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22 부동산 시장-III

jaykim1953 2022. 11. 11. 06:30

지난 주말에는 국내 언론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갱도에 갇혀 생사를 모르던 광부 두 사람이 극적으로 구출되었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봉화 광산사고 광부들 '기적의 생환'…221시간 만에 걸어나왔다_yna.co.kr_2022. 11. 5.) 만 10일이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빛도 없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식량과 물도 없이 커피 믹스만으로 견뎌냈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55년 전에 있었던 사건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 당시 지하 갱도에 갇혀서 15일간을 견뎌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분의 이름은 김창선 씨라고 알려졌으나, 원래 이름은 양창선이었고, 동사무소 공무원의 실수로 성(姓)이 바뀌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다시 태어났다 超人 김창선씨_donga.com_1967. 9. 7.)
1967년은 우리나라 경제에 굉장히 커다란 사건이 있었던 해입니다. 다름 아닌 부동산 양도소득세가 도입된 해입니다. (관련기사: 부동산 양도세 신설_mk.com_1967. 8. 4.) 양창선씨의 구출과 부동산 양도세 도입은 1967년말 도하 각 신문이 선정한 10대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들어 있었습니다. 또한 부동산 양도세 신설을 알리는 신문기사와 같은 날에 같은 신문, 같은 면에 실린 또 다른 소식은 ‘부동산 투자를 강력 규제’한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不動産 投資를 强力規制_mk.com_1967. 8. 4.) 부동산 양도세는 처음 도입할 때부터 부동산 투자를 강력히 규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당시만 하여도 부동산 ‘투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지 ‘투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세금을 과세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모든 소득에 대하여 같은 세율을 적용합니다. 과세를위한 소득은 고전적으로 임금, 이자, 지대, 이윤으로 구분합니다. 이들 사이에 다른 세율을 적용하게 되면 세율이 낮은 쪽으로 소득을 조정하려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임금에 대한 세율이 낮다면 기업주는 기업의 이익에서 많은 부분을 자신의 임금으로 지급하고 이익을 줄이려 할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원칙적으로는 각 소득의 세율은 동일하게 적용하여야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세율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세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1967년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처음 도입할 당시의 세율은 원칙적으로 과세 소득의 50%를 과세하였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강력히 규제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과세의 원칙이라던가, 과세 정의(正義) 보다는 부동산 투자 규제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우선시 되었던 것입니다.
도입 초기의 강력한 규제 의도에 비하면 지금의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상당히 완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소득 공제와 일가구 일주택, 장기보유 등에 따른 감면으로 실효 세율은 과거에 비하여 많이 낮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양도소득세가 처음 도입되었던 1967년에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지속되는 일관된 정책의 기조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규제입니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은 부동산 투기(投機)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부동산 투자이건 부동산 투기이건 정부의 규제 대상이라는 점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규제를 가하여도 부동산 시장은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부동산 문제만은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하였던 지난 정부도 결국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자인(自認)하고 사과하였습니다. (관련기사: "부동산 자신있다" , 2년만에 "너무 죄송 드릴 말씀 없다"_joongang.co.kr_2021. 9. 27.)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나서서 강력히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1967년에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도입함으로써 당장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않았으나 그 이후 꾸준히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데에 일조(一助)를 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만약 부동산 양도소득세가 없었더라면 부동산 투기는 지금보다 더 극성을 부렸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가 아니었다면 세금도 없는 소득이 생기는데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동산 양도소득세가 생김으로써 다른 소득과의 조세 형평성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매우 특이한 면이 있습니다. 조금만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즉시 과열되는 경향이 있고, 가격이 조금만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 바로 냉각기에 돌입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경우에는 이러한 급등, 급냉의 경향이 더 심하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이에 대한 이유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높아진 가격 때문에 수요자들이 들어가 살 집을 구하지 못하게 될까 봐 매입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르게 된다고 합니다. 그 반대로 가격이 떨어질 때에는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현재의 높은 가격에는 매입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은 더 떨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동산은 일반 상품과 달리 가격의 단위가 매우 크고, 한 번 사면 쉽사리 되팔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기간 보유할 물건이기에 매입에 신중을 기하게 되고, 큰 금액의 투자이기에 가격에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전통적으로 활황기와 냉각기가 번갈아 옵니다. 활황기에는 가격이 끝없이 오를 듯이 보이고, 냉각기에는 바닥을 모르고 가격이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계곡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말이 있듯이, 부동산 시장에서 영원히 가격이 오르기만 하지도 않을 뿐더러, 끝없이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외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의 등락을 움직이는 가장 큰, 결정적인 요인은 이자율입니다. 이자율이 내려가면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맞게 됩니다.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빌려서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반면 이자율이 상승하면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냉각됩니다. 부동산 매입을 위한 자금의 차입 비용이 높아지게 되어 부동산 매입 수요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요즈음의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끝을 모르고 바닥이 없는 가격의 하락을 보는 듯 합니다. 부동산 매입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가격은 계속 떨어지기만 한다는 보도뿐입니다. (관련기사: 사려는 사람이 없다…'매물 6만개' 쌓인 서울 아파트 _mt.co.kr_2022. 11. 4.) 그뿐 아니라 ‘돈맥경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가며 연일 언론에서는 자금 시장에서의 자금 고갈과 이자율 상승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고금리에 돈맥경화건설사 도산설_munhwa.com_2022. 11. 9.) 지금 현재의 상황으로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차가운 냉각 기류에 휩싸여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이러한 시장 상황이 끝없이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하락세는 멈추고 수요가 살아나면서 안정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부동산 시장이 너무 뜨겁다는 경고의 메세지를 듣게 될 것입니다.
부동산뿐 아니라 모든 시장이 다 그렇습니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습니다. 오르막에서 무슨 큰 일이 난 듯 호들갑을 떠는 것도, 내리막에서 곧 세상이 끝날 것 같이 탄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좀 더 냉정하게 앞으로의 이자율 동향과 함께 전반적인 경제의 흐름을 주시한다면 머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도 안정이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장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경향을 보일 때일수록 부화뇌동하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차분하게 시장을 바라보면서 원칙을 되새겨면서 시장을 냉정하게 분석하면 앞으로의 시장 움직임에 대하여 대비할 수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미래에 대하여 궁금한 -2021. 8. 28. 참조)
캄캄한 갱도에 갇혀서도 믹스 커피를 대용식 삼아 차분히 구조를 기다리다가 거의 10일 만에 구조된 광부가 있습니다. 55년 전에는 15일을 무너진 갱도에서 살아 남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당장 무너질 듯한 위기감을 느끼게 만들기는 하나, 그렇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성을 잃지 말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시장을 바라 보면 앞으로의 시장 움직임에 대하여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건강해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