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초반에 언론에 보도된 기사들 가운데 정치권에서 한창 시끄러운 대장동 관련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박영수 전 특검입니다. (관련기사: 검찰 '50억 클럽' 박영수 전 특검 구속영장-yna.co.kr-5.26.2023) 박영수 특검은 특별검사팀의 수장으로서 현 윤석열 대통령과 자신의 특검팀에서 함께 일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구속으로 몰고 갔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가 마치 정의(正義)의 화신인양 비쳐지기도 한 사람입니다. 그랬던 그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하여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만으로도 그의 위상에 크게 오점(汚點)으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그는 당시 우리은행의 이사회 의장으로서 지위를 이용하여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우리은행의 성남의뜰 컨소시엄 참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대장동 토지보상 자문수수료, 대장동 상가 시행이익 등 200억원 상당의 이익과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은 혐의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의 경력과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그는 금융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권력과 사정기관의 역학구도에는 매우 밝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금융관련 업무에 대한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역할 보다는, 각종 청탁과 주변 사정기관과의 관계에 더 많은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고 쉽사리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사회 의장이라는 자리에 어떤 권한이 따르고 어떻게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서는 상당한 혜안이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14년에 이러한 청탁이 있었고 무려 200억 원이라는 뇌물과 주택 2채를 받기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 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최서원 (개명 전 이름 최순실)을 한통속으로 묶어서 ‘경제공동체’라는 논리로 처벌하도록 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관련기사: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로 엮었던 박영수…'김만배와 경제공동체'_thepublic.kr_ 4.8.2023.) 그의 ‘경제공동체’ 논리를 따른다면 그와 대장동 사건 일당도 ‘경제공동체’로 묶일 수 있지 않을까 보입니다. 그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은 전문성이 결여된 직책을 맡았던 것으로 보이며, 대장동 일당과 200억 원이 넘는 뇌물을 주고 받은 것을 보면 그가 2016년에 특검으로 임명된 것은 도덕성이 결여된 특검으로 보입니다.
박영수 특검에 대한 여러 혐의는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나지 않았으니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정죄(定罪)를 예단(豫斷)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에 임명되었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금융 사회의 부끄럽고 어두운 단면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기관의 업무는 아무나, 금융에 전혀 문외한(門外漢)이라 하더라도 훌륭히 해낼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어 보입니다. 과거 정권에서는 심지어 금융분야에는 일체의 경험과 지식이 검증되지 않은 전직 대학총장을 금융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어윤대 KB금융 회장 취임_YTN_7.13.2010.) 그뿐 아니라 정피아, 관피아 등의 이름으로 정계 인사와 관료들이 금융기관에 자리를 잡는 일은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금융의 전문성이 전혀 인정 받지 못하고 오히려 무시되는 것은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을 듯 합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와 관련하여 극단의 사회 분열을 빚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염수 방류를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정치권 인사 한 사람이 자신의 의견과 다른 생각을 개진한 과학자를 ‘돌팔이’로 치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이재명 "오염수 아닌 핵폐수…與, 돌팔이 과학자 불러다 국민 우롱"_joongang.co.kr-6.17.2023.) 그러나 그에게서 돌팔이라고 불린 사람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명예 교수입니다. (관련기사: 이재명에 '돌팔이' 저격당한 옥스퍼드 교수 "과학 배워라"_joongang.co.kr-6.21.2023.) 40년 동안 원자력 관련 연구를 한 영국의 명문 대학 명예 교수를 ‘돌팔이’라고 일갈한 정치인이 과연 관련 분야에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였고 관련 지식을 가지고 있을는지 의문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말하지 않는다고 관련분야 석학을 돌팔이로 모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무례(無禮)입니다. 더구나 후쿠시마 원자력 오염수 방류에 대하여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어놓은 과학자들을 주변에서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야당 정치인의 주장대로라면 이들 과학자들은 모두 ‘돌팔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정용훈 교수 "후쿠시마 생선 100년 먹어도 피폭량 X-RAY 1번 찍는 꼴…평생 문제 없어"_daum.net_6.28.2023.)
과학적인 근거나 논리 없이 군중심리에 휩쓸려 괴담을 믿고 과학을 부정하는 일은 그 동안 많이 있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광우병 사태를 들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주한 미국 대사가 ‘우리는 한국인들이 과학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 관련 사실에 대해서도 좀더 알게 되길 희망한다’라는 표현을 하였다가 전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혀 결국 사과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관련기사: 버시바우 대사 '실망'발언 논란 확산-yna.co.kr_6.4.2008.) 그러나 지금에 와서 냉정히 되돌아 보면 그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의 광기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고 단순히 괴담에 근거를 두었으며, 과학적으로는 광우병은 그리 공포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부 정치선동꾼들에 의하여 괴담을 바탕으로 한 날조에 불과하였습니다. 의사나 과학자들이 전혀 발들일 틈도 주지 않고 선동꾼들이 앞장 서서 진실을 호도하였던 것입니다. 지금도 과학자를 ‘돌팔이’로 몰면서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선동만 앞세우는 정치꾼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선동은 한 줄이면 되지만 그에 대한 해명은 수십 장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치시대 독일의 선동정치가 괴벨스 (Paul Joseph Goebbels)가 하였다고 알려지기도 한 말입니다. 누가 하였든 이 말이 맞는 듯 합니다. 한 마디 선동을 해명하려면 여러 가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측의 이야기는 아무런 과학적인 수치나 논리가 없이 자극적인 선동뿐입니다. 그에 비하면 방류하여도 무해(無害)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측에서는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를 보여 주면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조금 길고 지루할 수는 있으나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하는 설명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납득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동이 먹히는 이유는 단순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고 과학적이지도 않으면서 자극적인 단어들을 나열합니다. 심지어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상대방을 돌팔이로 몰아갑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선동에 휘둘려서는 안 되겠습니다. 좀더 차분하고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금융분야도 나름의 전문성이 있음을 인정하여야 합니다. 검사 출신이라고 금융기관의 이사회 의장을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혹시라도 금융관련 사건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검사였다 하더라도 금융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것과 금융기관을 경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대학 총장을 지낸 분이 인품도 훌륭하고 학식은 높을지 모르겠으나 그런 분이 금융 기관의 수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금융산업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입니다.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여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섣불리 돌팔이로 몰아서도 안 되고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여도 안 됩니다. 전문가는 전문가로 인정하고 존중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는 반드시 전문가가 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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