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위기 경영- 2018. 11. 2.

jaykim1953 2018. 11. 2. 06:46



며칠 전 국내 증권업계에는 한 장의 증권가 소식지 (일명 찌라시)에서 비롯된 뉴스로 인하여 커다란 소동이 있었습니다. 그 뉴스의 내용은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한 곳이 미국의 대북 제재에 따른 세컨더리 보이콧 (secondary boycott) 대상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 늦은 시간에 우리나라 정부와 미국측에서 모두 이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일단락 되었습니다. (관련기사: joins.com_2018/10/31_세컨더리 보이콧)

이 소식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있을 수 있는 개연성에 대하여 상당한 의심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금융계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는 뉴스이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어느 한 금융기관이 세컨더리 보이콧에 의한 제재를 받게 된다면 해당 금융기관은 미국 달러화의 거래가 불가능해집니다. 미국 달러화를 움직이려면 미국 내에 달러 계좌를 가지고 있어서 그 계좌를 통하여 달러 자금이 움직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제재로 미국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의 금융기관과 거래가 불가능해지면 미국 달러화가 연계된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그 금융기관은 국제금융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국제금융 거래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로부터 외면 당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 뿐 아니라 미국의 제재가 세컨더리 보이콧에서 끝나지 않고 터셔리 보이콧 (tertiary boycott)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초의 제재 대상인 북한의 기업, 개인과 거래한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가 2 단계-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면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과 거래한 기업, 금융기관에 대하여서 3 단계- 터셔리 보이콧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 세컨더리 보이콧의 제재 대상이 된 금융기관과는 아무도 거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만에 하나라도 실제로 발생한다면 이는 해당 금융기관에게는 곧 재앙이 될 것이며, 그로 인한 경제계 전반에 끼치게 될 충격 또한 매우 클 것입니다. 해당 금융기관과 거래해 오던 기업들은 기존의 금융기관 거래를 새로운 곳으로 옮겨야만 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저의 첫 직장 경험은 매우 운이 좋았습니다. 1970년대 말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나 성숙도가 세계의 선진국 대열에서 많이 뒤떨어져 있던 시절에 저는 다행히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에서 일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과 추세, 사건, 사고, 신상품 등에 대하여 별 어려움 없이 정보를 입수하고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본점에서 각 지점으로 방대한 양의 정보와 대책을 공급하여 주어 지점에서 근무하던 저를 비롯한 많은 직원들이 본점의 도움으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최신 시장 소식을 접하고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특히 정보 기술이 지금과 같이 발달하지 않아 국내 금융기관들은 해외 금융시장의 정보를 적시에 공급 받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시장 정보뿐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전략까지도 적시에 적절하게 공급 받았습니다.

1995년 저의 고객사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컨설팅을 하면서 저는 국내 기업들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상이 지금보다 더 열악하던 때였습니다. 외국의 현지 법인, 사무소 등에서 정보를 입수하여 국내 본사에 공급하고 본사에서 이를 분석하여 대응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해외에서의 정보 수집 능력도 상대적으로 열악하였고, 본사의 분석 및 대응 전략도 지금에 비하여 많이 뒤쳐져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세계 경제의 커다란 흐름 속에 살아남아야 하였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였습니다. 외국 금융기관의 본사에서 제공해 주는 정보와 대책에 의존하는 것에 익숙해 있던 저는 제 고객사의 힘겨운 노력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5년 전 제가 대학교 2~3학년 때였습니다. 그 당시 어느 노교수님의 강의 시간 중에 교수님이 어느 학생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질문의 내용은 정확히 기억 나지 않으나 답변을 하기에는 주어진 정보가 조금 부족하였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받은 학생이 쩔쩔매며 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 교수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OO , 만약 OO군이 사장님이라면 지금 OO군의 회사는 OO군의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사장님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투자해 놓은 공장, 건물, 시설 등에 대한 기회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직원들의 인건비, 전기세, 각종 운영비는 계속 지급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무 결정도 못하고 있다면 차라리 회사 문을 다는 것이 낳습니다. OO군 뿐 아니라 여기 있는 여러분들이 세상에 나가서 책임 있는 자리에 앉게 되면 많은 의사결정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항상 의사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경우에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것이 사업이고, 회사의 경영입니다.”

이 때에 그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제게 커다란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소위 불확실성의 시대에서의 기업 경영을 바로 이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세컨더리 보이콧 소문이 사실로 판명되지는 않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야 할 필요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지금의 세계 경제는 미-중 무역 전쟁 (US- China trade war 또는 Sino American trade war) 속에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있는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미국의 압박에 대처하는 중국의 대응 전략, 또 그에 맞대응하는 미국의 추가 압박 등등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 속에 각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효과와 영향을 미리 계산하고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3~4 달 전의 기사입니다만, -중 무역 전쟁의 피해(?)를 입게 되는 국가들을 리스트하여 놓았습니다. (관련기사: businessinsider.com/china-us-trade-war-countries-affected-2018-7) 이 기사를 보면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들, 또 해외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이 기사에서 언급한 10 개의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가장 큽니다. GDP가 연간 1조 달러를 초과하는 구모입니다. 그렇지만 규모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경제가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매우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기사에 열거 되어 있는 나라들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인구GDP 1인당 GDP 
인구수순위금액순위 금액 순위
Luxembourg60만164$ 72 십억71 $    120,0611
Taiwan2,350만53$ 603 십억22 $     25,53435
Slovak Republic545만116$ 111십억65 $     20,50841
Hungary980만92$ 156 십억58 $     16,01654
Czech Republic1,060만84$ 238 십억49 $     22,46840
Republic of Korea5,150만27$ 1,693 십억12 $     32,77529
Singapore560만113$ 350 십억41 $     61,7668
Malaysia3,205만44$ 365 십억38 $     11,23762
Iceland35만172$ 27 십억142 $     75,7005
Ireland460만122$ 191 십억55 $     41,68016

(*주: 기사 내용을 보면 룩셈부르크의 1인당 GDP는 카타르에 이어 2위라고 하였으나, 2018년 추정치로는 1위입니다.)

대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벅찬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증권업계에 오가는 작은 소문도 놓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가능성을 계산하기 보다는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사태에 대비하여야 합니다. 컨틴전시 플랜 (contingency plan, 비상 대책)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아마도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보도 부족할 뿐 아니라 이러한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는 능력도 벅찰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또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모든 도움과 지원을 동원하여 지금의 비상사태에 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에 불어 닥친 어려움을 소위 삼중고 (三重苦)라고 이름 짓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joins.com_2018/10/18_신3) 유가(油價)와 환율(換率), 금리(金利) 3 가지가 상승하면서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30년 전 삼저(三低, 저유가, 저달러, 저금리)가 우리나라 경제의 중흥기를 이끌었다면 지금의 삼중고는 그 당시의 정확히 대척점에 해당되는 상황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어렵게만 만들고 있습니다.

정보 수집과 대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생존을 위하여서는 결코 주저 앉아서는 안 됩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변의 모든 조력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여야 합니다.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가용한 정보를 이용하여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고 회사를 멈추지 않고 돌아가게 하여야 합니다. 위기(危機)는 위험(危險)을 수반한 기회(機會)라고도 합니다. 이 글의 독자분들께서 모두 지금 우리가 닥친 어려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시고 더욱 사업이 번창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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