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선한 의도, 선한 결과- 2019. 7. 12.

jaykim1953 2019. 7. 12. 20:29

우리 주변에는 이따금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듣는 사람들은 대체로 착하디 착하고, 선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여서 모든 이들에게 환영을 받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착하기는 한데 남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할 수도 있고,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편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 가운데 H는 착한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법 없이 살 사람입니다. H가 착한 사람이라는 것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합니다. 그런데 H와 아주 가까운 친구 M과 H와의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그들의 사이가 나빠진 이유는 이렇습니다;
M의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었고, M은 H에게 결혼식에서 건배사를 부탁하였습니다. H는 기쁜 마음으로 M의 아들을 위하여 결혼식에서 건배사를 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그런데 M의 아들 결혼식날 공교롭게도 H의 늦둥이 아들이 과외를 하면서 예전에 한 번 빠진 시간을 보충하기로 하는 바람에 예정보다 과외가 한 시간 이상 늦게 끝나게 되었습니다. 마침 자기의 아들을 과외 끝마치고 집에 데려다 주기로 하였던 H는 뜻하지 않게 M의 아들 결혼식에 늦게 되었습니다. 마음씨 착한 H는 자신이 건배사를 맡았는데 늦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아들을 얼른 집에 데려다 주고 바삐 결혼식장으로 향했습니다. 결혼식 장소인 호텔에 가까이 와서 M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신이 결혼식장에 거의 다 왔는데 건배사까지 시간이 얼마나 여유가 있겠는지 물었습니다. M은 1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H는 M에게, "그럼 내가 시간을 아끼기 위하여 차를 현관에서 발레 파킹을 맡기고 식장으로 바로 갈테니 나중에 발레 파킹을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들의 결혼식이 한창 진행중인 도중에 이 말을 들은 M은 조금은 짜증이 났고, "알아서 늦지 않게 와' 라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하였습니다.
H는 건배사 시간에 가까스로 늦지 않게 도착하여 큰 탈 없이 건배사를 마쳤습니다. 그렇지만 H가 도착하였을 때에는 식사가 이미 거의 끝나가고 있어서 H는 저녁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가기 시작하자 M은 출구에서 돌아가는 하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M에게 H가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내차 발레 파킹은 어떻게 하여야 하니?"
이 말은 들은 M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H에게 또 다시 퉁명스럽게 대답하였습니다. "야 나 지금 손님들 배웅하느라 바쁘니까 네가 알아서 좀 처리하고 가면 안 되겠니?"
H는 H대로 섭섭한 마음으로 그 자리를 떴습니다. M의 아들 결혼식을 빛내주기 위하여 건배사를 준비하였고, 자신의 아들도 그날 따라 과외공부가 늦어졌는데도 M의 아들 결혼식에 늦지 않으려고 평소에는 꿈도 꾸지 않던 발레 파킹까지 맡기면서 시간에 맞추어 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애를 쓴 자신의 차량 발레 파킹 조차도 모른 척하는 M이 H의 눈에는 야속해 보였습니다.
그 반면 M의 생각은, H가 시간에 늦을 일이 생겼으면 미리미리 자신에게 알려 주었어야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알았다면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건배사를 부탁하여 공연히 안절부절할 필요 없이 중요한 행사를 편안하고 무난하게 치렀을 것입니다. M의 입장에서는 H가 결혼식 진행중에 전화를 걸어 와서 번잡스럽게 만들기만 하고 제 시간에 오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게 만든 것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H가 늦어서 차를 발레 파킹에 맡긴 것인데 M에게 발레 파킹을 처리해 달라고 하는 것도 언짢았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M은 H에게 다시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H가 연락을 해 와도 건성으로 듣는둥 마는둥 하고는 말을 얼버무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가 H가 한 번 M과 전화 통화를 하던 중에, "네 아들 결혼식에서 건배사 하느라 발레 파킹 비용도 엄청 부담하였다." 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H는 농담 반, 생색 반으로 한 이야기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M은 벌컥 화를 내며, "네가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얘기했어야지. 너보다 훨씬 더 건배사 잘 하는 사람이 널렸는데 그 사람들에게 부탁하였으면 되었을 것을. 발레 파킹 비용이 그렇게 아까우면 오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건배사 시키라고 얘기할 것이지 왜 기를 쓰고 와서는 투정이냐?"고 쏘아 부쳤습니다.
그 이후로는 M과 H는 서로 연락도 하지 않고 서먹한 사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이 H와 M이 사이가 안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M이 얼마나 못 되게 굴었으면 착한 H가 M과 사이가 나빠졌을까?'" 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M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억울한 상황입니다. 물론 M도 H에게 좀 더 다정하게 이야기 하였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들의 결혼식 행사 도중에 가뜩이나 예민한 때에 H가 전화하여 M으로 하여금 더욱 예민해지게 만든 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 사이에 감정이 개입되다 보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일들이 발생하곤 합니다.
H는 악의는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예가 또 있습니다.
H의 친구 한 사람이 암 수술을 하고 입원하였습니다. 수술경과가 썩 좋은 것은 아니라고 알려졌고, 이런 친구를 위로하려고 여러 친구들과 함께 단체로 문병을 갔습니다. 그리고 입원실문을 나오면서 H가 낮은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내일 티업 시간이 8시27분이지?" 이 말을 들은 입원 환자 부인이 따라 나와서 H에게 한 마디 하였습니다. "들리지 않는 데에서 말씀하셨으면 안 되었을까요? 저희 남편도 골프 좋아하는데요. 지금 제 남편이 골프를 치지 못 하게 되었다는 거 아시면서 제 남편 들으라고 말씀하신 건가요?" 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고 약 한 달 뒤 수술을 한 친구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H는 장례식장에서 죽은 친구의 부인에게 다시 고개 숙여 사과를 하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부인은 H의 얼굴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착한 사람이 좋은 의도로 하는 이야기들이 항상 좋은 결과로 남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부족하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합니다. 자신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고 화가 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H와 아주 가깝거나 함께 일하였던 사람들은 H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히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 한 다리 건너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H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좋게 평가합니다. H는 의도는 선하다는 것을 모두 인정합니다. 그러나 H가 하는 일들이 모두 선한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은 아닙니다.
요즈음 건강보험의 적용 확대를 홍보하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관련기사:
 chosun.com_2019/7/3_진료비의 70%까지 지원)  의료비 걱정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는 매우 선합니다. 그러나 의료비 혜택을 늘리기 위하여서는 건강보험의 재정이 확충되어야 하고, 이를 위하여서는 건강보험료를 더 걷어야만 합니다. 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joins.com_2019/7/8_문재인 케어 재정과제) 그러다보니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저항에 부딪쳐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ytn.co.kr_2019/6/28내년도 보험료_일방인상 반대)
건강보험의 혜택을 확대하는 것은 착한 의도입니다. 그렇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혜택을 늘려야 합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강한 저항에 부딪치게 되고 선한 의도와는 달리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복지 혜택의 확대와 이를 부담하는 재정 능력의 균형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목적이 선하다 하더라도 결과도 반듯이 선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예를 살펴 보면, 지난 해 정부는 대출에 적용하는 최고 금리를 연 27.9% 에서 연 24%로 낮추었습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18/2/7_정최고 금리 24%) 최고 금리를 부담하는 낮은 신용등급의 대출고객의 이자부담을 덜어주자는 선한 의도에서 취해진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딴 판이었습니다. 오히려 대출이 줄고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대출을 받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asiae.co.kr_2019/7/5_금리인하 직격탄_쪼그라든 대부시장) 선한 의도가 빚어낸 결과가 항상 선한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를 운용하면서 의도를 선하게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혜안과 지혜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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