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이런 게 애국- 2019. 8. 16.

jaykim1953 2019. 8. 16. 14:17


 20일쯤 전에 실린 기사입니다. 제목은 ' 12명 위해 공장 전체 멈췄다···이상한 분유 회사' 입니다. (관련기사: joins.com_7/25/2019_이상한 분유 회사)

그런데 이 기사 제목의 끄트머리에 한 구절이 더해져 있습니다- '이런 게 애국.'

기사 내용을 보면;

하루 65000캔씩 생산하는 조제 분유 전문 대형 공장을 1년에 두 번 세우고는 한국에서 딱 12명만 먹는 MF분유 등 총 12종의 특수 분유 1 4000캔만 만든다.  12종 분유를 먹는 사람은 전국을 다 합해봐야 이 공장 직원 수(440)보다 적은 400명 남짓이다.

특수 분유를 만들기 위하여 공장을 세우고 그 동안 생산하던 분유의 성분이 섞이지 않도록 전 제조 공정의 기계를 세척해 낸 다음 특수 분유를 제작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희귀 유전자 질환을 가진 환자용 특수 분유입니다. 워낙 생산량도 많지 않은데다가 다른 성분이 섞이지 않도록 공장을 완전히 세우고 세척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적지 않은 손실을 감수하여야만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벌써 20년을 이 같은 특수 분유 제조를 위하여 공장 가동을 멈추고 특별한 환자를 위한 분유를 만들어 왔다는 것입니다. 적자를 무릅쓰고 이러한 일을 하는 기업가는 정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주주나 이사회에서도 이러한 공장의 전통에 수익성을 들먹이며 시비를 걸지는 않을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이를 가리켜 '이런 게 애국' 이라고 까지 표현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열흘 쯤 전에는 또 다른 기사가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회사의 상품에 대하여 금융감독원이 직접 수익성을 검토할 '카드 상품 수익성 분석 합리화 태스크 포스' 를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chosun.com_8/4/2019_카드 수익성 TF,결과 공개않기로) 신용카드 회사가 카드 보유 고객을 위하여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는 건전한 금융 풍토를 위하여 바람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태스크 포스 팀이 결성된 과정을 살펴 보면 뒷맛이 개운하지만은 않습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으로 자영업자의 반발이 커지자 이를 무마할 방법의 일환으로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신용카드 회사들이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였습니다. 신용카드 회사들의 반발에 대하여서는 이를 무마할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무릎 꿇릴 방법으로 감독 기관을 동원하여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을 퇴출 시켜 신용카드 회사의 수익성을 보호하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용카드 회사의 일부 상품에서 수익성이 낮아진 원인은 신용카드 보유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신용카드 보유 고객들이 다시 반발하였습니다. 그러자 나온 고육지책이 태스크 포스 팀의 결과물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앞의 분유 제조 회사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도록 한다면 특수 분유를 필요로 하는 희귀 유전자 질환 환자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또 분유 회사 수익성 검토 결과를 비공개로 돌릴 것인지 의아해 집니다.

수익성이라던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은 개별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나 기업 경영 방침에 따라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에서 특별히 반대의 견이 있지 않다면 기존의 방침에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신용카드 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매우 조심스러운 분야입니다. 신용카드 시장은 전세계 도, 소매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입니다. 내국인이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실적은 2018 136억 달러, 우리 돈으로 16조 원입니다. 그리고 체크 카드, 직불 카드 등의 사용 금액을 합하면 192억 달러, 23조 원에 이릅니다. 이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고 한다면 부분적으로 수익이 덜 나더라도 더 많은 카드 보유 고객을 끌어 들이려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더구나 신용카드 시장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나는 시장입니다. 국내에서 외국의 신용카드를 보유한 고객이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도 하고, 국내 신용카드를 보유한 사람이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국내 금융 시장의 잣대만으로 수익성 나쁜 카드는 퇴출 시키고, 수수료율은 낮추는 식으로 일도양단(一刀兩斷) 하듯 단순화 시키기에는 시장이 너무 크고 복잡합니다. 정부 당국의 시각으로는 못 마땅하더라도 국제 금융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하여서는 각 신용카드 회사에게 자율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딱히 어울리는 예가 아닐 수도 있으나,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단위를 미터법을 고수합니다. 짧은 거리는 쎈티 미터, 조금 길면 미터, 그리고 먼 거리는 킬로 미터를 사용합니다. 100 쎈티 미터는 1미터이고, 1,000 미터는 1 킬로 미터입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 사용하는 길이의 단위는 인치, 피트, 야드, 마일입니다. 12 인치가 1 피트, 그리고 3 피트 또는 36 인치가 1 야드입니다. 또한 1,760 야드가 1 마일이 됩니다. 10진법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복잡해 보입니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의 이러한 단위 사용은 나름대로 인정하여 주어야 합니다. 그들은 전혀 불편하지 않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익숙치 않은 우리나라 사람의 눈에만 복잡해 보일 뿐입니다. 사실은 우리도 이에 못지 않은 복잡한 계산을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간 단위는 단순한 10진법이 아닙니다. -분 으로 이어질 때까지는 60진법입니다. 시간 은 12진법입니다. 그리고 24시간이 하루가 되고, 30일 또는 31일이 한 달이 됩니다. 2월은 28일 혹은 29일입니다. 1년은 365일 또는 366일입니다. 과거 유럽의 과학자들은 1년의 날짜를 같게 만들고, , , , , 초를 10진법으로 단순화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도 할 뿐더러, 기존의 단위 사용에 익숙한 사람들이 혼란을 원하지 않아 결국에는 포기하였다고 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쉽게 단위 사용을 바꾸어 왔습니다. 단위 사용의 변경이 과연 성공적이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 있기는 합니다. 아파트 분양가를 이야기할 때에 더 이상 평()당 단가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3.3 제곱 미터 당 단가를 이야기합니다. ''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행정력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뿐 실제 단가는 평당 단가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3.3 제곱 미터 당 단가라고 부릅니다. 행정력이 강요하여 '' 이라는 단어를 퇴출 시켰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일반 사람들의 머릿 속에는 아직도 평이라는 단위가 익숙한 것입니다.

행정력, 정부의 통제가 만능은 결코 아닙니다. 아무리 정부가 강제하여도 일반 사람들의 머릿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개념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찬 가지로 모든 상품을 다 수익성이 좋은 상품으로 구비하는 것보다는 수익성이 떨어져도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 구성 전략을 기업이 사용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신용카드 시장에서 이러한 전략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의 일환으로도 이용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장에 뒤늦게 참여한 후발주자 회사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 상품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오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상위 1% 위한 카드- 2002/10/23)

시장에서의 경쟁은 간혹 정부 당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글로벌한 금융 시장에서는 금융 감독 기관의 잣대로 모든 상품을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 다양한 상품으로 경쟁력 있는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성장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게 진정한 애국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신용카드 회사가 나오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