 미국의 서부극 권선징악 스토리들이었습니다.

Gunsmoke 은 동네 보안관인 주인공이 악당들의 횡포로부터 그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이야기입니다. (Gunsmoke_intro) 제 기억으로는 주인공의 덩치가 무척 커서 그가 타고 다니는 말이 왜소해 보일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의 조수 역할을 하는 사람은 한 쪽 다리가 장애여서 무릎을 굽히지 못하였는데 그래도 신기할 정도로 말은 잘 탔습니다.

Rawhide 는 제목 그대로 소떼를 모는 가죽 채찍을 의미하며, 소를 몰고 다니는 진정한 카우보이들의 이야기였습니다. (Rawhide_intro) 이 또한 어떤 서부극이나 마찬가지로 권선징악의 내용들이었습니다. 로하이드에 출연하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는 후에 소위 스파게티 웨스턴 (spaghetti western)이라 불리는 이태리에서 제작된 서부 배경 영화에 출연하면서 크게 이름을 날리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다양한 영화의 제작, 감독, 주연을 하면서 더욱 명성을 쌓았습니다. 로하이드 는 처음 시작과 끝 부분에 주인공인 카우보이 대장이 무리를 향해 ‘Head’em up and move’em out’ 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Rawhide-opening & ending, 이 동영상 1분 시점에 그 장면이 나옵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는 마치 카우보이 대장이라도 된 듯이 이 장면을 흉내내면서 뜻도 모르는 채 헤렘 업 앤 무벰 아웃 이라고 소리치며 놀기도 하였습니다.

Bonanza는 부유한 아버지와 그의 세 아들이 생활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 TV 시리즈였습니다. (Bonanza_intro) 이 또한 다분히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스토리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서부극에서는 한 눈에 악당과 주인공이 가려지고, 정의와 불의가 분명합니다. 악당들은 주인공에게 혼이 나고 정의는 불의를 이기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집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지난 주에 발표된 부동산 대책들을 보면 평균보다 큰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두 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악의 화신이라도 된 양 여러 가지 불이익과 징벌적인 재정 부담을 각오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mk.co.kr_종부세 최고 3.2%)

이 번에 발표된 대책을 보면 주택을 보유하는 것을 죄악시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런데 주택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에 꼭 필요한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하나입니다.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잘 못은 아니고 큰 집을 가졌다고 하여 징벌적인 재정적 불이익을 받아야 할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잘 잘못을 가리는 분명한 기준과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부족한 제 생각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면 오히려 주택 거래에 따르는 거래세- 취득세, 등록세 등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한 집에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하고 거주를 목적으로 또 다른 주택을 매입하여 이사를 가면 세제상의 불이익이 없도록 보호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주택 규모를 늘려 가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주택의 규모별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거래세가 높고, 제약이 많게 되면 소위 똘똘한 한 채를 장만하여 그 집에 계속 눌러 살아야 합니다. 당장 필요한 규모보다 큰 집을 장만하려 하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되면 주택 시장에 공급도 줄고 수요는 중형 이상 대형으로 쏠리게 됩니다. 그러면 각 계층별로 공히 수요와 공급이 모두 불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부동산 가격은 거래가 활발해지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그러한 시장의 균형회복 기능을 기다려 본 적이 없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조금이라도 빠르게 상승한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황급히 (너무 일찍) 시장에 개입합니다. 인위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을 크게 왜곡시키고 맙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됩니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더 크고 전반적인 경제운용에서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실례를 살펴 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정부의 직접적인 부동산 시장 개입은 찾아 보기 힘듭니다. 금리를 조정하거나, 금융기관의 부실 관리 등을 통하여 간접적인 영향력이 시장에 미치기는 합니다. 미국의 주택 가격 움직임을 보면 2000 1월을 100으로 하였을 때에 1987 1 63.75였으며 2018 6월 기준으로 204.48에 이르렀습니다. 3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3.2배의 상승이 있었습니다. (미국 주택 가격 움직임 1987~2018 참조) 이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CPI)의 같은 기간 동안 상승률이 2.27배 임에 비추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USinflationcalculator.com/consumer-price-index 1913-2018 참조) 투자의 ABC 가운데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투자로 부동산을 추천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주택 가격도 전반적인 물가를 형성하는 요소 가운데 주요한 요소입니다. 의식주의 한 기둥을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주택의 가격을 군사 작전하듯 잡으려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주택가격 상승이 마치 불의의 화신이고 이를 잡는 정부당국의 정의의 사도처럼 행동하는 것이 과연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는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족을 달자면, 정부의 정책에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과 2%의 국민에게만 과도한 세금이 부과된다며 정책을 합리화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 (관련기사: 종부세 과세폭탄대상은 2%) 중과세 대상이 되는 2%의 국민도 이 나라 국민이며 숫자는 100만 명이 됩니다. 소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과도한 세금을 지우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서부의 총잡이에게도 지켜지는 규칙이 있습니다. 아무리 악당이라 하더라도 그의 등 뒤에 대고 총의 방아쇠를 당기지는 않습니다. 항상 정정당당하게 마주 보고 총을 뽑습니다. 더구나 한 나라의 정책은 더욱 정정당당하고 소수라 할지라도 국민의 아픔을 보살피고 품어 주어야 합니다. 국민에게 과도하게 아픔을 주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듯 하여 보기에 안타깝습니다.

지금의 정부 대책도 나름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일 것입니다. 보다 현명한 정부의 대처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동산 정책의 결과가 국민들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는 합리적이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부동산 가격이라는 것이 서부의 총잡이가 결투하듯 대응하여서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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