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Doris Day - 2019. 5. 17.

jaykim1953 2019. 5. 17. 19:52



지난 화요일 (5 14) 아침 뉴스에는 그 전날 세상을 떠난 97세의 여배우 도리스 데이(Doris Day)의 사망 소식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Doris Day, Hollywood actress and singer, dies aged 97)

도리스 데이는 그녀의 이니셜 DD라는 애칭으로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배우 겸 가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 작품인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 (A man who knew too much) 라는 영화와, 이 영화에 삽입된 노래'케세라 세라' (Que sera sera)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2. 9. 7.참조)

도리스 데이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TV 시리즈인 '도리스 데이 쇼'로도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미국에서는 인기 배우의 이름을 딴 쇼(Show)라는 제목으로 시트콤과 같은 단편 시리즈물을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일찌기 1950년대 초에는 루씰 볼 (Lucille Ball)을 주인공으로 하는 '아이 러브 루시' (I love Lucy)라는 시리즈물을 제작하여 상당히 흥행에 성공하였습니다. '아이 러브 루시' 1960년대 초에 우리나라 TV에서도 한국말로 더빙하여 방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1960년대 초에는 '다나 리드 쇼' (Donna Reed Show)라는 시리즈도 있었습니다. 이 또한 다나 리드라는 여자 배우를 주연으로 그녀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단편으로 제작하여 만들었던 시리즈 물이었습니다. 그리고 1960년대에는 계속하여 '도리스 데이 쇼' '패티 듀크 쇼' (Patty Duke Show) 등이 제작되었습니다. '패티 듀크 쇼'는 패티 듀크가 1 2역을 하는 시리즈 물이었습니다. 똑같이 닮은 사촌 자매 패티와 캐시(Cathy)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를 단편으로 만들어서 방영하였습니다.

이 당시까지는 유명 인기 배우, 특히나 여배우의 명성을 등에 업고 시트콤 형식의 가벼운 에피소드를 방영하는 것이 유행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TV 시리즈가 시도되면서 007 시리즈의 영향으로 각종 스파이물이 많이 만들어지기도 하여 '0011 나폴레온 솔로' (The Man from U.N.C.L.E.), '아이 스파이' (I Spy) 등이 방영 되었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는 '600만불의 사나이' (Six million dollar man), '소머즈' (Bionic woman), '헐크' (Incredible Hulk), '원더 우먼' (Wonder Woman) 등 초능력을 주제로 하는 시리즈가 유행하였습니다.

예전의 프로그램에 비하면 요즈음의 TV 프로그램은 다양한 분야의 다채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TV 프로그램에 견준다면 과거의 것들은 단조로운 내용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나 유명 인기 여배우를 내세운 TV 쇼들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스토리를 이어 가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 배우의 명성과 인기에 의존하여 시리즈물을 이어가는 것이 쉬이 한계에 다다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의 이미지와 연기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여야 하는 약점도 있었습니다. 또한 출연진 가운데 어린이들은 한창 성장기를 맞이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몰라 볼 정도로 성장하면서 초기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가면서 극 전체의 느낌도 달라지곤 하였습니다.

금융 분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했습니다만, 한 때 유명 펀드, 혹은 자산운용사의 투자책임자 (CIO, Chief Investment Officer)가 누구인가에 따라 투자자들이 옮겨 다니는 현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우리나라에서도 펀드가 소개 되면서 XXX 펀드라고 사람 이름을 앞에 붙이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이 곧 마케팅의 수단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초기에 펀드에 사용하던 사람 이름은 투자전문가- 운용역-의 이름이 아닌 마케팅- 세일즈 맨- 출신의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엄밀히 말한다면 펀드 앞에 사람 이름을 쓰는 것은 그 펀드의 운용을 담당하는 운용역의 이름을 사용하여야 합니다. 마케팅 또는 세일즈를 담당하는 사람은 펀드의 이름에 자기 이름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펀드 이름에 사용하는 사람 이름은 그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의 이름이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펀드를 판매한 사람은 증권회사 지점장, 세일즈 맨 출신의 운용사 CEO CIO였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하여도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제대로 된 일임계약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고객이 돈을 맡기면 증권회사 지점장이 알아서 주식을 팔고 사면서 돈을 불려 주는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는 증권회사 지점을 찾아가 소리를 지르고 '내 돈 내놓아라' 고 소리를 지르기 일쑤였습니다.

1990년대에 강남지역의 한 증권 회사 지점장 P는 고객의 예탁금을 잘 운용한다고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그가 운용하는 자금의 규모가 그 당시 약 100억원 정도나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움직이는 규모의 돈으로 가격을 움직일 수 있는 종목을 잘 찾아 내었다고 합니다.

P는 여러 종목 가운데 중소형 규모를 골라서 그 가운데에서 대주주 지분을 빼고 실제로 시장에서 유통이 가능한 종목의 거래 규모를 추산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시가 총액에서 대주주 보유 지분을 뺀 유통 규모를 파악한 것입니다. 이렇게 파악한 유통 규모가 200 ~ 400 억원 수준이라면 그는 자신이 운용하는 돈을 모두 이 종목에 투입하였습니다. 그러면 이 종목은 당연히 가격이 급상승합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이 종목에 주목하게 됩니다. 일부 영문을 모르는 채 추종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생기면서 매입세가 유입됩니다. 그러면 P는 천천히 이 물량을 시장에 되팔기 시작하면서 이익을 남깁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의 돈으로 중소형주 중심으로 휩쓸고 다니면서 적지 않은 금액의 이익을 투자자에게 돌려 주었습니다. 이러한 그의 실적으로 그는 시장에서 명성을 얻었고, 후에 자신의 이름을 딴 펀드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나간 시절을 돌아 보면 대체로 그러합니다만, 정식으로 일임 위탁을 받은 것도 아닌 상태에서 고객의 돈으로 한 두 종목의 주식에 몰빵을 하여 단기 차익을 올리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방법은 아닙니다.그러나 현실은 어쨋든 P는 성공한 투자운용역으로 알려졌고 주식 좀 한다 하는 사람 가운데에는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도 너무 자신만만하였던 것인지 국내 최대 규모의 스윙펀드를 자신의 이름으로 모집하여서 운용하다가 커다란 손실을 보았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8. 11. 9. 참조)

제가 흔히 드는 예를 한 가지 소개합니다.

ABC 맥주를 '가나다' 식당에서 팔고 있다 하여도 그 맥주는 어디까지나 ABC 맥주이지 '가나다' 맥주가 될 수 없습니다. 펀드의 이름도 마찬가지입니다. P가 판매하는 펀드라 할지라도 운용하는 사람이 '갑돌이'라면 그 펀드는'갑돌이' 펀드입니다. P 펀드가 될 수 없습니다.

'도리스 데이 쇼' 에서는 도리스 데이가 자신의 이름 그대로 '도리스 데이'라고 출연합니다. '소머즈'에서는 주인공 린제이 와그너 (Lindsay Wagner) 는 제이미 소머즈 (Jaime Sommers)로 출연합니다. '도리스 데이 쇼'는 도리스 데이가 주인공이고, '소머즈'에서는 제이미 소머즈가 주인공입니다. 제이미 소머즈 역을 린제이 와그너가 수행하는 것입니다. 린제이 와그너가 출연하였다 하더라도 '린제이 와그너' 쇼가 아닙니다.

적절한 비유였을는지 모르겠으나, 펀드의 이름은 운용역의 이름으로 지어져야 합니다. 판매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지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린제이 와그너가 제이미 소머즈 역을 하듯이 판매를 담당하는 사람은 운용역의 펀드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시장이 발달 되기 전 초보 수준의 펀드 시장에서는 한 두 사람의 잘 알려진 인물- 그가 운용역이건 세일즈 맨이건- 의 유명세에 의존하였습니다. 마치 유명 여배우의 명성과 인기를 등에 업은 TV 쇼처럼.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금융시장도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에 올라 왔고, 규모도 많이 커졌습니다. 사소해 보일는지 모르겠으나 펀드의 이름 하나를 짓는 것도 원칙 (금요일 모닝커피 2011. 11. 25. 참조)과 합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