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안개 - 2023. 1. 27.

jaykim1953 2023. 1. 27. 06:36

오랜만에 노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헤어질 결심안개

노래는 지난 각종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한 영화 헤어질 결심 삽입되어 새로이 관심을 받은 곡입니다. 노래는 헤어질 결심영화가 나오기 55 전에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노래는 원래 동명의 영화 주제가로 쓰였던 곡입니다. 얼마 알츠하이머 병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난 윤정희 배우와 신성일 배우가 주연한 영화였습니다. 영화 안개 당시 미성년자 관람불가등급이어서 중학생이었던 저는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당시 인기 소설가였던 김승옥 작가의 소설 무진기행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무진기행 가상의 도시 무진이라는 곳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소설이 진행됩니다. ‘무진이라는 이름은 안개 ()와 나루 ()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안개가 많이 끼는 작은 나루터 같은 포구(浦口)라고 가상의 도시를 설정하였다고 합니다. 영화 '안개' 주제가로 쓰인 음악이 헤어질 결심에 사용된 같은 곡 안개입니다. 당시 여고생이었던 신인 가수 정훈희가 노래를 불러서 공전의 힛트를 하였습니다.

제가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은 1967 봄이었습니다. 저희 선친의 생신은 음력 3 28일인데 해에는 양력 5월초 어느 일요일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워커힐 호텔 리조트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가야금 극장에서 공연하는 워커힐 쇼를 관람하였습니다. 워커힐 쇼의 메인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마침 동아방송 라디오의 일요일 저녁 음악 프로그램을 공개 녹음하였습니다. 다음 일요일 저녁에 방송할 내용을 일주일 전에 워커힐 가야금 극장에서 미리 녹음하는 것이었습니다. 사회는 후라이보이 곽규석씨가 보았습니다. 그런 방송 녹음을 처음 보는 저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 있어 보였습니다. 공개 방송 녹음의 가수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 당시 신인 가수로 처음 데뷰한 정훈희였습니다. 1951년생이니 나이는 불과 16, 고등학교 재학중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녀의 데뷰곡인 안개 불렀습니다. 안개 노래를 작곡한 사람은 작곡가 이봉조 씨였고 그가 발굴한 신인 여가수 정훈희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여 대단한 힛트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1970 안개노래는 동경 국제 가요제에 출전하여 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처음 안개 노래가 발표된 것은 1967년이었고 그로부터 3 동경 국제 가요제에서 수상합니다. 그러면서 노래는 다시 한번 주목을받고 방송에 연일 흘러 나왔습니다. 2 전성기를 맞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발표한지 55년이 흐른 지난해에 다시 노래가 여러 곳에서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 노래가 사용되었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잊혀진 알았던 노래도 따라서 자주 불리게 되었습니다. 3 전성기라고 있을 것입니다.

곡의 훌륭한 노래가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경우는 간혹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틀즈의 노래 가운데 몇몇 곡은 20세기 최고의 곡이라고 불리며 꾸준히 사랑을 받습니다. 그런데 안개라는 노래처럼 발표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3년의 세월이 지나 기억에서 조금씩 지워질 때에 국제 가요제에서 상을 타면서 다시 각광을 받고, 그로부터 다시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잊혀질 만한 때에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노래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사람의 인생에 비유하는 것이 적당할는지 모르겠으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전성기라고 부를 만한 시기가 있을 것입니다. 마치 인기 가요가 처음 발매되고 인기를 얻는 시기에 비유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전성기가 오래 지속되는 사람도 있고 상대적으로 짧게 끝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번의 전성기 이후 번의 전성기, 2 전성기를 맞이하는 사람도 있을 있고 또는 번의 전성기로 인생이 끝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드물게는 번째 전성기를 맞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참에 자신의 전성기를 돌아 보는 기회를 가져 보았습니다. 저의 전성기는 저의 직장 Bank of America에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Bank of America 서울지점의 경영진 눈에 띄어 동남아와 일본에 동안 연수를 나갈 있었고, 아시아 지역 본부의 인정을 받아 Bank of America 본점 (당시 미국의 쌘프란씨스코 소재)에서 근무할 수도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였던 내부 스왑(internal swap)이라는 개념의 회계 방식도 이해하고 습득하여 서울 지점에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2016. 7. 15. Flash Dance 참조) 지금과 달리 당시만 하여도 외국은행 서울 지점에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직원의 숫자가 많았고, 경영학이라던가 회계를 전공한 사람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었습니다. 덕분인지 회계에 조금 익숙하고 경영학 용어를 이해하는 저는 다른 직원보다 쉽게 Bank of America 은행 회계 시스템을 받아 들일 있었습니다. 제가 배운 은행 회계 시스템은 국내 은행들의 회계와는 사뭇 다른 개념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월말이면 기간 경과 이자를 정산하였고 수취하지 않은 대출 이자는 미수 수익(未收 收益)으로 계상하였습니다. 당시의 국내 은행들은 대출 만기에 이자 계산을 하고 대출 기간중에는 이자 정산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점이 국내 은행과 외국은행이 다른 점이었습니다. 반면 예금 이자의 경우에는 국내 은행에서도 3개월 혹은 6 개월에 한번씩 이자 정산과 함께 통장에 바로 입금 처리를 하였습니다. 외국은행은 이를 매달 하는 것이 달랐습니다. 외국은행은 매달 이자 비용인 예금 이자와 이자 수익인 대출 이자를 정확히 계상하여 달에 따라 금액의 변동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예금 이자를 계상하는 달에는 이자 비용이 늘어나고, 대출 이자를 계상하는 달에는 이자 수익이 늘어나는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사소하지만 외국은행은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국내은행은 느슨하게 적용하는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금융 원칙의 엄격한 적용에 저는 비교적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적응하였습니다. 일부 경험 많은 선배들은 실무 처리는 능숙하게 하였으나 원칙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와의 차이가 있었고 경영층에서 보는 시각으로는 제가 은행 업무에 적응하고 이해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덕분에 진급도 남달리 빨리 하였고 여러 가지 보상과 혜택도 받았었습니다.

저의 2 번째 전성기는 파리바 은행에서 일하던 시기였습니다.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조금씩 선진 금융 상품에 대한 지식이 알려지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스왑, 옵션, 퓨쳐스 선물 다양한 금융 상품이 소개 되고, 국내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상품을 적용하였습니다. Bank of America 미국계 은행에서 나름 탄탄한 기초를 쌓았던 저는 파리바 은행에서 새로운 금융 기법을 고객 기업들에게 소개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거래를 하였습니다. 새로운 상품은 시장에 도입된 초기에 수익성이 좋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시장을 선도하던 그룹의 일원이었던 제가 속한 파리바 은행은 여러 기업들과 금액의 거래를 많이 하였고 수익도 아주 많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제가 한국을 떠난 이후로도 꾸준히 일은 계속하였으나 제게는 1980 중반부터 10 가까운 시간 동안 누렸던 2 전성기와 같은 호황(?) 누리지 못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제가 겪었던 2 전성기가 너무 화려하고 풍성하여서 이후 만큼 흡족한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마음 속으로 누렸던 2 전성기가 지나간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혹시나 제게 3 전성기가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 보기도 합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3 전성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무리겠다는 생각도 당연히 듭니다. 그렇지만 50 년이나 잊혀져 있던 안개 노래가 다시 3 전성기를 맞이하듯이 제게도 뒤늦게 3 전성기가 오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충분히 쓰일 있도록 자본, 금융 시장의 흐름과 지식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분들도 나이 들었다는 핑계로 방에 물러 앉아만 있기 보다는 만에 하나 다시 수도 있는 기회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시기를 권합니다. 인생에 3 전성기가 다시 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안개 노래도 50 뒤에 3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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