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숫사자 크리스챤- 2019. 6. 7.

jaykim1953 2019. 6. 7. 21:08



인터넷에서 유튜브를 열심히 서핑해 보신 분은 혹시 다음 동영상을 보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Christian the lion reunion- you tube.

이 동영상의 스토리는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그 당시에는 영국의 백화점들에는 동물부서 (Zoological Department)가 있어서 그 곳에서 동물들의 어린 새끼들을 팔았다고 합니다. 런던에 사는 두 젊은이- 존 렌돌 (John Rendall) 과 앤서니 버크 (Anthony Bourke, 일명 에이스’ Ace) 는 영국 최고의 백화점인 해롯 (Harrods) 백화점에서 어린 사자 한 마리를 샀습니다. 처음 샀을 때에는 불과 35 파운드 (15.75 Kg) 밖에 되지 않는 작고 귀여운 어린 사자였습니다. 그러나 6 개월 만에 160 파운드 (72Kg)이 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이 사자를 교회 목사님의 허락 아래에 교회 묘지, 마당의 잔디 밭에서 뛰어 놀게 하였습니다. 교회에서 자라는 사자이니 이름도 크리스챤 (Christian)이라고 지었습니다. 사람들은 크리스챤이 뛰어 노는 모습을 귀여워하며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 보았습니다. 그러나 점점 크리스챤이 커가면서 행여 교회에 온 어린 아이들을 해치거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까 봐 교회에서 뛰어 놀게 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크리스챤이 먹는 양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하루에 7 파운드 (3.15Kg)의 고기를 먹여야 했습니다. 사료 값도 부담스러웠습니다. 두 사람은 고민 끝에 크리스챤을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하였습니다.


(자신을 돌봐 주는 두 젊은이들과 집안 소파에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어린 크리스챤)

존과 앤서니가 크리스챤을 자연으로 돌려 보내기로 마음 먹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이 들이 운영하는 가구점을 찾아 왔던 영화 배우 버지니아 맥케나 (Virginia McKenna) 와 빌 트레이버스 (Bill Travers)의 조언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버지니아와 빌은 영화 야성의 엘자 (원제Born Free)에 출연하였던 배우들입니다. 이들은 영화 속에서 암사자 엘자(Elsa the lioness)를 야생으로 돌려 보내는 스토리를 케냐에 있는 코라 (Kora) 자연 보호구역에서 찍었습니다. 그 자연 보호구역은 엘자의 주인이었던 조지 아담슨(George Adamson)이 운영하는 방대한 지역이었습니다. 전체 면적이 1,800 평방 킬로미터에 달하여 남북한 면적 (22만 평방 킬로미터)의 0.8%에 해당합니다. 이 자연 보호구역에는 사자뿐 아니라 치타 등 육식 동물과 각종 채식동물들이 살고 있어서 자연계의 먹이 사슬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엘자의 두 자매는 유럽의 동물원으로 보냈지만 조지 아담슨의 부인인 조이 아담슨은 엘자는 이 곳에서 키우면서 자연으로 돌려 보냈던 것입니다.

버지니아는 이들 두 청년의 사정을 조지 아담슨에게 편지로 알렸습니다. 그러자 조지는 흔쾌히 크리스챤을 받아 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1970년 크리스챤은 케냐의 코라 자연 보호구역 (현재는 국립공원)으로 이주하였고 그 곳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존과 앤서니가 크리스챤을 케냐로 돌려 보내는 작업이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런던에서 나이로비까지 15 시간의 비행이라던가, 나이로비 공항에서 또 다시 차를 타고 200 마일 (320 Km)의 비포장 도로를 달려 가는 것뿐만 아니라, 케냐 정부는 크리스챤이 케냐에 입국하는 허가를 내 주는 데에 3 개월을 기다리게 만들었습니다. 크리스챤을 받아 주기로 한 조지 아담슨이 케냐 정부에 크리스챤의 수입(輸入, import)을 청원하자 케냐의 공무원들은 수십 가지의 부정적인 이유를 대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크리스챤은 자연에서 태어난 사자가 아니라 동물원에서 태어났습니다. 크리스챤은 집 안에서 마치 애완 동물처럼 사육 되었습니다. 크리스챤의 부모 사자는 출생지역도 모릅니다. 크리스챤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던 질병이 있었는지, 또 그 질병에 대하여 케냐 지역에 살고 있는 사자들의 면역력이 있는지 등 수 많은 이유와 점검사항들이 나열 되었습니다케냐 공무원들의 이야기는, 영구 이주를 위하여 입국하기를 원하는 외국인에 대하여서도 철저한 검증을 하듯이 케냐로 들어오려는 사자도 철저히 검증하여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마치 규제를 철폐하여야 한다는 대의명분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막상 자신의 업무분야에 속하는 규제의 철폐는 온갖 논리와 이유로 반대하는 지금의 공무원들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크리스챤은 코라 자연 보호구역에 들어왔습니다. 그 곳에서 조지 아담슨의 각별한 배려 속에 기존의 사자 무리와 상견례를 치렀습니다. 좋게 표현하여 상견례이지 치열한 생존경쟁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기존 사자 무리의 대장 숫사자와 크리스챤을 마주치게 하였습니다. 크리스챤은 잔뜩 기가 죽어 있었고 대장 사자는 무서운 기세로 크리스챤을 위협하였습니다. 며칠간의 얼굴 익히기를 거쳐 둘 사이의 철조망을 거둔 다음 맞닥뜨리게 하였습니다. 대장 사자는 크리스챤을 잡아 먹을 듯이 달려 들었고 크리스챤은 바짝 드러누워 항복의사를 비쳤습니다. 몇 번의 으르렁거림과 한 두 대 앞 발 공격이 크리스챤의 얼굴에 가해졌으나 치명적인 공격은 없었습니다. 크리스챤의 항복의사가 받아들여진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대장 사자는 크리스챤을 자신의 무리에 합류시키고 함께 행동하며 돌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존과 앤서니는 안심하고 런던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1971년 존과 앤서니는 다시 코라 자연 보호구역을 찾았습니다. 조지 아담슨에게 크리스챤을 만나 보고 싶다는 의사를 미리 밝혔습니다. 조지 아담슨의 말에 의하면, 그 동안 불법 밀렵군의 총에 대장 사자가 죽었고, 크리스챤이 대장 사자의 뒤를 이어 무리의 대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리를 이끌고 사냥을 하면서 야생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관찰 되었으며, 크리스챤은 이제 거의 완벽하게 야생으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그 들이 크리스챤을 본다 하여도 크리스챤이 그들을 알아 보지 못할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크리스챤이 그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조지 아담슨은 크리스챤을 찾아서 그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걸어 오던 크리스챤은 곧 그들을 알아보고 달려와 와락 끌어 안습니다. (https://youtu.be/zVNTdWbVBgc?t=21s) 그리고는 그들과 얼굴을 비비며 마치 어린애가 어리광을 부리듯 좋아합니다. 어릴 적에 자신을 돌봐 주었던 존과 앤서니의 품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이 장면은 여러 매체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감동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2년 후 존과 앤서니는 또 한 번 크리스챤을 찾아 갑니다. 이 번에는 조금 힘들게 크리스챤을 만났습니다. 3일을 기다린 후에야 이들은 크리스챤을 만났습니다. (https://youtu.be/qULTu9CKgbs) 이번 만남에서 크리스챤이 보여준 모습은 첫번째 재회 때의 모습과는 달리 많이 성숙되었음을 보였습니다. 목 주변의 갈퀴도 많이 자라서 이제는 성체 숫사자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챤은 여전히 그들을 반겼습니다. 더 이상 어린애처럼 달려들고 안기는 행동이 아니라 어딘가 점잖은 구석이 느껴지는 의젓한 모습으로 와서 몸을 비비고, 다정함을 보였습니다. 며칠을 그들과 함께 보낸 크리스챤은 천천히 걸어서 정글로 돌아갔습니다. 뒤를 흘끔흘끔 쳐다 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찾아 오지 말라는 듯이,  내가 살아 갈 곳은 저 밀림 속 이라고 말하듯이 떠났습니다. 이 것이 존과 앤서니가 마지막으로 크리스챤을 본 것입니다.

사자와 사람 사이에도 끈끈한 정이 있음을 보여주는 가슴 뭉클한 휴먼 스토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결국은 허락할 것을 무언가 꼬투리를 잡듯 규제하고 싶어하는 공무원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살 만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주변에 이렇듯 훈훈한 이야기들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짜증나고 사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자신만의 논리와 이유로 결국은 허용하여야 할 일들을 어렵게 만드는 각종 규제와 이기심 때문일 것입니다. 4차 산업 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 속에 좀 더 훈훈한 인간 스토리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더 이상은 서로를 헐뜯고 넘어뜨리려 하지 말고 서로 돕고 규제를 없애는 데에 앞장 서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