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百戰不殆)- 2019. 2. 1.

jaykim1953 2019. 2. 1. 07:47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이 말은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험하지(위태롭지) 않다라는 말로 중국에서 춘추전국 시대에 쓰여진 손자(孫子)의 병법서(兵法書)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 말에 이어서 병법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간추려 보면;

부지피이지기면 일승일부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상대방을 알지 못하고 나만 알면 싸움에서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

부지피부지기면 매전필태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상대방도 알지 못하고 자신도 알지 못하면 싸움에서 매번 위험하다(위태롭다).

이 말을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맞게 풀이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장을 알고 나의 능력을 알면 사업에 큰 리스크는 없을 것이고,

시장을 모르고 나의 능력만 안다면 한 번은 성공할 수 있을지라도 한 번은 사업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시장도 모르고 내 능력도 모르면서 사업을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 시장도 잘 알지 못하고 스스로의 능력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품이 있습니다. (, 정확히는 서울시)이 주도하는 금융상품이 등장하면서 이 상품이 심심치 않게 뉴스에 오르내립니다. 이름하여 제로페이입니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기치를 걸고 서울시가 만들어낸 금융결제 상품입니다.

제로페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수수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연간 매출액이8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수수료가 0%입니다.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8~12억원인 가입자 수수료는 0.3%이고 연간 매출액이 12억원을 초과하는 상인에게는 0.5%의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제로페이가 내세우는 가장 큰 메리트는 낮은 수수료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40%의 소득공제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소상공인 가맹점에서 이용한 금액의 최대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일반 신용카드 (최대15%), 또는 체크카드 (최대30%) 보다 소득 공제에서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로페이는 서울특별시가 야심 차게 벌이는 사업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제로페이 MOU) 그러나 시중에서는 수수료가 제로(0%)라서가 아니라 사용자가 제로(0)라서 제로페이라는 비아냥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습니다. (관련기사: 세금 59 쓰고 116만원 효과) 서울시장은 ‘(제로페이가) 지금은 약간 불편하고 인센티브가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가장 간편한 결제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이 상품의 성공을 자신한다고, 내기를 걸어도 좋다고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관련기사: 제로페이 내기해도 좋아)

언론보도에서 제로페이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관련기사: mk.co.kr_2019/1/4_제로페이) 이 기사에서 분석한 내용을 보면;

제로페이 구축에 드는 비용은 은행과 결제업체들에 떠넘겼다. 금융결제원에 위탁한 초기 플랫폼 구축비만 39억원이었고 매년 35억원씩 운영비가 든다. 은행들은 받아야 할 이체 수수료를 안 받는다. 전국으로 확대되면 민간 금융회사들의 부담이 늘어날 게다. 지난해 카드 수수료 삭감분 14000억원이 카드회사들에 전가된 바 있는데 축소판이다.

더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소득공제 40% 혜택을 부여했지만 직불카드를 써야만 적용된다. 연소득 5000만원 급여자가 2500만원어치를 제로페이로만 써야 최대 47만원의 소득공제를 받는다. KB, 우리은행 등 10개 은행은 자사 뱅킹앱으로 가능하지만 하나은행 등 10개는 은행권 공동앱인 뱅크페이여야만 된다. 소비자는 제로페이를 택하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쓸 때 받는 즉시 할인이나 캐시백 같은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신용카드가 전체 이용카드 중 79%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제로페이에 신용카드 결제를 포함하지 않는 한 그들만의 리그에 그치고 말 게 뻔하다.

서울시의 입장에서는 이 상품의 개발과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관련 결제 기관들에게 떠넘겨서 자신들의 부담은 덜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금융결제원과 은행들은 이 제도를 통한 이익 창출이 전혀 없으므로 이 상품을 판매할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울시가 나서서 홍보와 판매 독려를 도맡게 되고 심지어는 서울시 산하 각 구청에 실적을 독려하였습니다. 그런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제로페이를 쓰게 되면 자신이 그 동안 누려왔던 신용카드의 각종 혜택을 모두 포기하여야 합니다. 포인트 적립, 할인 혜택은 물론이고 은행 대출 등에 연계 되어 일정 금액 이상의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필요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로페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품입니다.

만약에 제로페이가 서울시장이 장담하듯이 성공할 것이 틀림 없는 상품이라면 아마도 경쟁업체인 신용카드사에서 매우 긴장하고 유사한 경쟁상품을 시장에 내놓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소개되는 결제상품 가운데 제로페이와 유사한 상품은 없습니다. 구태여 찾아본다면 QR 코드를 이용한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결제 시장에 아직 QR 코드 결제에 필요한 인프라 시스템이 미비하였으나 이제는 QR코드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QR코드 결제에 있어서도 제로페이는 QR코드를 읽고 금액을 소비자가 직접 입력해야 하는 등, CX (Customer Experience)의 입장에서 전혀 소비자 친화적인 상품이 되지 못합니다. 이에 비하면 새로이 시장에 소개되는 QR코드 결제 시스템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결제 시스템 앱(App)만 작동시키면 상품의 QR코드를 읽혀서 쉽게 결제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초에 있었던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서울페이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엿볼 수 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19/1/8_제로페이 반대 84%) 소비자의 84%가 원치 않는 결제 시스템이라면 빠른 시일 안에 철수하여 추가 비용 발생을 줄이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민의 세금을 더 이상 낭비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이 일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관이 주도하면서 제대로 된 시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였을 것이고, 또 시장 상황에 대한 분석능력도 이해도 부족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이 이러한 금융상품을 운용해 본 적도 없고 판매해 본적도 없는 관이 스스로 자신의 능력에 대하여 과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형적인 부지피부지기면 매전필태’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이 상품의 성공을 자신하고 내기를 걸어도 좋다는 서울시장을 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마도 자신의 돈으로 자신의 사업을 벌인다면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든 사업은 시작하기 전에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이 있어야 하겠고, 자신이 하려고 하는 사업을 영위할 능력이 자신에게 있는지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알고 시작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로페이가 앞으로 걷게 될 길을 똑같이 답습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집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知彼知己百戰不殆)입니다. 시장을 알고 나의 능력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사업을 경영하면서 커다란 리스크는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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