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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의 지혜- 2018. 11. 23.

jaykim1953 2018. 11. 23. 21:57



최근에 인터넷에서 재미 있는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이미 4~5년 전에 쓴 글입니다. 이 글은 오래 전에 어느 신문에 실렸던 적이 있는데 저는 그 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관련 글: 열대지방 양봉)

이 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느 양봉업자가 열대지방에는 일년 내내 꽃이 피어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벌통을 열대 지방으로 옮겨 일년 내내 꿀을 채취하였다. 처음 1 년은 성공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에는 벌들이 꿀을 모으지 않으나 열대지방에서는 계속 꿀을 모았던 것이다. 그러나 불과 2~3년이 지나지 않아 벌들은 꿀을 모으지 않았고, 양봉업자는 망하고 말았다. 이유는 겨울이 오지 않으니 벌들이 꿀을 모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여 꿀을 모으지 않더라는 것이다.

벌들이 꿀을 모으는 이유는 겨울 동안 먹을 양식으로 비축하는 것입니다. 열대지방에서는 겨울이 오지 않으므로 겨울에 먹을 꿀을 비축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무 때고 필요할 때에 날아 나가서 꽃 속에 있는 꿀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데 애써서 비축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간 사회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먹을 것, 입을 것이 풍부하고 들어가서 비를 피하고 추위를 면할 집이 있다면 사람들은 애써 돈을 모으고 저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언젠가 먹을 것이 떨어지고, 입을 옷이 없고 또 들어가 있을 집을 구하지 못할까 봐 저축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공포가 저축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사람들은 저축을 합니다. 만약 사람이 살아가면서 먹고 사는 것, 옷을 걸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고, 집 걱정도 없다면 구태여 저축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20년쯤 전에 우리나라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였던 경제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 때에 TV에는 급격한 경제적 곤경에 빠져 가정이 파괴되고,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길거리를 방황하는 사람들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TV에 나온 40대 초반의 가장은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어렵사리 얻은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컵 라면을 구해서 아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기자는 그 남자에게 지나간 사정 이야기를 물어 보았습니다.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고 갑자기 실업자가 되었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여서 신용 카드 대금과 주택 대출을 갚지 못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길거리에 나 앉게 되었고, 부인은 딸을 데리고 처가의 친척집으로, 자신은 아들을 데리고 자신의 친척집으로 갔다가 눈치가 보여 한 달도 안 되어서 길거리로 나오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자가 다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남자는 버럭 화를 냈습니다. “지금 당장 아침 한 끼니도 동전 하나 구걸해서 때웠는데 점심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 계획은 무슨 계획 이냐고 하면서 아들을 데리고 떠나 갔습니다.

이 때 이를 보던 제 조카가 제게 물었습니다. “삼촌 저 사람은 은행에 돈을 맡겨 놓은 것이 없대요?” 그렇습니다. 사람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저축을 하여야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쯤 전에 제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 주변 사람들과 나누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금년에 1억원을 벌었다고 내년에도 1억원을 번다는 보장이 없다.’

그 당시 1억 원이라는 돈은 월급쟁이에게는 무척 큰 돈이었습니다. 실적이 좋으면 보너스를 받아서 연간 수입이 1 억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금년에 1억 원을 받았다고 하여서 다음 해에도 1억 원, 또는 그와 비슷한 금액의 돈을 받게 되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습니다. 그 다음해에 실적이 안 좋으면 안 좋은 만큼 적게 받는 것입니다. 그러니 실적이 좋은 해에 아끼고 절약하여 저축을 해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실적이 좋지 않고 보너스가 변변치 못할 때에도 궁핍함을 면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 전반(全般)을 살펴 보면, 초반에는 교육, 중반에는 돈벌이, 말년에는 휴식과 여가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인생의 중반에서 돈벌이를 하는 것은 당장에 쓸 돈을 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년에 필요한 돈을 미리 벌어서 비축하여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어려서부터 저축을 강조하는 우화로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베짱이는 성충으로서의 수명이 기껏 하여야 3~4 개월 밖에 안 되어서 한 여름을 살고는 죽게 됩니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그 알의 상태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애벌레로 태어나 탈바꿈을 하면서 한 여름에는 베짱이 성충으로 지내다가 겨울이 오기 전에 일생을 마감합니다. 이런 단순한 삶이라면 한 여름 먹이가 풍부한 시절에 주변에 널려 있는 먹이를 먹으면 될 뿐 애써 저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개미는 다릅니다. 개미는 여러 해를 살게 되므로 겨울에 대비하여 먹을 것을 비축하여야 합니다. 벌들이 겨울에 대비하여 꿀을 모아 놓듯이 개미도 먹을 것을 모아 놓습니다.

사람은 베짱이보다는 개미나 벌에 가깝습니다. 먹을 것이 풍성하고, 날 따뜻한 시절이 지나면 일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 합니다. 먹을 것 부족하고, 추위에 몸을 보호할 옷도 준비하여야 하고, 따뜻한 잠자리도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을 장만하려면 저축을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저축한 것은 필요한 때에 사용하여야 합니다. 벌이 꿀을 모으는 것은 겨울에 먹이로 사용하려는 것입니다. 개미가 먹을 것을 비축하는 이유는 겨울철에 땅 속 개미굴에서 먹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저축하는 것도 나이 들어서 쓰려고 하는 것입니다. 쓰지도 않고 마냥 모으기만 하는 것은 저축이 아니고 욕심입니다. 남보다 더 많이 모으고, 더 좋은 것을 장만하고, 더 잘 먹고, 더 좋은 옷 입고, 더 좋은 집에 살려는 욕심입니다. 사람이 살아 가는 데에 욕심도 필요합니다. 욕심이 있었기에 사회가 발전하였다는 말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축의 본질은 필요할 때에 쓰려고 모으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필요한 때에는 저축을 깨어서 써야 합니다

돈을 버는 이유는 첫째로 쓰기 위하여서 이고. 그 다음은 미래에 대비하여 저축하려는 것입니다. 저축은 하여야 합니다. 언젠가 필요하게 될 때가 올 것입니다. 그 것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동안 사람들이 경험하고 축적된 지식에 의하면 사람은 돈을 벌지 못하는 때에도 돈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런 때를 대비하여 저축하여야 합니다.

벌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겨울에 대비하여 꿀을 모으고, 겨울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꿀을 모으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생에는 그러나 항상 겨울이 올 수 있습니다. 겨울에 대비하여야 합니다. 저축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