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새로운 사업 모델- 2018. 12. 21.

jaykim1953 2018. 12. 22. 07:17



지난 주에는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매우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택시 기사 한 사람이 국회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고 분신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chosun.com_2018/12/10_50 택시 기사 분신) 매우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한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관철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스스로 존엄하디 존엄한 자신의 목숨을 결연히 끊은 것입니다.

목숨을 잃은 당사자는 물론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는 매우 불행한 사건입니다. 그렇지만 그 분이 목숨을 걸고 극렬하게 반대하는 카풀 제도는 이미 전세계적인 대세입니다. 그 분의 목숨을 건 반대로 되돌리기에는 세상이 이미 너무 많이 바뀌었습니다.

반드시 이번 사건 때문이 아니더라도 만약 우리나라 정부가 여하한 이유를 내세워 카풀 제도의 도입을 금지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운송 시스템의 변화에 뒤쳐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카풀을 끝까지 금지하고 현재의 택시 제도를 고수한다면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는 아마도 전세계에서 일부 후진국과 함께 길거리에 택시가 돌아다니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에게는 안 된 일입니다만 택시는 단연코 사양산업입니다. 기울어 가는 산업을 끝까지 보호하기 위하여 새로운 산업을 억누르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 됩니다. 산업 혁명 초기에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기계를 때려 부수는 노동자의 심정이야 가슴이 찢어지겠지만 그렇다고 기계화하는 산업의 커다란 흐름을 돌이킬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의 택시는 택시를 찾는 수요가 커지는 시간과 장소에 대하여 전혀 정보를 갖지 못합니다. 그 반면 카풀 제도는 최신의 IT 시스템을 이용하여 승객의 수요를 즉각 운송업자에게 제공합니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를 제시하고 요금을 미리 결정합니다. 행여 택시 요금을 더 나오게 할 목적으로 먼 길을 돌아 간다거나, 길을 잘 못 찾아 택시 요금이 더 나와서 승객과 운전자 사이에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는 일을 예방합니다. 같은 출발 장소에서 같은 목적지를 가더라도 운행시점의 교통상황을 감안하여 경로를 설정하고 요금을 산정합니다. 가히 첨단 IT 산업을 이용한 운송산업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택시 운송업자의 입장에서도 빈 차 상태에서 마냥 손님을 기다리거나 손님도 타지 않은 차를 몰고 다니면서 교통량을 늘리고, 연료를 낭비하고, 운전자의 피로도만 높이는 비능률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손님도 언제 택시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냥 길거리에 서서 목을 빼 들고 택시를 잡으려 하기보다는 몇 분을 기다리면 어떤 차량이 와서 자신을 태우게 되는지를 미리 알고 기다립니다. 거의 모든 면에서 지금의 택시 제도보다는 월등히 우수한 운송사업 모델입니다.

만약 제가 택시 기사라면, 당장 택시 운전을 포기하고 새로운 카풀 제도로의 진입을 모색할 것입니다. 차량을 구입할 자금을 마련하고, 카풀 제공업체에 가입하여 새로운 운송사업 모델에 하루라도 빨리 진입하려고 할 것입니다. 길거리에 나가서 머리에 띠를 두르고 주먹을 흔들며 시위를 한다고 세계적인 운송사업 모델의 변화를 저지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택시 기사들이 카풀 제도 도입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인 날에 카풀 업체에는 더 많은 승객 수요가 몰렸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택시도 풀의 편리함을 인정한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미지근한 대처가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들이 택시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고 카풀을 선호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관련기사: 택시에 질린 시민, 카풀에 놀란 택시)

전세계 거의 모든 공항에 가면 소위 삐끼라고 불리는 택시 호객군들이 있습니다. 영어를 쓰지 않는 나라에서도 서툰 발음으로 “You need a taxi?” 라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카풀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이러한 호객군들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많은 여행객들이 휴대폰에 카풀 앱을 깔고 도착하자마자 그 나라의 카풀 차량을 부릅니다. 바가지 요금 걱정도 없고, 범죄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습니다. 카풀 차량을 부른 위치에 서 있기만 하면 몇 분 후에 어떤 차량이 어떤 번호판을 달고 나타날지 알고 기다립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법률과 규정이 이러한 사업 모델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누군가 우리나라가 천국(天國)은 천국인데 규제(規制)의 천국이다 라고 자조적인 말을 하였습니다. 바로 그러한 규제를 바탕으로 자동차 운수 사업법에 규정한 대로만 사업을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규정에 없는 새로운 사업은 허용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새로운 사업 모델은 꿈도 꿀 수 없게 됩니다.

올가미 같이 얽힌 규제 속에서 근근이 찾아낸 돌파구가 있습니다.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릴 때에 운전기사를 포함하여 렌트 할 수가 있습니다. , 11인승 이상의 차량에 한하여 허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사이 11인승 이상의 승합차를 이용하여 합법적으로 차량 공유 사업- 카풀을 운용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카풀은 미뤄져도 승차공유는 이어진다) 법과 제도의 맹점을 찾아 새로운 사업모델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가 결국은 운송사업 모델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0 여 년 전까지만 하여도 우리나라의 무역회사, 금융기관에는 타이피스트(typist)라 불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임무는 하루 종일 타자기 앞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문서를 타자로 쳐서 문서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모든 사람들 앞에 컴퓨터가 놓이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문서를 자신이 직접 컴퓨터에서 작업하면서 타이피스트라는 직종은 사라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무섭게 빠른 속도로 타자를 치는 것이 대단한 기술로 인정 받고 그 것을 업으로 하여 월급도 받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 이상 타자를 잘 치는 것으로 월급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세상이 바뀐 것입니다. 지금 택시 기사들이 카풀 제도의 도입에 극렬 저항하는 것은 마치 일반 직원들이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타이피스트들이 요구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금융 산업이라고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한 때는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은 여수신 이자율은 물론이고 고객 환율도 규제를 받았었습니다. 모든 금융 거래가 정해진 이자율, 정해진 환율에 이루어졌었습니다. 1970년대 말에 우리나라 정유회사의 수입 L/C 결제 날짜는 은행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그 당시의 우리나라 외환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한 건에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원유 수입 L/C의 결제는 외환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외환 수요가 L/C 결제 금액만큼 늘어나게 되므로 환율은 급등하곤 하였습니다. 그 당시 외환거래를 활발히 하였던 저는 정유회사들의 L/C 결제일 정보를 미리 확보하여 결제일 며칠 전에 달러를 미리 매입하여 두었다가 결제일 당일에 비싼 가격으로 시장에 내다 팔면서 적지 않은 이익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거래를 여러 번 반복하자 어느 날 한국은행 외환관리부서에서 저를 호출하였습니다. H 대리라는 분이 저를 불러 앉혀 놓고 준엄하게 꾸짖었습니다. ‘제도의 헛점을 악용하여 자기 잇속만 차리고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라는 것입니다. 사실은 제도의 헛점이라고 할 것도 없고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도 없었습니다. 남보다 발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여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을 이용한 것뿐이었습니다. 그러한 것이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는 H 대리의 시각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금융기관이 이익을 내지 못하면 문을 닫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수 많은 금융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됩니다. 금융기관이 영리를 취하는 것이 결코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혹시라도 지금의 운송사업 분야 담당 정부기관들이 1970년대 말의 한국은행 H대리 수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기대합니다. 이제는 전세계가 각 분야의 새로운 산업 모델로 진화하며 패러다임 시프트 (paradigm shift)를 요구하는 때입니다. 우리나라의 산업 모델도 이러한 변화의 추세에 뒤쳐지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