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주가지수는 정부 경제정책의 성적표? - 2021. 1. 22.

jaykim1953 2021. 1. 22. 05:29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 주일 전인 지난 주 금요일 국내 일간지에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코스피 3000이 자랑할 일인가’ 라는 논평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코스피 3000이 자랑할 일인가_joins.com_2021_1_15)

 

이 칼럼에는 ‘집권 4년의 경제 성과가 얼마나 보잘것없으면 유동성으로 밀어올린 주가를 자랑으로 내세울까.’ 라는 매우 신랄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주가지수가 상승한 것이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한 성과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가지수의 상승이 정부의 성공적인 경제정책의 성과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저의 칼럼에서 여러 해 전에 강조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2. 11. 2. 참조)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최대 경제규모와 최고의 자본주의 경제라 여겨지는 미국에서도 주가지수가 마치 성공적인 경제정책의 성과인 양 치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당선후 주가 50% 올라_ 당당한 트럼프_mk.co.kr_2019_7_1) 거의 모든 정치지도자들은 자신의 집권 후 주가지수가 상승하게 되면 그 것이 곧 자신의 성공적인 경제정책의 결과라고 자랑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정치가 주식시장을 망가뜨릴 수는 있어도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 주가의 상승을 이끌 수는 없습니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한다면, 정치적으로 미숙한 정부가 들어서거나 또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때에는 주식시장은 심하게 동요하고 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유능한 정치 지도자가 집권하였다 하더라도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회사들의 실적이 희망적이지 않다면 투자자들은 투자를 망설이게 됩니다. 정치적인 안정은 주식시장이 활기를 찾기 위한 하나의 필요 조건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정치적인 불안은 주식시장을 냉각시키고 주가를 급락시킬 충분조건이 됩니다. 알아 듣기 쉽게 말한다면 주식시장의 성패에는 정치가 아무리 잘해 봐야 본전이고 정치가 조금만 잘 못 되어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이 활황을 띄고 주가지수가 상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코 정치를 잘하여서 이룩한 결과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좋은 경제정책을 활발히 진행하여도 향후 기업들의 실적의 개선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면 주가는 결코 오르지 않습니다.

 

주가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성적표가 아니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성적표입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치입니다. 정부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는 있어도 그들이 더 잘 뛰게 할 수는 없습니다. 마치 달리기를 하는 선수들이 제대로 뛰지 못하도록 달리는 길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정부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아무리 달리는 길을 잘 닦아 놓아도 그 길을 달리는 선수들이 잘 달려야만 합니다. 달리기 선수가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하여서 달리기 길을 잘 닦은 정부가 생색을 내는 것은 코메디가 될 것입니다. 좋은 성적을 낸 달리기 선수에게 제일 먼저 좋은 성적의 공을 돌리고, 그 다음에 달리기 길을 잘 닦아 놓은 정부에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 제대로 된 평가일 것입니다.

 

지난 주 언론의 칼럼에서 지적한 바를 보면 지금의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유동성 시장’이라는 것입니다. 주가 상승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상황이 밝고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서 주가가 상승한 것이라기 보다는 경제 전반에 현금이 과도하게 투입되어 유동성이 넘쳐 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갈 곳 모르는 돈들이 주식에 몰려 주가를 끌어 올렸다는 것입니다.

 

지금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 현상입니다. 지난 해 전세계 경제 성장률은 – 4.3% 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난 해 전세계 주식시장의 상승폭은 지난 해 3월의 저점 기준으로 50% 이상 상승하였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의 디커플링-주간조선_2021. 1. 18.) 실물 경제는 마이너스인데 주식 시장은 플러스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정상은 아닙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각국이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는 저금리 정책과 통화증발로 인한 유동성 때문입니다. 넘쳐나는 현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해 주식시장으로 몰려 들어 주가를 떠받쳤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라고 하여 이러한 현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이미 여러 가지 명목으로 우리나라 정부는 현금을 뿌렸고, 금리는 지극히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금이 갈 수 있는 곳은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거의 신경질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부동산에의 진입 비용도 높이고, 탈출 비용은 더욱 더 높였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하여서는 혹독한 과세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 남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유동성이 갈 곳은 주식 시장뿐입니다. 새로운 유동성이 투입되면 주식 시장은 상승합니다. 이렇게 상승한 주가는 유동성 유입이 멈추는 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주식 시장의 거품이 되는 것이고, 이 거품은 짧은 시간에 걷힐 가능성도 다분히 있습니다.

 

과거에도 주식 시장이 급격히 상승하면 많은 사람들은 거품에 대한 우려를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급격한 가격의 하락만 없다면 급격한 주가의 상승이 반드시 거품이라고 단정 짓기는 곤란하더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거품이란 급격히 가격이 하락할 때에 사라진 만큼의 그 동안의 가격 상승을 일컫는 말입니다. 가격 하락이 없다면 이는 가격이 짧은 시간 안에 크게 상승한 것일 뿐 반드시 걷혀야만 하는 거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거의 전세계의 모든 주식 시장은- 유동성의 과잉 공급으로 인한 급격한 가격의 상승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유동성의 공급이 멈추는 순간 급격한 가격 하락과 함께 시장이 거의 붕괴하는, 소위 말하는 거품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금의 주가지수 상승이 마치 정부의 성공적인 경제 정책 운용에 기인한 듯이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주가 상승이 정부의 이야기와는 달리 과잉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거품일 수 있다는 것이 지난 주의 언론 칼럼에서 지적한 내용입니다. 이 지적은 저도 상당 부분 공감하는 분석입니다.

 

과잉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주식 시장의 과열에 대하여서는 외국에서도 이미 금년 연초부터 지적하여 왔습니다. (관련기사: divergence-flush-liquidity_The_Edge_Markets_2021. 1. 5.) 실물 경제와 주식 시장의 괴리로 인한 불안정은 금년 연초에 전세계적으로 부각되는 위기설의 원인입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주가지수의 상승이 정부의 경제 정책의 성공을 반영하는 결과물로 자만하기 보다는 실물 경제와의 괴리로 인한 주가 붕괴의 위기에 차분히 대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