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Kathrine Switzer- 2018. 10. 12.

jaykim1953 2018. 10. 12. 10:46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면 쉽지 않은 일을 개척해 나간 파이오니어(pioneer)를 자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사람 가운데 캐스린 스윗처 (Kathrine Switzer)라는 여성이 있습니다. 1947년생이니 지금 만 71세입니다. 원래 독일 태생의 미국인입니다. 그녀는 여성이 마라톤을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여성인 동시에 남성만이 출전 허용되던 보스턴 마라톤에 처음 참가한 여성입니다. 그녀의 첫 보스턴 마라톤 출전에 관한 영상은 그녀의 설명과 함께 유투브 (Youtube)에 여러 건이 올라와 있습니다. (youtube.com_Kathrine_Switzer 참조)

 

그녀가 처음으로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한 것은 1967년입니다. 그 전에는 70년 동안 남성만이 참가할 수 있었던 대회였습니다. 그녀는 참가자 등록을 할 때에 여성 이름을 사용하면 자신이 여자라는 것이 발각 날 것을 우려하여 이름을 모두 쓰지 않고 이니셜만을 사용하여 K. V. Switzer 라고 등록하여 백 넘버 261 번을 받았습니다. 그날은 마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기온이 낮아 많은 사람들이 후드를 눌러 쓰고 추리닝 겉 옷을 입고 있어 그녀도 비슷한 복장으로 군중들 속에 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하자 후드를 벗고 비록 단발이지만 한 눈에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머리 모양과 몸매로 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 경기 임원이던 작 셈플 (Jock Semple)이라는 사람은 경기 도중에 달리고 있는 선수들 사이로 뛰어 들어와 그 녀를 붙잡고 그녀의 백 넘버를 뜯으려 하였습니다. 마침 그녀와 함께 뛰고 있던 그녀의 남자 친구 탐 밀러 (Thomas Miller)가 작 셈플을 밀어서 그녀에게서 떼어 놓았습니다. 그녀는 계속 뛰었고 작 셈플은 한 동안 그녀를 뒤쫓아 왔으나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완주하였습니다. 기록은 비록 4시간이 넘었으나 그녀는 보스턴 마라톤에서 완주한 첫 여성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 이후 공식적으로 여성 마라토너가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한 것은 그녀의 첫 출전으로부터 5년 후인 1972년이었습니다. 1967년 그녀가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도움을 준 그녀의 남자친구 톰 밀러와는 그녀의 첫 출전 다음해인 1968년 결혼하였으나, 5년 후인 1973년 이혼하였습니다. 그리고 1975년에는 다시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하여 그녀의 최고 기록인 2시간 51 37초에 완주하였습니다. 그녀는 보스턴 마라톤의 기록에 영원히 남을 여성 마라토너 개척자입니다.

 

금융상품 가운데에도 기존의 고정관념과 틀에서 깨어나간 상품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스왑(Swap)입니다. 통화 스왑 (currency swap), 이자율 스왑 (interest rate swap) 등이 그 것입니다. 스왑은 1981년 세계은행 (IBRD 혹은 World Bank) IBM간에 처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 9. 22. 참조) 스왑이라는 거래 형태가 선을 보이기 전까지는 자산과 부채의 통화가 다르거나 이자율 베이스(base)가 다르면 이를 헤지(hedge)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자산과 부채를 갖는 방법을 사용하여야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하게 자산 규모가 커져서 자산 수익률(return on assets)이 현저히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스왑 거래를 하면 가상의 원금 (notional principal)에 계약 이자율 또는 환율을 적용하여 이자를 교환하게 되므로 자산 규모는 늘어나지 않고 우발채무 (contingent liabilities)만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혁신적인 거래는 1981년에 처음 이루어졌고, 1980년대 초, 중반에는 스왑 거래의 전성기를 구가하였습니다. 저도 1983~84 Bank of America의 본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수 많은 스왑 거래를 검토하였고, 스왑 거래를 통한 자산-부채 관리 (Asset Liability Management; ALM)기법을 공부하였습니다. 이자율과 환율의 변동에 따른 손실 발생 가능성을 헤지하기도 하고, 전반적인 자산-부채의 구조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데에도 스왑을 이용하였습니다.

 

1981년은 제가 Bank of America 싱가폴 (Singapore)로 연수 (OJT: on-the-Job Training)를 갔던 해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 Bank of America의 아시아 지역 자산-부채 관리 본부가 싱가폴에 있었습니다. 제가 싱가폴에 연수 가 있던 시절 Bank of America의 아시아 지역 자산-부채 관리 책임자는 독일인인 Horst Magiera 였고, 그에게 보고하는 책임자급 임원으로 S. S. Leong 이라는 중국계 싱가폴 사람이 있었습니다. S. S. Leong은 그 당시 40대 중반 정도의 나이였고 경험도 많고 아는 것이 많아 Horst Magiera 의 신임이 두터웠습니다.

 

제가 싱가폴에서 연수를 받으며 S. S. Leong과 열 띈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자율 스왑을 하게 되면 가상원금에 대하여 자산과 부채에 한 쪽에는 변동 이자율, 반대쪽에는 고정 이자율로 이자를 계산하여 미지급 이자(未支給利子: interest payable)와 미수 이자(未收利子: interest receivable)로 계상해 놓게 됩니다. 매달 말 이자 계산 (accrual)을 하게 되면 부채인 미지급 이자와 자산인 미수 이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들은 모두 자산과 부채를 늘리는 효과를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 이자 수도일에는 두 이자금액의 차액만을 정산합니다. 미지급 이자를 모두 지급하고 미수 이자를 모두 받는 것이 아니라 두 금액의 차액만을 주거나 혹은 받는 것입니다. 저는 S. S. Leong과의 토론에서 불필요한 자산과 부채의 증가를 피하는 목적도 있고, 또 실제 거래가 이자의 차액만을 주고 받으므로 장부에 두 이자금액의 차액만을 미지급 이자 또는 미수 이자로 계상(計上)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S. S. Leong도 나름 소신이 뚜렷하여, 비록 가상 원금이지만 원금이 있으니 그에 따른 이자 금액을 모두 계상하여야 나중에 검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이자와 미수 이자를 모두 전액 계상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결정권을 쥔 Horst Magiera S. S. Leong을 신임하여 그의 의견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1983년에 상황이 반전되었습니다. 제가 Bank of America 의 본점에서 자산-부채 관리 정책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IMPC (International Money Policy Committee: 국제 자금 정책 위원회)의 총무 (secretary general)가 되어 정책 결정 회의에 직접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에는 이자 계상에 대한 확실한 방침이 없었습니다. 스왑 거래가 처음 발생한 것이 불과 2년 전인 1981년이었으니 회계 정책이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제가 정책 초안을 만들면서 스왑 거래의 본질 가운데 하나가 불필요한 자산과 부채의 규모를 줄이자는 의도가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따라서 이자 계산도 불필요하게 자산과 부채 모두를 계상하지 말고 차액만을 계상하도록 하였습니다. 어차피 수도일에는 차액만을 주고 받게 되므로 실제 지급하거나 또는 받게 되는 금액을 계상하여 놓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본점의 회의라는 것이 대개 다 그렇듯이 특별히 민감한 이슈가 아니면 실무자가 올리는 초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이자 계상 건은 저의 제안대로 차액만을 계상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 날 저녁 늦은 시간에 저는 싱가폴로 전화를 하여 S. S. Leong과 통화하였습니다. 본점의 IMPC 위원회 위원들이 저의 논리에 동의해 주었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찌 보면 속 좁은 보복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거의 모든 은행들이 이자금액을 차액만 계상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금액을 자산과 부채로 계상한다고 합니다. 수도일에 주고 받을 때에만 차액을 주고 받을 뿐 장부에는 미지급 이자와 미수 이자 전액을 모두 계상한다는 것입니다.

 

캐스린 스윗처는 자신의 용감한 행동이 전 여성에게 희망을 주고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녀는 진정한 파이오니어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소심한 보복이나 하였을 뿐 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은 S. S. Leong과 생각이 같았던 것입니다. 저는 결코 파이오니어가 아니었습니다.

 

수도일에 주고 받을 금액을 계상하는 것보다는 가상 원금에서 발생하는 미지급 이자와 미수 이자의 금액 전체를 장부에 계상하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까운 회계 원칙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