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캐딜락- 2018. 11. 9.

jaykim1953 2018. 11. 15. 21:14



약 한 달 전의 일이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 캐딜락(Cadillac) 승용차 시승 행사가 있다는 광고가 올라 왔습니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호기심에 응모하였습니다. 응모 과정에 응모 사유를 쓰는 칸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 제가 썼던 글을 옮겨 보겠습니다.

저의 선친께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GM 한국 대리점 (Agent)을 하셨고, 한국 전쟁이 끝나던 해 1953년에 이승만 대통령의 전용 차량인 캐딜락을 수입하셨던 분입니다. 저의 선친께서는 대통령 전용 차량을 수입하실 때에 똑 같은 차를 2 대 수입하셔서 한 대는 이승만 대통령의 전용 차량으로 판매하고 다른 한 대는 당신의 차로 사용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으로 타게 된 저희 집 자가용은 캐딜락이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 미국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렌트 카로 간간이 캐딜락을 탔던 적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타 보지 못 하였습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최근의 캐딜락은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조금은 엉성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그런데 시승행사에 당첨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2 주 전 금요일 10 26일 오전에 캐딜락 매장에 가서 신형 캐딜락 CT6을 받아서 24시간 동안 시승하였습니다.

캐딜락은 미국의 대통령이 전용 차량으로 사용하는 비스트 (Beast)를 제작하는 브랜드입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캐딜락의 지위는 단연코 최고의 자리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그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라고 알려진 이병철 삼성 회장께서는 독일제 벤츠 승용차를 타셨습니다. 이병철 회장께서는 벤츠를 타시는데 왜 저의 선친께서는 캐딜락을 타시는지 제가 여쭤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희 선친께서 해 주신 말씀은;

미국은 승전국(勝戰國)이고 독일은 패전국(敗戰國)인데 승전국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패전국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보다 더 기회가 많다. 그래서 아버지는 미국 회사들과 거래를 하고, 미국 물건을 취급하고 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1950~60년대까지는 저의 선친 말씀이 맞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라인강의 기적 (Miracle on the Rhine) 이라 불리는 독일의 전후 복구를 거치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히나 자동차 산업에서는 미국과 독일 사이에 역전(逆轉)이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은 미국에서도 고급차라고 하면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캐딜락은 고급차의 대열에서는 살짝 벗어난 대중적인 차 가운데 좋은 차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세계 제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 조차도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을 앞질러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캐딜락이 그래도 나름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미국의 대통령 전용 차량이 캐딜락이라는 것입니다. 전세계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의 대통령은 대체로 자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전용 차량으로 사용합니다. 프랑스의 새로운 대통령 마크롱은 지난 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자신의 전용 차량으로 대중적인 씨트뤤(Citroen)의 서브 브랜드 (Sub-brand) DS SUV DS7을 선택하였습니다. (관련기사: DS7 for President Emmanuel Macron) 과거에는 주로 퓨조(Peaugeot) 혹은 르노 (Renault)의 고급 모델을 사용하였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서민적인 차를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국의 총리는 전통적으로 영국의 고급 승용차인 재규어(Jaguar) 차종 가운데 한 가지를 사용하고, 영국의 여왕은 최고급 자동차인 롤스 로이스 (Rolls Royce)의 최고급 차종을 탑니다. 일본에는 두 개의 최고급 차량 모델이 있습니다. 닛산의 프레지던트 (President)와 토요타의 쎈츄리 (Century) 입니다. 그 가운데 토요타 쎈츄리가 현재 일본 천황의 차량으로 쓰이고, 일본 수상은 렉서스의 최고급 모델인 LS를 타고 다닙니다. 스웨덴의 국왕은 Volvo의 최고급 모델인 S-90을 전용차량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각국의 정상들은 여러 대의 차량을 사용하고 있으나 상징적으로 자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공식석상에 주로 이용하려고 합니다.

지난 6 12일 역사적인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싱가폴에서 열렸을 때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사용한 차량은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의 마이바흐였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세계 국가의 정상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량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정상들로부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좀 더 고급스럽고 한 발 앞선 기술력으로 각국 정상들의 기호를 충족시키면서 기술력을 더욱 발전 시키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중간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전용 차량인 캐딜락 비스트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여주면서 자랑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세계 전자제품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제품들이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여 있고, 가격 또한 가장 비싸게 팔리고 있으나, 지금으로부터 30년 전까지만 하여도 우리나라 회사들이 만든 전자제품들은 진열대의 뒷자리, 눈에 잘 안 띄는 위치에 놓여 있기 십상이었습니다. 그 시절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이 직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외국의 소니(SONY), 파나소닉(Panasonic) 등 굴지의 전자회사 제품과 필적할 만한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때 생산을 담당하던 임원의 대답은:

시제품으로 한 두 대의 제품을 만든다면 전세계 어느 제품에 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 수 있으나 대량 생산을 하게 되면 품질관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당시 그 임원의 말이 오늘의 캐딜락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캐딜락이 만든 미국 대통령 전용 차량 비스트는 전세계 어느 국가 원수의 전용 차량과 비교하여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양산(量産) 과정을 거쳐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고급차 시장에서는 캐딜락이 경쟁에 뒤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단 한 대의 국가 원수 전용 차량을 잘 만드는 것은 가능하여도 양산 체제를 갖춰서 대량 생산을 하게 되면 품질관리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때 우리나라 자산운용 시장에서 스팟 1호 펀드, 또는 투신상품 1호는 실적이 좋지만 2호 또는 그 이후의 후속 상품은 실적이 좋지 않다는 통설이 있었습니다. 처음 시장에 첫 상품을 내어 놓을 때에는 홍보를 위하여서도 전심전력으로 투자 수익을 올리도록 애쓰고 전사적(全社的)으로 해당 상품의 수익을 올리기 위한 지원이 있게 마련이었습니다. 그러나 2, 3호로 이어지고, 뒤 이어 나오는 상품까지 모두 전사적으로 후원하기에는 역량이 뒷받침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1호 상품의 수익률은 좋았으나 후속으로 이어지는 상품은 1호 상품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그 당시 스타로 떠오른 펀드 운용사의 CEO가 일종의 스윙펀드 (swing fund, 투자자산의 배분에 원칙을 정하지 않고 시장상황에 따라 한 분야 또는 소수의 종목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펀드) 형태로 펀드를 모집하였습니다. 이 펀드를 모집하기 전까지는 이 회사의 펀드는 국내 자산운용 시장의 슈퍼스타로 떠오르며, 이 회사CEO의 한 마디로 시장 전체가 움직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때 모집한 펀드는 발매 1년 만에 50%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여 자산 가치가 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 이후 조금씩 실적이 개선되었습니다. 개설 7년이 지난 지난 2014년에야 겨우 원금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펀드가 발매 초기에 조성된 자금 규모는 4조 원에 달하였었습니다. 현재의 펀드 규모는 자산 가치 기준으로 약 4천 억 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관련기사: mk.co.kr_2017/10/24_인사이트 펀드 10) 4조 원이나 되는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여 남다른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은 규모의 펀드 수익률을 올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마치 캐딜락이 제작한 자국의 대통령 전용 차량 비스트는 전세계 어느 나라의 국가 원수 전용 차량에 비교하여도 뒤지지 않지만 대량 생산되는 고급차 시장에서는 캐딜락 브랜드가 최고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금융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한 가지 상품의 실적을 높이기 위하여 전사적(全社的)인 지원을 한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상품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십상입니다. 자기 회사의 모든 상품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회사 전체의 경쟁력이 갖추어져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한 가지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에 앞서서 회사 전반적인 실력을 먼저 갖추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