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직업 윤리 (Work ethics) - 2021. 3. 26.

jaykim1953 2021. 3. 26. 05:10

지난 몇 주 동안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만든 사건으로는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있습니다. (관련기사: 투기 의혹 LH직원_donga.com_2021/03/10) 그런데 이 사건의 제목은 조금 정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은 그냥 ‘투기’ 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건설적이지 못한 행위라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LH 직원들이 무엇인가 바람직하지 못한 짓을 하였다는 선입관에 ‘투기’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엄밀히 이야기하면 이들이 투기를 하였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투기란 어떤 것인지부터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비교하여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부동산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부동산을 매입하여 그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는 행위입니다. 가치를 높이면 가격은 가치가 상승한 것보다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지를 매입하여 건물을 짓고 그 건물을 팔게 되면 대지 매입 대금과 건설 비용을 합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에 매각할 수 있습니다. 나대지라는 부동산에 건물이라는 가치를 더해서 가격을 오르게 만드는 행위가 부동산 투자의 한 예입니다.

 

그 반면 투기란 가치의 변화 없이 단순히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입니다. 부동산이 아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비트 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크립토 커런시, cryptocurrency)가 대표적인 투기의 대상입니다. 비트 코인은 내재가치가 없으므로 이를 매입하여 가치를 증가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가격이 상승하기를 기대하는 것뿐입니다. 가치의 변화 없이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는 것이 전형적인 투기입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금요일 모닝커피 2011.12.30. 참조)

 

이러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LH직원들이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해당 부동산에 무엇인가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할 것을 예견하고 매입한 것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투기로 모는 것은 LH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상황에서 정말로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투기인가 투자인가의 문제보다는 내부자 정보 (inside information)를 이용한 거래입니다.

 

공사를 막론하고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기관의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투자를 하는 것은 금기사항 가운데에서도 가장 첫번 째로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상장회사의 임원이 자신의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의 회사 주식을 팔고 사는 것은 처벌의 대상입니다. 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가 자신이 분석하는 종목을 사고 팔아서 이득을 취하는 행위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LH 직원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LH공사의 사업계획을 미리 알고 해당 사업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거래입니다. 이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모럴 해저드, moral hazard)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제가 약 20 여 년 전 토지공사에서 고문으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LH 공사로 합병하기 전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두 공공기관이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토지공사 경영진은 나름대로 상당한 프라이드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로서는 다른 어떤 정부 투자기관보다도 수익성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토지공사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었던, 또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특권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토지공사가 가지고 있었던, 그리고 지금의 LH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특권은 강제로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토지수용권과 토지의 형질을 변경할 수 있는 용도변경권입니다. 팔지 않겠다는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여서 – 아무리 유상이라고 하더라도- 반듯한 모양의 땅을 만들고, 개발 대상지역 안에 있는 논이나 밭 등의 토지 용도를 주거용 대지로 변경하면 그 토지의 가치는 엄청나게 오르게 됩니다. 가치의 상승과 함께 가격 또한 더욱 엄청나게 오르게 마련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의 토지공사는, 또 현재의 LH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현재의 LH는 누적된 부채는 130조 원이 넘습니다. 그리고 직원들 복리후생비용과 복지기금 적립은 계속 늘어나기만 합니다. 실로 방만한 경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련기사: LH 탓이다?-joins.com_2021/03/18)

 

토지공사가 지난 수십년의 기간 동안 벌여 온 여러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분당, 일산 지역의 개발일 것입니다. 그 당시 삼림, 잡종지, 전답이었던 토지를 수용하여 택지로 개발하고 신도시를 만들었습니다. 분당과 일산은 신도시 프로젝트로서 상당히 성공한 모델로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토지공사의 고문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적지 않은 토지공사의 직원들이 분당 인근과 수지, 판교 등에 꽤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말로는 토지공사 본사가 분당에 있어서 대부분의직원들이 분당 근처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근처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제게도 몇몇 유먕한지역을 알려주면서 대지를 매입해 둘 것을 권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그 당시에 그들이 매입하여서 가지고 있던 땅, 또 제게 매입을 권하였던 땅들은 모두 수지, 판교 등 지금은 크게 개발이 이루어진 곳이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 때 부동산을 조금 사 두었더라면 적지 않은 이득을 취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그 당시에 직접 보고 알게 된 그들의 부동산 투자 방법은 적당한 크기의 땅을 매입하여 그 곳에 가건물을 짓고 그 가건물을 식당, 가게 등으로 쓰도록 세를 놓았습니다. 대부분 은행 대출을 끼고 땅을 샀으므로 이자 납부를 위한 최소한의 수입이 필요하였던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땅들이 뒷날 토지공사에 의하여 개발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과론적으로 이들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하여 투자를 한 것이었습니다.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투자는 범죄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범죄의식 없이 이러한 일을 벌이는 것은 범죄로 인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과 처벌의 크기가 이들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하여 벌어들이는 이익의 크기보다 현저히 작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투자가 몇 번 무사히 넘어가게 되면 그 다음에는 죄의식은 점점 옅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면서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점점 대담해지고 규모도 커지게 되면서 이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의 눈에는 과거부터 계속 있어 왔던 일인데 갑자기 왜 그러냐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진작에 직업 윤리에 대한 직원 교육을 강화하였어야 했습니다. 토지 수용, 용도 변경 등의 특권이 이용될 수 있는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거래는 투철한 윤리의식과 가혹한 처벌로 바로 잡아야 합니다. 특히나 윗 사람들이 철저한 자기관리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보다 사업, 경제 분야에서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예를 들어보면, 그들은 직업윤리 (work ethics)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직원들에게 강한 직업윤리를 요구합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직업윤리는 신의 성실 (integrity), 정직 (honesty), 원칙 (discipline), 책임감 (responsibilities), 공정 (fairness) 등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두루 필요한 윤리의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LH 직원들의 행위를 투기라고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여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거래는 범죄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범죄 행위는 처벌 받아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원칙이 적용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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