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모르는 게 病- 2019. 6. 21.

jaykim1953 2019. 6. 21. 07:25



이번 주 화요일 (6 18) 국내 언론에 보도된 기사 가운데 안타까운 내용이 있었습니다. 제목은 사기꾼 전락한 투자천재’ (관련기사: joins.com_6/18/2019_청년 버핏 징역 10 구형) 입니다.

이 기사의 주인공인 박 군은 6년 전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 수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하면서 청년 기부왕’, ‘한국의 워렌 버핏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청년 기부왕을 검색하면 그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사에 따르면 밝혀진 그의 실상은 뛰어난 투자 전략가라기 보다는 한낱 사기꾼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가 구속된 것은 금년 1월이었습니다. (관련기사: yna.co.kr_2019/2/1_기부왕 세_사기혐의 구속) 그에게 투자를 해달라고 돈을 맡긴 사람이 자신의 돈을 돌려 달라고 하였으나 박군은 돈을 돌려 주지 않았고, 급기야는 투자자가 박군을 고발하였고 검찰이 나서서 수사를 하였습니다. 수사 결과 그가 그 동안 벌여 들였던 돈은 십억 여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기부한 돈은 18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기사: sedaily.com_2019/5/16_주식투자 손해_기부천사) 이 기사를 보면 그는 자신의 종잣돈 천여 만원으로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자랑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번 돈 400억 원을 자신의 모교에 기부하겠다고 큰 소리 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자신에게 맡긴 투자자의 돈으로 기부를 하면서 기부왕 행세를 하였던 것입니다. 투자자의 돈을 마치 자기 돈인 양 마구 인출하여 썼던 것입니다.

이런 부류의 기사를 읽고 나면 가습이 답답합니다. 그 동안 저의 칼럼을 읽어 보신 분들이라면 투자 위탁을 하더라도 돈을 투자 운용하는 당사자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고 증권 계좌 등에 맡겨 놓고 투자 운용만 위탁하는 구조를 쉽사리 이해하실 것입니다. 투자 위탁을 받은 사람은 투자 전문가로서 투자 전략을 세우고 주식, 채권 등을 매매할 뿐 위탁자의 계좌에서 출금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을 피듀셔리 (fiduciary)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9. 2. 15., 금요일 모닝커피 2018. 4. 20., 금요일 모닝커피 2012. 7. 13. 참조)

정상적으로 일임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에 투자운용을 위탁하는 것이 가장 정상적이고 바람직합니다. 증권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그 계좌에서 매매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운용회사에게 줍니다. 그렇지만 투자운용을 하는 운용회사는 위탁자의 계좌에서 인출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지극히 간단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원칙입니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문제의 박군은 자신에게 맡겨진 돈을 자기 마음대로 인출하여 자신의 명의로 기부를 하였던 것입니다. 남의 돈으로 마치 자기 돈인 것처럼 기부를 하고 청년 기부왕 행세를 하였습니다.

또 한 가지 간단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투자운용업을 영위하려면 자산운용사 혹은 투자자문업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정식으로 인가를 받고 등록된 투자자문업체는 금융투자협회의 홈 페이지 (kofia.or.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의 회원사여야만이 정식으로 인가를 받고 제대로 피듀셔리를 실행하는 업체입니다.

이번 사례와 같이 피듀셔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사건뿐 아니라 유사자문행위로 인한 피해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저의 칼럼에서도 여러 번 주의를 환기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 11. 17., 금요일 모닝커피 2015. 12. 4., 금요일 모닝커피 2015. 10. 8. 참조) 불과 몇 년 되지 않는 시간에 불과 수 천 만원의 종잣돈으로 백억 원을 만들었다고 큰 소리 치는 사람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그 사람이 자신의 자산이 백억 원이라고 말한 지가7~8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자신을 백 억 원의 자산가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난 7~8년 동안에는 자산이 전혀 불어나지 않았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초기에 기세 좋게 수 천 만원을 백 억 원으로 키운 실력이라면 지금쯤은 그의 자산이 못 되어도 2~3 백 억 원은 되어 있어야 할 것임에도 아직도 자신을 백 억 원 자산가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기사를 자신이 만든 인터넷 신문에 계속 올리고 여러 언론 기관에 링크를 공유하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투자 카페를 만들어 회원을 모집하고 회원들에게서 회비를 받습니다. 그가 구축한 수익 모델은; 허황된 신화 만들기  인터넷 카페 회원 모집  회비 갹출 의 공식으로 보입니다. 결코 투자로 수 백억 원의 돈을 번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만든 카페 회원들이 모여서 피해자 모임 카페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백 번 양보하여서 어떤 젊은이가 수 천 만 원의 종잣돈을 잘 굴려서 수 년 만에 수 십 억 원으로 불려서 크게 성공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런 성공적인 투자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투자의 귀재는 계속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릴 것이라 기대하면서 돈을 맡기는 것입니다.

더 황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1월 초였습니다. 제 친구의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였던 갓 50을 넘긴 여자분이 이른 아침에 제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왔습니다. 내용은;

안녕하세요

아침 일찍 죄송 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제가 마땅히 여쭤 볼 곳이 없어서 실례인줄 알지만 이렇게 문자 보냅니다

 

XXX 라는 회사가 뭐 하는 곳인지 알 수 있을까요?

 

1억을 투자하면 2주만에 1억을 벌어 준다고 하는데요…..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습니다. 1억을 투자하면 2 주일 만에 1억을 벌어준다는 말이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알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런 회사가 있는지 제게 알아 봐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저는 일언지하에, ‘그런 말은 사기입니다. 듣지도 마세요.’ 라고 단호히 잘랐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믿어지지 않지만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자꾸 듣다 보면 혹시?’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까지 이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사기의 늪에 빠지는 것입니다.

금융이라던가, 투자, 경제에 관하여 너무나 무지하다 보면 이런 유혹에 빠지고, 엉뚱한 방법으로 돈을 맡겼다가 날리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알아야 할 것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엉뚱한 일이 벌어집니다. 제 글을 읽는 독자분들 가운데에는 이런 얼토당토 않은 유혹에 빠지는 일이 없기 바랍니다.

아는 게 병()이 아니고, 모르는 게 약()은 더더욱 아닙니다. 아는 게 힘입니다. 그리고 모르는 게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