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한미 통화 스왑- 2020. 3. 27.

jaykim1953 2020. 3. 27. 17:00



지난 주 금요일 아침에는 국내 모든 언론에서 한결 같이 한미 통화 스왑 체결을 보도하였습니다. (관련기사: mk.co.kr_2020/03/20_한미 600  달러 통화스왑) 이 보도를 보고 제게 질문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이 통화 스왑이 대단한 것인가 하는 질문이었고, 두 번째로는 도대체 통화 스왑이 어떤 것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은 왜 이런 조치를 취하였는지 배경이 궁금하다고 하였습니다.


먼저 이 통화 스왑은 대단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 운용에서 해외 부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입니다. 이번 우한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매각 자금을 외화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에서 달러 환율이 1,300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 도달하였습니다. 주식 매각 대금을 원화로 받아서 그 원화를 주고 달러를 사서 해외로 가지고 나가려는 수요가 많아졌던 것입니다. 은행에서는 창구에서 당장 달러를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가 부족하여 달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 스왑으로 미국 달러화를 공급 받게 되면 가뭄 속에 단비를 맞이하는 격입니다. 규모도 600억 달러면 상당히 큰 규모의 달러 공급입니다. 우리나라의 1년 수출액이 약 6천 억 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600 억 달러는 연간 수출액의 약 1/10에 해당하는 큰 금액입니다. 우리나라가 달러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통화 스왑으로 달러가 공급된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동맹국가로 제대로 대접해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나라하고만 통화 스왑을 맺은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와 두루 통화 스왑을 맺었다고 하여서 결코 그 가치를 평가 절하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역으로 그렇게 여러 나라와 통화 스왑을 맺으면서 우리나라를 빼놓았더라면 얼마나 당황스러웠겠습니까. 미국은 캐나다, 영국, 유럽 (EU), 일본, 스위스와는 상시 스왑 계약이 체결 되어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 더해서 이번에 9 개국과 스왑 체결을 하는 데에 우리나라도 포함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외에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싱가폴 등 총 9 개국)


두 번째로 통화 스왑이 어떤 거래인지를 살펴 보겠습니다.


통화 스왑이란 약정한 기간 동안 두 통화를 상대방에게 지급하였다가 돌려 받는 것입니다. 이번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통화 스왑은 약정 기간(*: 신문 보도에 따르면 6 개월) 동안 미국은 우리나라에게 미국 달러화를 맡기고 우리나라는 미국에게 우리나라 원화를 맡깁니다. 이 금액을 최대 600 억 달러까지 거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지원하는 금액은 600억 달러이고, 우리나라는 미국에게 6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원화를 지원합니다. 이 때에 적용되는 환율은 거래 당일의 시장가격입니다. 다만 시장가격과 약간의 차이 (1~2 % 정도)가 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서로 상대방 국가의 통화로 자금을 빌리는 형태로 이자를 주고 받으므로, 원금의 상대 통화 상당액이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원금에 대하여 지급하는 이자가 더 중요합니다. 만약 원금이 크게 차이 난다면 곤란하지만 거래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작은 금액 차이는 무시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나라는 미국과 6 개월 만기의 통화 스왑을 맺었다고 합니다. 이 거래를 그림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통화스왑.pdf


현재 우리나라가 받는 금액은 미국 달러화 600 억 달러입니다. 그리고 지급하는 한국 원화는 현재 환율인 US$/KRW 1,250에 맞추어 원화 75조 원 (600  X 1,250)입니다.


그리고 6 개월 후에는 우리나라는 미국에게 600 억 달러를 돌려 줍니다. 그런데 이 때에 우리나라가 돌려 받는 금액은 75조 원이 아닙니다. 6 개월 후에 적용할 환율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이자율 차이로 결정됩니다. 지금 미국의 이자율은 연 0.25%, 우리나라는 연 0.75% 라고 계산하여 보면 현재의 미국 달러화 600 억 달러와, 한국 원화 75조 원은 6 개월 후에 다음과 같이 됩니다;


           $ 600  X (1 + 0.25%/2) = $600  X 1.00125 = $600  7 5백만,

           \ 75  X (1 + 0.75%/2) = \75 X 1.00375 = \75 2 8 1 2 5천만

 

여기서 두 통화의 환율은;

           \75 2 8 1 2 5천만 / $600  7 5백만 = USD/KRW 1,253.12 가 됩니다.


따라서 6 개월 후에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받을 원화 금액은;

           $600  X USD/KRW 1,253.12 = 75 1 8 7 2억 원 입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현재 빌려온 미국 달러화 600 억 달러를 6 개월 후에 그대로 돌려 줍니다. 그런데 미국의 입장에서는 현재 75조 원을 빌려 갔다가 6 개월 후에는 1 8 7 2억 원을 더 돌려 주게 됩니다. 우리나라 원화의 이자율이 미국 달러화의 이자율보다 높으므로 6 개월 동안 이자율이 더 높은 한국 원화를 보유하고 있었던 미국이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은 미국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었던 우리나라에게 환율로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 거래 기간이 1 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 년에 한 번 씩 이자를 정산하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이 통화 스왑입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인 미국은 왜 이런 조치를 취하였는지 그 배경에 대한 설명해 보겠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우리나라가 혈맹이고 동맹국가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국고에서 현금을 인출하여 빌려주는 것은 경제적인 부담이 매우 큽니다. 단순히 정치적인 논리로 우방이고 동맹이기 때문에 도와준다는 것은 설득력이 2%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우리나라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러한 통화 스왑을 하는 이유는 겉으로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미국에 대한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서입니다. 그 내막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0 1월말 현재 미국 정부가 발행한 재정증권 (US Treasury Securities)을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금액은 1 2 11억 달러입니다. (출처: treasury.gov/Publish) 전세계에서 미국 재정증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으로 우리나라 보유 금액의 10배인 1 2천억 달러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외화 유동성의 어려움을 겪게 되면 당장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이 미국 정부 발행 재정증권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 재정증권의 상당 부분을 시장에 쏟아 낼 가능성이 다분히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 재정증권의 시장 가격은 하락하게 됩니다. 증권의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은 이자율이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가 큰 금액의 미국 재정증권을 시장에 쏟아 내어 미국 재정증권의 가격을 하락시키면 미국 재정증권의 시장 이자율은 자연스럽게 상승합니다. 이렇게 되면 지금 미국의 연준 (聯準, Federal Reserve)이 표방하고 있는 제로 금리 정책은 커다란 역풍을 맞게 됩니다. 연준이 이자율을 0% 대로 낮춘지 불과 2 주일도 채 안 되었습니다. (관련기사: marketwatch.com_3/16/2020-feds-cut-interest-rate-to 0%) 그런데 시장에서 미국 재정증권의 수익률이 상승하게 되면 연준의 이자율 정책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0% 대 금리라는 정책 기대 효과도 크게 훼손될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가 시장에서 미국 재정증권을 매각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는 의미에서라도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달러 유동성을 미리 공급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와 스왑 계약을 통하여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면 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 지면서 이자율이 낮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전세계 달러화 자금 시장의 이자율을 연준이 의도하는 대로 0% 대로 유지하는 것이 수월해 지게 됩니다.


동맹국가라는 정치적인 이유도 분명히 작용하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재정 정책의 효과를 역행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도 우방국가들과 통화 스왑을 맺은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상 적국 (potential enemy)인 중국과는 통화 스왑을 맺지 않았습니다. 중국도 미국 재정증권 보유 규모가 1 조 달러 이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과는 통화 스왑을 맺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통화 스왑이 어려운 시기에 커다란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데에는 미국의 재정 정책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것 뿐 아니라 정치적인 동맹이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아무리 정경분리(政經分離)라고 하더라도 국제관계에서는 정치적인 친소(親疏)도 무시할 수 없음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재정과 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기 위하여서라도 우리나라의 국제 정치가 여러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단계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통화스왑.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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