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은퇴설계- 2012. 6. 8.

jaykim1953 2012. 6. 7. 21:42

‘CRPC’ (Chartered Retirement Planning Counselor)라는 자격증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은퇴설계를 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 우리 말로 번역하면 공인 은퇴 설계 상담사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자격증은 제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되지 않는 자격증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서 퇴직 후 즐길 수 있는 무지갯빛 은퇴 설계를 짜잔~ 하고 눈 앞에 펼쳐 줄 수 있는 요술 방망이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이 자격증의 시험은 주로 미국의 세금, 금융 관련 법과 규정에 관한 문제로 구성되어 있고, 기본적인 투자 원칙과 상품에 관한 지식이 요구되는 자격증입니다.

 

요즈음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은퇴 후의 인생에 대한 설계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금융 분야에서 일을 한지 꽤 오래 되어서인지 여러 사람들이 은퇴 설계에 관련된 질문을 제게 하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CRPC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서 제게 상담을 하는 것은 아니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CRPC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 분도 별로 안 계실테니까요.

 

여러 질문들 가운데에는 답변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편안한 노후를 위하여서는 은퇴하는 시점에서의 자산을 얼마나 모아 두어야 할까요?’ 또는 어떻게 준비하여야 은퇴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을까요?’ 등의 질문이 그렇습니다. 은퇴 후 자산이 어느 정도나 되어야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은 그 사람의 은퇴 후 소비성향에 달려 있습니다 은퇴 후 생활비를 얼마나 필요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자산 규모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달 생활비로 4천만 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은퇴 자산을 3억원 정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어떤 방법으로도 설계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자신의 씀씀이에 따라 필요한 자산이 얼마인지 계산할 수도 있겠으나 이보다는 자신의 은퇴 자산 규모에 맞추어 생활비를 아껴 쓰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면 CRPC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커질 테니 실망스럽지 않을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는 의미에서 제가 몇 가지 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산 삼분법(三分法)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자산을 현금, 부동산, 증권으로 3 등분 하라는 교훈입니다. 반드시 균등한 3 등분은 아니더라도 현금, 부동산, 증권의 세 가지로 자산을 분산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그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서는 자산의 규모와 종류에 따라 적절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경우에 따라서는 자산 분배의 균형이 어느 한 쪽으로 많이 치우칠 수도 있습니다.

 

자산의 종류보다는 근본적으로 자산의 성격이 더 중요합니다. 자산의 성격은 크게 현금 흐름 (cash flow) 창출형, 가치 보전형, 가치 증식형 등 크게 3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현금 흐름 창출형이란 매달 혹은 일정한 기간 마다 현금이 나오는 형태- 예를 들어 연금 보험, 부동산 월세, 배당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은 대부분 환금성(換金性)이 떨어지므로 미래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마음 준비와 치밀한 사전 계획이 필수적입니다.

가치 보전형이란 인플레이션을 보전할 수 있는 자산, 그리고 바람직하기로는 인플레이션을 초과하는 가치 보전을 제공하는 자산입니다. 예를 들면 주식 가운데 가치주(價値株)가 대표적인 것이고, 블루칩 우량주식이라던가, 부동산, 생명 보험, 채권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과 같이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채권으로 가치 보전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채권 수익율은 오히려 가치의 감소를 감수하여야 하고, 수익율을 높이려고 하면 신용도가 낮은 채권을 선택하게 되어 원금 보전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치 증식형의 자산으로는 원금이 보전되는 ELS, 국채와 주식 트레이딩을 90:10 으로 혼합한 투자 전략 등이 있습니다. 원금을 국채로 보전(secure: 보전과 보장의 차이에 대하여서는 제가 이미 지난 4 20일 금요일 모닝커피에서 이야기하였습니다. 관련글; ELS_2012_4_20)하는 ELS에 투자하는 것은 소위 제한된 다운사이드 리스크(limited downside risk)를 가지고 상승의 가능성 (upside potential)은 열어 놓은 형태이므로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 창출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국채에 90%, 파생상품에 10%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도 원금 보전형 ELS와 유사한 효과를 가져오는 투자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어느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몇 가지 효과적인 전략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파생상품과 관련된 투자에는 전문가와의 상담은 필수입니다.

 

자산을 세 가지로 나눈다는 것을 반드시 현금, 부동산, 증권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현금 흐름 창출, 가치 보전, 가치 증식의 세 가지 성격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올바른 접근 방식이 될 것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행여 실수하지 않을까 상당히 조심스러웠습니다. 최근 제 주변에 계신 분을 위해서 몇 가지 상품을 소개해 드리는 과정에서 어느 보험 에이전트에서 원금 ‘4에 대한 연금 계산을 제게 보내 주면서 실수로 원금을 ‘1이라고 잘 못 기록하는 바람에 커다란 혼란이 야기되었습니다. 다행히 며칠 후(사실은 어제 아침이었습니다) 잘 못된 것을 발견하였고 정정하였습니다. 또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제가 처음에 보험 에이전트로부터 받은 잘 못된 정보가 기록된 문건을 보관하고 있었기에 제 잘못이 아닌 것도 밝혀졌습니다. 어쨌든 제가 가운데 끼어서 이야기가 잘 못 전달되는 소동은 별 사고 없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러한 실수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하여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은퇴 설계에 신경이 쓰이시는 분이 계시다면 미리미리 준비하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은퇴설계는 아무리 일찍 하여도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찍 할수록 더 좋습니다. 영어로는 이럴 때에, “The sooner the better.”라고 하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