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 아침 서울 경제 신문 인터넷 판에 재미 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목은 “中 조선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입니다. (관련기사: sedaily.com_2019/2/4_ 中 조선에 무슨 일이)
이 기사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첫째로는 ‘한국 조선이 2018년 수주 점유율 44.2%로 세계 1위 자리를 7년 만에 중국에서 되찾아왔다’ 는 것이고, 둘째로는 ‘조선 업계는 이미 중국의 추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 것은 ‘영국계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중국에 있는 조선소의 약 75%(190개사)가 지난해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는 충격적 조사를 발표 했다’ 고 합니다.
수년 전 우리나라는 조선업계의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었습니다. 그런데 7년 만에 세계 1위의 자리를 되찾아 왔다는 것입니다.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 단순히 우리나라 조선회사들의 수주 물량이 늘어났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조선업계에서 중국의 위상이 추락하고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다시 떠오른다는 매우 반가운 보도입니다. 이 기사에서 분석한 중국 조선업계 몰락의 원인으로는 (1) 품질과 신용, (2) 환경, (3) 임금 상승의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제품의 품질과 제조사의 신용은 반드시 조선업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품질이 떨어지고 납기를 맞추지 못하고, 주문한 재조 사양을 제대로 맞춰 주지 못하는 제조업체에는 더 이상 주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제조업 분야에 모두 적용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선박 사업은 특별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세금 회피가 용이한 국가에 특수 법인(SPV: Special Purpose Vehicle)을 설립하여 선박을 보유, 등록하게 하고, 선박을 만드는 초기 단계부터 금융을 제공한 금융기관- 주로 은행- 에서 리스의 형태로 선박운용회사에 빌려줍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3. 7. 5. 참조) 선박을 운용하는 회사에서는 운용 수익으로 리스 납입금을 충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선박을 운용하면서 고장, 수리, 선박 개조 등의 이유로 운항을 멈추게 되면 수익이 줄어들게 되고 리스 납입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특히 환경 문제가 점점 크게 대두되면서 유조선 등에서 원유 유출 등의 하자가 발생하게 되면 환경 훼손에 따른 벌과금과 완벽한 수리가 이루어질 때까지 운항이 금지 되는 등 많은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나라가 더 이상 저임금을 무기로 내세울 수 없을 만큼 임금이 상승하였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현실은 우리나라의 조선업계가 선박을 운용하는 해운회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신용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중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조선업계를 통틀어 신용을 높이 평가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약속을 잘 지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선박의 건조에도 우리나라 조선업계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박금융에 관하여서는 우리나라 해운사들이 설립한 여러 선박금융회사들이 있으며 한국 수출입 은행 등 프로젝트 파이낸싱 (project financing)에 전문성을 보이는 금융기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들이 조달한 자금은 주로 선박 1척씩 보유하는 형태의 펀드(fund)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달한 금융 규모는 상당히 크고 일반 증권회사를 통하여서 일반 투자자들도 선박펀드에 투자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세계적으로 기술과 신용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조선사업에 대한 금융을 조달할 만한 자금력이 지원된다는 것 또한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조선업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이 있다는 것은 조선업계의 경쟁력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금에 있어서는 우리가 앞세울 만큼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임금 수준이 이미 전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높은 임금을 정당화할 만큼의 높은 생산성과 기술력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 만한 경쟁력을 가주지는 못하였습니다. 유조선 탱크라던가 컨테이너 선 등을 제작하는 기술력과 주문자의 사양을 맞추는 수준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고도의 기술과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아직 기술력과 생산성에서 부족함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최고의 기술력과 여러 분야의 기술이 협력을 필요로 하는 크루즈 선박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한 척도 만들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선부문에서 엔지니어링과 설계실력이 최고수준이며, 선반건조기술의 90∼95% 국산화를 이룬 한국에서 부가가치와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은 크루즈 (Cruise) 선박을 왜 만들지 못할까.’ 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hdhy.co.kr_2018/11/8_크루즈 산업 육성하자 참조)
부가가치가 가장 큰 종류 가운데 하나라고 알려진 크루즈 선박이야 말로 전세계 수주의 90%를 세계 정상 수준의 3~4개 조선회사가 휩쓸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도 금년 초 이탈리아 회사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크루즈 선박 제조에 뛰어 들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조선업계도 더 늦기 전에 크루즈 선박의 제조에 눈을 돌려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분야로 진입할 때에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부담하게 됩니다. 기술력의 향상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특히나 재정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선박 제조에 따른 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문 금융기관을 설립하여 좀 더 많은 금액의 대규모 재정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술력 분야에서도 기존의 기술력에 새로운 크루즈 선박 제조 기술을 접목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높은 임금과 고용의 탄력성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는 비단 조선업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서 당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서는 노사의 협력과 무엇보다도 임금의 과도한 상승을 피하고 높은 생산성을 유도하여 눈 앞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중국이 스스로 자초한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의 조선업계가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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