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23년 금융 위기- II

jaykim1953 2023. 5. 4. 06:52

미국의 실리콘 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 파산한 불과 남짓 되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3 금융위기- 2023. 3. 24. 참조) 그런데 최근 하나의 은행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관련기사: Late-Night Negotiating Frenzy Left First Republic in JPMorgan’s Control_nytimes.com_2023. 5. 1.) 이번에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irst Republic Bank)입니다. JP모건 체이스가 은행을 인수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런데 과정에서 미국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언급을 합니다, “은행 주주들의 투자금은 지켜지지 못하더라도 예금주의 돈은 보호될 것이다.” (“Shareholders would lose their investments, but depositors would be protected.”) 예금자 보호에 있어서는 지난 번 실리콘 밸리 은행의 사례와 똑같이 처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 은행의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살펴 보면, 지난 실리콘 밸리 은행의 경우와 이번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경우는 서로 비슷한 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습니다. 먼저 실리콘 밸리 은행의 경우에는 고객으로부터 받아들인 예금으로 안전 자산인 미국 정부 발행 채권을 매입하였습니다. 신용 리스크(credit risk)면에서는 매우 양호한 자산에 투자하였다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산은 만기가 10 이상이 되는 장기 국채였고 예금은 단기성 자금인 요구불 예금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금리가 갑자기 상승하였습니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서는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대로 기존의 예금에도 상승한 시장 금리를 지불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자산은 이자율이 상승함에 따라 평가손이 발생하고 자산 금액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실리콘 밸리 은행에 손실을 안겼고, 그에 따라 고객들이 손실이 나는 은행으로부터 예금을 인출하게 것입니다. 예금 인출이 급격하게 일어나면서 뱅크 런이 일어나고, 실리콘 밸리 은행은 이런 뱅크런을 감당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소위 시장 리스크(market risk) 가운데 만기 리스크(maturity risk)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대체로 장기 투자의 자산-부채 관리(ALM, asset liability management)에서는 단순한 만기(maturity) 관리가 아닌 듀레이션(duration)관리를 하여야 합니다. 반면 실리콘 밸리 은행의 부채는 요구불 예금이 대부분이었고, 저축성 예금이라 하더라도 만기가 길어야 2-3 년에 불과한 단기여서 듀레이션 관리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신용 리스크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자산 부채 관리- ALM에서는 기본적인 개념조차 충족시키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조금 경우가 다릅니다. 은행은 고객 예금을 이용하여 개인 고객들에게 대출을 하여 주었습니다. 신용 대출도 있었으나 가장 부분은 장기 모기지 대출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장기 고정 금리를 적용하면서 시장보다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주었다고 합니다. 수익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 금리가 상승하자 부채의 이자는 시장 금리를 따라서 상승하는데 자산은 장기 고정 금리에 묶여 자산의 이자율을 올리지 못하면서 손실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렇게 손실이 나면서 결과는 실리콘 밸리와 비슷한 길을 걷고 말았습니다.

자산의 구성은 조금 달리 하였으나 은행에서 발견할 있는 공통적인 문제는 ALM- 자산 부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리콘 밸리 은행은 아예 ALM 개념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고객의 요구불 예금으로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식의 ALM 있을 없는 일입니다. 마치 우리나라가 1997 금융 위기를 맞닦뜨릴 때에 한보철강이라는 회사가 당좌차월로 10년이 넘게 소요되는 공장 건설비용을 조달하였던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조기경보- 2015. 10. 16. 참조) ALM 기본을 지키지 못한 경우 어떤 결말을 맞을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경우는 신용 리스크와 시장 리스크 모두에 노출 되어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대출을 일으키면서 신용 정도에 따라 신용 리스크 프리미엄을 충분히 받았어야 했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신용 리스크 프리미엄이란 신용도에 따라 고객에게 추가 이자 부담을 지우는 것을 말합니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는 대출 금리를 높게 받고, 신용도가 좋은 고객에게는 대출 금리를 상대적으로 낮게 받는 것을 말합니다. 하기야 지난 정부에서는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신용 높으면 저이율, 낮으면 고이율은 모순이라는 논리를 피력한 적도 있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금융의 기본- 2021. 4. 9. 참조) 국정의 책임자야 어차피 금융을 모르는 사람이어서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하였다고 치부할 있으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금융기관입니다. 금융기관에서 신용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니라 요구불 예금으로 조성된 재원(財源)으로 장기 고정 금리의 모기지를 제공하였다는 것도 무모해 보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30 짜리 장기 모기지라 하더라도 이자율은 5 단위로 조정하는 ARM (Adjustable Rate Mortgage) 사용합니다.

은행에서 이자율 상승과 함께 급격히 손실이 크게 발생한 데에는 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에서 정해 놓은 기준의 BIS ratio 때문입니다. BIS ratio 금융기관의 자산별로 리스크 등급(rating) 하여 그에 합당한 충당금(reserve) 적립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이자율이 급격히 변동하면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과 부채의 평가액을 계산하여 충당금을 쌓아야 합니다. 지금 당장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충당금을 쌓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은행은 손실 금액이 커졌고 그러한 내용이 외부 투자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금융기관을 운영하다 보면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에 따른 갈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실리콘 밸리 은행이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모두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행한 결정들이 급격한 시장의 변화에 따라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부담이 되었습니다. BIS ratio 충족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BIS ratio 충당금이 자산을 줄여야 합니다. 실제로 모기지는 BIS 충당금 요구 수준이 높지 않습니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또한 미국 국채도 충당금 요구 수준이 낮습니다. 다만 금리 변동으로 인하여 시가 평가에서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손실 금액만큼의 충당금을 쌓아야 합니다. 바로 부분이 은행을 갑작스럽게 어려움에 빠트린 것입니다.

은행들이 만약 자산 부채 관리를 제대로 하여서 이자율 변동에 따른 자산과 부채의 가치 변동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산과 부채에서 서로 상쇄되었다면 이번과 같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BIS 충당금 요구도 갑자기 늘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은행 고객들이 이들 은행과 거래하는 데에 불안함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뱅크런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ALM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시장 변화에 따른 BIS 충당금 요구가 크게 늘어나고, 것이 손실로 이어지면서 뱅크런을 유발하였던 것입니다.

미국의 커뮤니티 은행(Community bank) BIS ratio 맞추면서 ALM 잘하려고 이용하는 금융 상품이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ARM (Adjustable Rate Mortgage)이고 두번째로는 SBA(Small Business Administration) 대출입니다. ARM 앞에서 간단히 언급하였듯이 만기 이자율 리스크를 5년으로 제한하고 있고, BIS충당금 요구도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SBA대출은 미국 중소기업청(SBA)에서 재할인을 받을 있는 대출이므로 재원(財源) ALM 원칙에 확실히 부합하고 BIS 충당금 요구도 크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금융기관의 경쟁은 치열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이기려고 금융의 기본을 잠시 멀리하는 은행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은행들이 이번 금리 상승 시장에서 혹독한 댓가를 치르고 심지어 문을 닫기도 하였습니다. 어디에서나 원칙은 지켜야 합니다. 이번 미국에서의 사태를 보며 우리나라 금융기관들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원칙을 지켜 나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