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주식상장- 2021. 2. 19.

jaykim1953 2021. 2. 19. 05:33

지난 주에 있었던 금융계의 가장 화끈한(?) 소식은 우리나라에서 로켓배송이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배달 사업에 뛰어 들어 급성장한 전자 상거래 업체인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한다는 뉴스였습니다. (관련기사: 쿠팡 뉴욕증시 상장한다_mk.co.kr_2021/02/12)

 

쿠팡은 2010년에 창립하여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하여 왔으나 수익면에서는 아직까지는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사업 모델과 미래의 사업 성장성에서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커다란 가능성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정 기간 이익을 내야만 상장이 가능한 국내 증시보다는 가능성을 인정 받으면 상장이 가능한 해외 주식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쿠팡이 해외시장에 상장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언론의 분석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차등의결권 규제 없는 미국 증시로 떠나는 쿠팡 - mk.co.kr_2021/02/15) 앞선 보도에서도 여러 번 언급 되었던 차등의결권이 이 회사가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주요한 이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차등 의결권에 대하여서는 그 동안 자본시장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하여 왔습니다. 이번 쿠팡의 경우에는 management share 를 인정 받는 경우라고 보입니다. Management share는 우리 말로는 정확한 번역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경영자주식(經營者株式) 정도로 이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Management share는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주주에게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수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인정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기존의 경영진이 외부 투자자로부터 경영권에 대한 도전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흔히 새로운 기업을 일으키는 스타트 업이 주식 공개를 통한 자본을 모집할 때에 창업자가 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창업자에게 이와 같은 management share 를 인정하여서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사업 아이디어와 경영 방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경영권을 인정해 주는 방법입니다. 쿠팡의 경우에는 현 경영진인 창업주가 다른 일반주보다 29배의 차등의결권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차등의결권의 방법으로는 황금주 (黃金株, golden share)가 있습니다. 황금주는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의결할 때에 이 황금주를 가진 주주가 비토권 (veto right)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이 황금주를 가진 주주의 동의 없이는 어떤 안건도 주주총회에서 의결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특별한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하여 다양한 형태의 특별 의결권이 부여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대주주의 전횡에 대항하기 위한 소액주주들의 저항권이 인정도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소액주주의 저항권을 인정하는 사례는 집중투표제 (執中投票制, cumulative voting)입니다. 이 제도는 주로 이사회 구성원의 선임을 위한 투표에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선임할 이사가 5 명이라면 각 주식에 5 개의 의결권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5 명의 임원을 단번에 선임하도록 투표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소액 주주들이 5 표의 의결권을 한 사람에게 투표하여 표의 분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 반면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대주주가 선호하는 5 명의 이사에게 골고루 투표를 하여야 하므로 어느 한 사람에게 몰아서 5 표를 행사하기 곤란합니다. 이런 식으로 투표를 진행하면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한 때는 이런 제도를 시행하였으나 소액 투자로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이를 더 이상 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측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보입니다.

 

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주주의 의결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주식회사의 감사를 선출할 때에는 아무리 대주주라 하더라도 의결권을 전체 의결 정족수의 3%로 제한하는 전대미문의 규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제정되었습니다. (관련기사: ‘기업 3법’ 현실화에 경영계 분통_joins.com_2020.12.16.) 주주총회의 의결권을 대주주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규제하는 이러한 조치는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기업의 자본 형성에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가 자신의 권리 행사를 제한 받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글로벌 기업 경영 스탠다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논리입니다. 자신이 투입한 자본의 권리 행사를 제약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리화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우리나라 기업 경영 환경 속에서는 해외 시장에 주식을 상장함으로서 이러한 규제를 피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런 방법을 취할 것입니다.

 

쿠팡이 우리나라에서의 상장을 포기하고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린 이유에 대하여서는 그 밖에도 다양한 분석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코스피 상장땐 '삼바' 꼴 난다_joins.com_2021/02/16) 결론적으로 반기업정서가 팽배한 현재의 우리나라 정부의 경제 환경에서는 섣불리 국내 증시에 상장하게 되면 온갖 규제와 표적수사의 제물이 될 리스크를 져야만 한다는 것이 중론(衆論)입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실적이 좋다거나 크게 성장하게 되면 집중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기 십상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삼성그룹의 편법 증여 사례입니다. 이 건의 경우에는 분명 편법을 사용하여 낮은 가격에 전환사채를 발행함으로서 2세에게 경영권을 인수 인계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그러나 편법은 어디까지나 편법일 뿐 불법은 아니었습니다. 이를 시비하면서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검찰의 수사가 6년 여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법원까지 간 최후 판결은 무죄였습니다. (관련기사: ‘에버랜드 저가CB’ 무죄_donga.com_2009/09/21)

 

편법으로 따지자면 정치판이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에 있었던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에서 관용 여권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관련기사: 황희, 본회의 기간 관용 여권 사용해 스페인 가족 여행- munhwa.com_2021/02/07)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그냥 덮고 지나갔으며 그 사람은 장관에 임명되었습니다. 만약 어느 재벌이 여권을 발행 목적과 달리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면 전국이 들썩일 정도로 문제가 되었을 것이고 그 당사자는 아마도 검찰에 수없이 불려 다녔을 것입니다. 재판에 부쳐져 대법원까지 가는 것을 각오하여야 했을 것입니다. 설사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낸다 하더라도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이미 무수히 죄인 취급을 당하고 언론의 질타를 각오하여야야 할 것입니다. 정치권의 편법은 ‘불법은 아니다’ 라는 말로 면죄부를 받아냅니다. 다른 정권이 하는 행위는 위헌이라는주장을 펴다가도, 자신이 하는 일은 ‘불법이 아니다’ 라고 강변 합니다. (관련기사: ‘차벽’ 그때는 위헌이고, 지금은 아니다 -mt.co.kr_2020.10.07.) 그러나 재벌은 불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편법이라는 이유로 일단 검찰의 기소를 각오하여야 합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규제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면 기업들은 그 올가미에서 벗어나려 할 것입니다. 쿠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차등의결권은 우리나라에서 금과옥조 처럼 여기는 경제민주화에 정면으로 배치(背馳)하는 개념입니다. 이런 저런 상황에 비추어 보면 가능하기만 하다면 기업들은 탈한국(脫韓國)을 하려는 것이 지극히 당연합니다. 아마도 쿠팡의 이번 결정을 부러워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쿠팡과 같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규제를 벗어나는 방법이 가능한지 가늠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전세계 모든 기업들이 하나의 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의 우물 안 개구리식 규제와 제재로는 더 이상 기업들을 붙잡아 놓을 수 없습니다. 사회주의- 정확히는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조차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려는 글로벌 기업 환경을 우리나라 정부도 냉정히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적용되는 규제와 제도는 결국 우리나라 기업으로 하여금 우리나라를 떠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쿠팡의 미국 시장 상장을 통하여 정부 당국자들이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