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금융의 기본- 2021. 4. 9.

jaykim1953 2021. 4. 9. 05:58

지난 주 수요일에는 일부 보수 언론에서 저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의 제목은 “신용 높으면 저이율, 낮으면 고이율은 모순” 이었습니다. (관련기사: 文 “신용 높으면 저이율, 낮으면 고이율은 모순”_chosun.com_2021/03/31) 바로 다음 날 아침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발언의 내용을 요약하여 발표하는 과정에 본래의 의도와 달리 오해가 발생하였다는 의견을 내어놓았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대통령의 금리 발언, “오해”라고 해명_chosun.com_2021/03/31) 그런데 오해라는 해명이 조금은 부족한 듯 하여 제 생각으로는 추가 해명이 나오리라 기대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추가 설명이나 해명이 없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 월요일 4월 5일에는 서울과 부산의 시장 보궐 선거를 이틀 앞두고 조금은 선심성 선거 공약으로 보이는 새로운 주거 관련 금융 정책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40년 모기지도 안나왔는데 50년 들고나온 당정_mk.co.kr_2021/04/05) 아마도 엊그제 있었던 서울과 부산의 시장을 선출하는 보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열세를 보이자 이를 만회하고자 무엇인가 획기적인 정책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 동안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이 계속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본질을 비껴가는 엉뚱한 제재 일변도로 흘렀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 대출은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었고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여졌습니다. 이를 만회하고자 느닷 없이 50년 만기 모기지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기사에서도 언급하였듯이 40년 만기 모기지도 아직 시장에 선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50년 만기 모기지가 출현하였습니다. 아마도 모기지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급조한 상품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모기지 만기를 길게 잡는 이유는 만기가 길어지면 원리금 납부 금액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므로 차입자의 상환 부담을 가볍게 해 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 억 원의 모기지 원금을 연 4%의 금리로 30년간 원리금 상환을 해 나간다면 매년 578만 3천 원, 월 48만 2천 원 씩 상환하여야 합니다. 똑같은 모기지를 기간만 40년으로 늘릴 경우 원리금 상환 금액은 연간 505만 2천 원이 되고, 월 42만 1천 원 씩 상환하게 됩니다. 연간 73만 원의 원리금 부담이 줄어듭니다. 그 대신 상환 기간이 10년 늘어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40년 모기지와 50년 모기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앞의 예와 마찬 가지로 1 억 원의 모기지 원금을 연 4%의 금리로 50년간 원리금 상환을 해 나간다면 매년 465만 5천 원, 월 38만 8천 원 씩 상환하여야 합니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모기지 만기 30년 40년 50년
연간 원리금 상환액 578만 3천 원 505만 2천 원 465만 5천 원
원리금 상환 총액 1억 7,349만 원 2억 208만 원 2억 3,275만 원
원리금 상환 총액 차이 2,859만 원 3,067만 원
월간 원리금 상환액 48만 2천 원 42만 1천 원 38만 8천 원
월간 상환 금액 차이 6만 1천 원 3만 3천 원

 

30년 만기 모기지를 40년으로 늘리게 되면 매월 상환 금액이 6만 1천 원이 줄어 들게 되고 이는 30년 만기 모기지의 월 상환 금액 48만 2천 원의 12.7 % 줄어듭니다. 그 반면 40년 모기지를 50년으로 늘리면 월 상환 금액은 3만 3천 원이 줄어 들며 이는 40년 만기 모기지의 월 상환 금액 42만 1 천 원의 7.8% 입니다, 한 눈에 알 수 있듯이 30년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는 것보다 40년 만기 모기지를 50년 만기로 늘리는 것은 월간 상환 금액이 그리 크게 줄어 들지 않습니다.  그 반면 30년 모기지를 40년으로 연장할 경우 매달 원리금 상환 금액은 줄어들지만 10년의 상환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원리금 상환 총액은 2,859만 원이 늘어납니다. 마찬가지로 40년 모기지를 50년 모기지로 연장하게 되면 원리금 상환 총액은 3,067만 원이 늘어납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30년 → 40년: 월 6만1천 원 부담 줄이고, 2,859만 원 (원리금 상환 총액) 추가 부담.

40년 → 50년: 월 3만3천 원 부담 줄이고, 3,067만 원 (원리금 상환 총액) 추가 부담

 

30년 → 40년의 경우에는 매달 상환하는 금액이 비교적 크게 줄어들고, 원리금 상환 총액은 상대적으로 작게 늘어납니다. 그러나 40년 → 50년의 경우에는 매달 상환하는 금액은 그리 크게 줄어들지 않는 대신 원리금 상환 총액은 더 많이 늘어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30년 모기지를 40년으로 만기를 연장하는 것보다 40년 모기지를 50년으로 만기 연장하는 것이 차입자에게 그리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10년 모기지를 20년 모기지로 바꾸는 것이 차주의 입장에서는 매달 상환하는 금액이 가장 크게 줄어듭니다. 그 다음으로는 20년 모기지를 30년 모기지로 연장하였을 때입니다. 이는 일일이 계산하여 보여 드리지 않아도 위의 30년 → 40년, 40년 → 50년의 비교에서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기지 금융에 대한 조그마한 이해만 있어도 30년 모기지가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시장에서 40년 모기지, 50년 모기지가 흔치 않은지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한 사람들이 50년 모기지 상품이 모기지를 필요로 하는 금융 소비자들에게 크게 인기가 있으리라 지레짐작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금융 정책과 금융 상품을 만들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명약관하(明) 하게 보여 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신용 높으면 저이율, 낮으면 고이율은 모순”이라는 발상은 금융의 기본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이 논리대로 따라서 모순을 없애려면 신용이 높으면 고이율, 신용이 낮으면 저이율을 적용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저이율을 적용 받기 위하여 신용을 낮추려 할 것입니다. 대출의 원금, 이자를 제 때에 내지 않아 신용도를 마구 떨어뜨리면 이자율이 낮아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오는 7월부터는 모든 대출에 새로이 변경된 법정최고금리 연 20%가 적용됩니다. (관련기사: 최고금리 年20로 인하_기존 대출에도 소급 적용_hankyung.com_2021/04/06) 심지어는 기존 대출에도 소급적용 됩니다. 앞으로 연 20%의 금리로 대손율을 감당하지 못하는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끊어질 것입니다. 기존에 20%를 넘는 대출을 받았던 차입자는 만기에 연장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연 20% 이상의 이자를 받아야 신용 리스크 부담에 대한 보상이 되는 기존의 대출을 갑자기 연 20%로 이자율을 낮추었으니 남은 기간 동안 리스크를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하게 되어 좌불안석(坐不安席)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무리한 법을 밀어부친 정치인들은 “과도한 이자 부담을 덜어주었다” 라면서 스스로 만족해 할 것입니다.

 

금융 시장이라는 곳이 크게 모순이 되는 상품만 있는 곳은 아닙니다. 금융 시장도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는 곳입니다. 무리하게 높은 금리를 적용하려고 한다면 대출 소비자가 떠납니다.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에는 공급자가 등을 돌립니다. 금융 상품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적정한 가격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상품을 거래하는 곳이 금융 시장입니다. 위정자들이 자신의 선의(善意)를 자랑하려고 엉뚱한 상품을 내어 놓거나 가격을 왜곡시키면 그 시장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쪼그라들게 됩니다. 요즘 언론이 즐겨 쓰는 표현을 빌면, “이러한 무리한 조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 소비자에게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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