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Sad news from New York - 2019. 6. 14.

jaykim1953 2019. 6. 14. 17:35



이번 주 화요일 아침에는 미국 뉴욕 맨하탄에서 있었던 헬리콥터 추락 사고가 보도 되었습니다. (관련기사: 연합뉴스 2019/6/11_맨하탄 헬기 불시착) 이륙 11분 만에 불과 십여 블록을 날다가 불시착을 시도하였으나 빌딩 옥상에 추락하였고, 조종사는 그 후 숨졌다고 합니다. 다행히 탑승객은 없어 희생자는 조종사 한 사람뿐이었다고 합니다.

미국 현지의 보도를 보면 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 후 식사값을 치르려 웨이터에게 계산서를 요구할 즈음이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nytimes.com_2019/06/10_helicopter-crash-nyc) 대낮에 시내 한 복판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불꽃이 튀어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또 한 건의 테러가 아닌가 하는 공포도 있었으나 테러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다고 합니다. 신문 보도를 보면 이 헬리콥터의 조종사는 상업용 헬리콥터 운행 면허를 소지하였고 2014년 헬리콥터를 운행하다가 새들과 충돌하여 사고를 당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관련보도: abc7ny.com_helicopter-bird-strike_ 10/04/2014)

뉴욕 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헬리콥터가 떨어진 건물의 주소는 787 7th Avenue 입니다. 이 건물은 저도 매우 익숙한 건물입니다. 1980년대부터 저는 이 건물에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이 곳에는 제가 근무하던 Banque Paribas (BNP 은행과의 합병후 현재는 BNP Paribas)의 뉴욕 사무실이 있던 건물입니다. 지금까지도 BNP Paribas 뉴욕 사무실이 같은 빌딩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프랑스계 생명보험사인 AXA, 그리고 같은 계열의 자산운용사인 Equitable이 소유하고 있는 AXA Equitable Tower 입니다. 과거에 제가 뉴욕으로 출장을 가면 자주 들리던 곳입니다. 직장을 옮기고 나서도 한 동안은 예전 동료들을 만나러 들리기도 하였습니다. 낯 익은 건물입니다. 근처에 있는 호텔로는 한 블록 떨어진 브로드웨이 (Broadway) 52번 스트리트 (52nd Street)의 교차점에 있는 노보텔 (Novotel)호텔이 묵은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 52 스트리트 길 건너에 있는 쉐라톤 호텔에 묵은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데 뉴욕에서의 이러한 사고는 뉴요커 (New Yorker)들에게는 또 다른 공포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지난 2001 9 11일에 있었던 9.11 테러에 의한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직도 많은 뉴요커들에게 남아 있어 이러한 상황에서 더 큰 공포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PTSD 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용어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아주 오래 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PTSD가 무엇인지도 모를 때에 제가 겪었던 이야기 한 가지입니다.

제가 군인 복무중이었던 1974년의 일입니다. 저녁 시간 서울 시내의 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느닷없이 총격이 시작되어 수분간 쉬지 않고 연발 발사되었습니다. 서울 시내 비행금지구역으로 접근하는 비행기가 있어 경고 사격을 하였던 것입니다. (관련기사: 1974.12.17. 수도권 대공포 사격) 그 당시만 하여도 고층 빌딩 옥상에는 고사포, 발칸포 등 대공포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고속도로 변에 있는 대형 광고판 뒤에도 예외 없이 대공포가 숨겨져 있었던 시절입니다. 그 날은 마침 저는 부대에서 시내 출장을 나와 시내에 있는 부대에 문서를 전달하고 저녁식사를 한 뒤 귀대하려고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엄청난 대공포화 소리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면서 황망히 건물 안으로 피신하였습니다. 잠시 후 별 일이 아닌 것을 알고 버스를 타고 귀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연말 즈음에 주말 외출을 나와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그 자리에는 친구들뿐 아니라 선배도 몇 사람 함께 어울렸습니다. 술이 몇 잔 돌고 나자 선배 한 사람이 그 날의 대공포 사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 선배는 군대에 있을 때에 월남(지금의 베트남)으로 파병되어 전투를 하였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 날의 대공포화 소리를 들으며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는 것입니다. 월남에서 베트콩과의 전투를 겪으며 생사를 넘나들었고, 베트콩들이 쏘아대는 총소리가 콩 볶듯이 타타닥 거리던 기억이 떠오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에게 너희는 모른다 전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적들이 쏘는 총에 맞으면 안 되고, 총알을 피해서 적을 향해 총을 쏴야만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 수가 없을 거다.’ 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선배는 PTSD를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느닷없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이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대공포화 소리를 들었으니 얼마나 무섭고 공포에 떨었을까 하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 듯 합니다.

많은 뉴요커들에게는 9.11 테러에 따른 PTSD가 있습니다. 이번 헬리콥터 추락으로 점심시간에 겪었을 수 많은 사람들의 공포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도 하지 못하고 상상도 못 할 것입니다. 이미 18년이 지났지만 세계에서 손 꼽히는 뉴욕의 명물 월드 트레이드 쎈터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테러를 겪었던 사람들에게는 폭발음만 들려도 곧 바로 테러의 공포로 다가설 것입니다. 이런 뉴욕에서 이번 헬리콥터 추락과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하였다는 것은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PTSD를 우리 식으로 표현한 속담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일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놀라기만 하여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지금 많이 어렵습니다. 우리는 20 여 년 전에 IMF 외환사태라 불리는 외환보유고의 어려움을 겪었었고, 10여 년 전에는 전세계 금융위기였던 Global Finance Crisis (GFC,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었습니다. GFC는 전세계 많은 국가들이 함께 겪었고, 특히나 전세계 경제를 이끌어 간다 하여도 과언이 아닌 미국에서 비롯된 면이 컸습니다. 그러나 IMF 사태는 거의 우리나라가 스스로 자초한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당시 주변의 아시아 국가들이 일부 우리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기는 하였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각 나라의 사정이 스스로 사태를 초래하였다는 분석이 대세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의 우리나라 정부의 대처를 보면 한결 같이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탈 (fundamental)은 건실하다는 주장 뿐이었습니다.  (관련기사: 펀더멘탈 타령_ 제구실 못해- 1997.12.12.) 그러면서 경제 컨트롤 타워인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 수석을 바꾸면서 그 해에 예정된 대통령 선거의 대비에 주목하였습니다. (관련기사: 1997/3/6_경제 안정 구조)

모두 아시다시피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이전에 겪어 본 적이 없던 커다란 경제적인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정도 충격을 받았으면 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PTSD가 생겼음 직도 한데 요즈음의 우리나라 정부가 경제의 어려움에 대처하는 것을 보면 전혀 위기의식에 무뎌지다 못해 불감증(不感症)이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최근 국채의 규모가 GDP 40%를 육박하면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joins.com_국채 GDP의 40% 근거_2019.5.20.) 국채 발행 규모가 GDP의 몇 %가 적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단순히 다른 OECD 국가의 국채 규모를 벤치 마크하여 우리나라의 국채 규모를 늘려가는 것은 매우 무모한 의사결정입니다. 우리나라의 통화 (한국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통화이고, 외국통화로의 환전이 자유롭지 못한 통화입니다. 이런 통화를 발행하는 나라의 국채는 자국의 통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유롭게 환전되고 거래되는 국가의 국채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옌화는 이미 세계 외환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통화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본 옌화를 환전하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이런 나라의 국채에 투자하는 것과 우리나라의 국채에 투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단순히 국채 발행 규모만을 비교하는 것은 금융의 ABC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뉴요커들이 가지고 있는 9.11 사태에 의한 PTSD는 매우 슬픈 일이고 PTSD를 잊고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뉴요커들의 9.11 PTSD와 우리나라의 IMF 사태 PTSD는 전혀 성격이 다릅니다.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아픈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행여라도 똑 같은 일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다시는 경제와 금융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