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적정 비즈니스 이윤- 2019. 1. 18.

jaykim1953 2019. 1. 18. 09:38

 

 

지난 주였습니다. 제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가 하나 도착하였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동기회 총무로부터 온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우리 고등학교 동기 친구 W가 지난 2016 10월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뒤늦게 알게 되어 이제야 알립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다 보니 드문드문 연락이 잘 안 되는 친구들이 있고 그런 친구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면 친구들에게 소식이 제대로 전달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2년이나 늦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 W는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저하고도 같은 반 친구로 꽤나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 W는 영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무기 거래상의 중개인으로 사업을 하면서 상당히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기 거래상 중개는 조금은 위험한 비즈니스여서 신변 보호를 위하여 경호인을 채용하기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990년대에 그가 영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저와 몇 번 함께 회동하기도 하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맥주라도 몇 잔 걸치고 나면 그는 은근히 저에 대한 부러움을 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누구와 어떤 식으로 어떤 거래를 하여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고, 보고 배우면서 공부할 수 있는 교과서도 없었고, 거래하면서도 상대방을 믿을 수 없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하였답니다. 매번 거래를 할 때마다 이번 거래에서 얼마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적당할는지, 경쟁자들은 가격을 어느 정도로 치고 들어오려는지 눈치 싸움을 하여야 했고, 그러면서도 거래를 도와준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사례를 하여야 할 것인지도 알아서 결정하여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세상에 어떤 무기도 완벽하지 않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는 것입니다. 다만 무기를 구입하는 쪽에서 어떤 점을 필요로 하고, 구입하는 무기의 부족한 면을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쟁자끼리는 경쟁 상대의 무기의 약점을 파고 들지 않는 것이 불문률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파는 무기도 약점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경쟁 상대의 무기의 약점을 들추어 내면, 자신이 파는 무기의 약점도 결국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일부 국제적인 범죄조직이 무기 거래에 관여하는 일도 적지 않은데, 그런 경우에는 신변의 위협도 느끼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이 비즈니스에서 손을 떼기로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면, “수백 년 동안 다져진 금융제도 안에서 금융을 배우고 경험한 경영진과 실무진으로 구성된 은행이라는 금융기관 안에서 정해진 규칙과 상품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운영한 네가 부럽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경쟁자와 투명한 경쟁을 하고 테이블 밑으로 오가는 사례 따위는 아예 없었으니 얼마나 마음 편하게 비즈니스를 하였겠느냐며 저를 부러워하였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저의 답변은 짧지만 단호하였습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다!”

저도 나름대로 기존 금융상품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어 늘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소개하였고, 경쟁 은행의 가격 경쟁력을 가늠하여 경쟁 은행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적정한 이윤을 확보하느라 한시도 마음 편할 시간 없이 노심초사(勞心焦思) 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저의 경우에는 국제 범죄조직의 위협과 같은 신변의 불안은 없었으니 그런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얼마 전까지 국내 주요 금융관련 협회의 대표로 재직하였던 H가 외국은행 가운데 하나인 T은행의 동경지점에 근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국내 유수의 기업 가운데 하나가 1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하려고 하였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파리바 은행과 H가 근무하던 T은행이 유력한 경쟁자였습니다. 거래가 이루어지려는 마지막 순간에 제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시장 가격에 저의 이윤을 10bp만 더하기로 한 것입니다. 10bp라하면 1% 10/100 입니다. , 이자율을0.1%만 이윤을 취하기로 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H의 가격은 시장 가격에 1/8%의 이윤을 붙였다는 정보를 입수하였기 때문입니다. 1.8% 0.125%입니다. 저의 가격보다 0.025% 불리하게 될 것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0.025%만큼 제 가격이 더 좋게 됩니다.

어차피 시장 가격은 T은행의 H나 저나 차이가 없었습니다. 마치 어느 증권사를 통하여 거래를 하여도 주식의 가격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거래 시간이 같다면 시장 가격은 같게 마련입니다. 시장가격에 이윤을 더하여 거래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시장관행인데 H는 저보다 1년에 $25,000을 더 벌려고 하다가 결국 한 푼도 못 건지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 대신 저는 연간 $25,000을 양보하고 $100,000 의 이윤을 확보하였습니다. 참고로 이 거래는 3년 만기의 거래였고, 총 수익은 $300,000 였습니다.

이 거래는 결국 제가 따냈습니다. 제가 경쟁에 이기기 위하여 포기하였던 이윤은 0.025%였습니다. 1억 달러의 원금에 0.025%의 이윤은 연간 25,000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1/8% 이윤이면 연간 $125,000 의 이윤이 나지만, 저는 10bp (0.1%)의 이윤으로 연간 $100,000의 이윤으로 만족하였습니다.

제 고등학교 동창 W는 제가 하는 일을 자신의 일에 비하면 쉬운 일이라고 짐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 어떤 비즈니스도 손 쉬운 것은 없습니다. T은행의 H와 제가 경쟁할 때에도 저의 경쟁자가 T은행이고 동경에서 일하고 있는 H가 담당자라는 것을 알아내기까지, 더욱이 그의 가격이 0.125%의 마진을 붙였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무던히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이건 경쟁이 심하여지면 그 비즈니스로부터의 이윤은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저는 발 빠르게 저의 경쟁자보다 약간의 이윤을 포기하면서 거래를 따낼 수 있었습니다. 그 때 한 번뿐이 아니고 계속 그러한 경쟁의 연속이었습니다. 거래하는 상품이 모두에게 알려지면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적정한 이익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 거래는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이익이 발생하게 되기까지는 조금씩 조금씩 이익을 줄여가며 비즈니스를 이어갑니다. 지금도 똑 같은 현상이 주변에서 이어지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