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기업의 도덕성- 2021. 2. 26.

jaykim1953 2021. 2. 26. 05:35

 

제가 아는 기업 경영인 가운데 C 회장은 연세가 상당히 연로(만 86세)하십니다.  C회장은 40대 초반 기업을 일으키고 자수성가하여 사업에 크게 성공하였습니다. 그 분이 일군 사업은 방역 분야 사업입니다. 그 분은 처음에는 공무원으로 사회에 발을 내디디고 구서 (驅鼠)와 방제 (防除) 분야의 일을 하였습니다. 1960년대에는 우리나라는 쥐에 의한 식량 손실이 막대하고, 각종 해충으로 인한 건강과 경제의 피해가 심각하였습니다. 그 당시 정부에서는 이러한 폐해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하여 해외의 사례와 기술을 도입하려고 하였고, 마침 C 회장은 이러한 계획에 선발되어 해외에서 구서와 방제에 관련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로 돌아와 정부기관에서 주도하는 각종 구서 및 방제 사업을 도맡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공무원으로서의 한계와 제약을 느낀 C 회장은 1970년대 중반에 공무원을 퇴직하고 자신의 회사를 창립하였습니다. 구서와 방제에 대한 수요는 컸으나 마땅히 전문기업이 없던 때에 C 회장의 회사는 구서와 방제 시장에 독보적인 기업으로 우뚝 솟았습니다. 그의 회사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하루가 다르게 그의 사업은 번창하였습니다. 이제는 그의 회사는 타기업의 추종을 불허하는 구서, 방제 분야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국내의 웬만한 식당이나 접객업소에 가면 그의 회사 고객임을 알리는 마크가 붙어 있는 것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

 

C회장의 회사는 단순히 사업을 크게 성공한 것만이 아닙니다. 그의 회사로 인하여 우리나라 요식업계와 접객업계, 그리고 일반 가정에까지 크게 위생관념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의 회사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위생관련 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따금 C 회장을 만날 때면 그의 모습은 멋져 보입니다. 고객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당하게 보상을 받아 부를 축적한 C회장은 멋진 사업가의 모습입니다. 게다가 그는 모범납세자 표창, 국민훈장 등을 받았습니다. 여러 가지로 C 회장도 스스로 자랑스럽고 뿌듯할 것입니다. 그의 사업 모델은 도덕적으로 매우 훌륭한 기업입니다.

 

그런가 하면 법률적으로는 크게 문제 삼기 어렵다 하더라도 도덕적인 기준으로 바라볼 때에 크게 칭찬하기 어려운 기업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래 전 저의 고객 가운데 종교 관련 기금을 운용하는 곳이 있었는데, 그 기금에서는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주류, 담배, 무기 등을 제조, 판매 하거나, 그 원료를 공급하는 기업에는 아무리 사업성이 좋다고 하더라도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기준으로는 주류, 담배, 무기 등은 도덕적으로 건전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기 관련 기업에서는 국방에 일조(一助)하는 사업을 너무 매도하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싶고 억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반면, 주류, 담배를 취급하는 기업은 도덕성에서 항상 사회의 지탄을 받기 십상입니다. 또한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신흥 재벌군으로 떠오르는 IT 분야 기업 가운데에는 게임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여가 선용과 두뇌 스포츠의 개발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그들의 사업 모델이 남달리 생산적이라거나 도덕적으로 우수하다고 주장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해 보입니다.

 

하기야 불량식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의 불법성에 비하면 게임업체에게 더 높은 도덕적인 사업모델을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덕적인 기준은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각종 스포츠 구단의 경우 관객에게 생활에 찌들린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고, 여가를 선용하게 해 주며, 고객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반면 스포츠 구단들이 그렇게 많은 금액의 돈을 선수들에게 지급하고,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운동 경기를 하면서 입장료, 중계료 등으로 그렇게 천문학적인 숫자의 금액을 벌어들이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훌륭한 일인가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요즈음 한창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비트 코인을 채굴하는 PC방 주인들이 있다고 합니다. 어차피 PC방 임대료도 나가고, 컴퓨터는 여러 대가 놀고 있으니 이들을 이용하여 비트 코인을 채굴한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컴퓨터 놀리느니 비트코인 캐는 PC방 사장님_asiae.co.kr) 비트 코인을 채굴하여 팔면 분명히 돈을 벌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트 코인은 아무런 가치도 없고, 효용성도 없습니다. 그저 맹목적인 투기 열풍에 휩쓸려 가격이 춤추고 있을 뿐입니다. 이미 제 칼럼에서 여러 번 언급하였듯이 비트 코인은 훗날 누군가가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되사갈 것을 기대하고 매입합니다. 그 것 말고는 전혀 생산성도 없고, 가치도 없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1. 2. 5. 참조) 쓰이는 곳도 없고 내재 가치도 없는 비트 코인을 사고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은 도덕적인 사업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트레이딩을 하더라도 가치가 있는 상품, 유가증권, 통화 등을 거래하는 것은 수긍이 갑니다.

 

시카고의 선물시장에서는 기후도 거래합니다. 기후의 거래는 얼핏 보기에는 사행성 도박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기후 거래 계약의 내용은 해당 기간의 평균 기온이 화씨 65도 (섭씨 약 18도)에서 얼마나 높아지는가 (Heating – 거래 기호 HDD) 또는 낮아지는가 (Cooling – 거래 기호 CDD)를 대상으로 합니다. 기온의 변화에 따라 농산물 생산량이 크게 변동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목적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고 의미도 없는 평균 기온을 거래하는 투기로 비쳐질 수 있으나, 그 본질은 농산물 생산성에 대한 헤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기후 거래는 그런 의미에서 농업 생산성의 리스크를 헤지하는 매우 의미 있는 거래이고 도덕적으로도 상당한 정당성을 갖추었습니다. 비트 코인의 트레이딩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도덕적인 잣대를 너무 앞세워 그 기준으로 사업을 평가하다 보면 우리 주변에 바람직한 사업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금융 분야에서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고객을 투기판으로 몰아 넣거나, 고객이 감당하기 어려운 커다란 리스크를 부담하게 만드는 상품을 팔 수도 있습니다. 고객에게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불완전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고, 정상적이지 않은 폰지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5. 12. 4. 참조) 그래서인지 금융분야는 부도덕한 상품이 많이 팔리는 분야로 꼽히기도 합니다. 지금도 인터넷 구석구석에는 각종 비현실적인 선전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부도덕한 금융상품 선전이 널려 있습니다. 19살에 3백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하여 32세에 100억 원의 재산을 벌었다고 허황된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5. 10. 8. 참조)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다고 주장하면서 그가 소비자를 유혹하는 상품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실로 허황되기 이를 데 없는 도덕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허무맹랑한 사기성 행위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반면 금융 분야에도 도덕적으로 우월한 기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저축률이 지극히 미미한 시절에 2세의 교육을 위한 저축을 목적으로 설계한 보험 상품을 판매한 매우 바람직한 기업도 있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0. 10. 8. 참조) 저축과 교육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아이디어로 고객을 모으고 사업을 일으켰습니다. 1950년대 말 모두들 어렵게 살던 때에는 하루하루 입에 풀칠 하기도 만만치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미래를 위하여 자녀들은 교육 시켜야 한다는 계몽정신과 교육을 위한 저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교육보험이라는 독창적인 상품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런 상품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교육열과 저축을 모두 크게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도덕적인 기준으로 건강하게 시작한 금융기관이 크게 성공하였다는 것은 우리 사회를 밝게 유지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보입니다.

 

산업분야에서는 구서와 방제라는 사업 모델로, 금융 분야에서는 교육과 저축이라는 사업 모델로 사업성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지극히 우월한 기업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뿌듯한 감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도덕적인 기업들의 사업이 크게 번창하고 우리들의 사회를 밝고 건전하게 밝혀 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