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 7월 3일에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전에 제가 살던 뉴욕의 아파트 관리인에게서 온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Re: Roof Deck Access on Fourth of July
Dear Owners and Residents,
We have received an overwhelming number of requests for the 4th’s roof deck access and passes were given to residents on a first come first serve basis. Those who received email confirmation will have their passes at the front desk starting at 2pm, on July 4th and can make plan for the event.
If you were NOT lucky enough to receive passes at this time, please DO NOT MAKE PLANS for going up to the roof deck tonight. Only those residents with passes will have access. The deck will be closed for preparation and cleaning at 6:00pm and will re-open to TICKET HOLDERS ONLY at 7:00pm.
In addition, if you received a confirmation for your access to the roof deck, please DO NOT INVITE parents, friends or relatives to join you. We do not wish to spoil anyone’s celebrations, but only those people with a pass will have access and those without will be denied. Only ticket holder will be allowed.
New York City Fire Dept. & N.Y.C. Dept. of Bldgs. has determined that the capacity for the roof is 95 persons. We will not put the safety, comfort & well-being of owners or residents at risk.
If you have any questions, please email me at XXXXXXX@gmail.com.
Happy Fourth to everyone.
On Behalf of OOOO Condominium
XXXX XXXXX
Resident Manager
간략하게 내용을 설명하면,
“7월 4일 미국 독립 기념일을 맞이하여 당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사무실에 신청을 하여 사무실에서 패스를 발급한 이메일 통보를 받아야 한다. 패스를 받은 사람만 7월 4일 저녁 옥상에 올라 갈 수 있고, 부모님, 친척, 친구를 초청하지 말 것을 충고한다. 옥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관계 당국으로부터 허가 받은 인원은 총 95명 뿐이므로 패스를 소지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고 패스가 없으면 옥상에 들어가지 못한다. 사전 정리를 위하여 옥상은 저녁 6시에 문을 닫았다가 7시에 문을 열면서 인원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관리 사무실에서 발급한 패스 티켓을 소지한 사람만이 옥상에 입장할 수 있다고 붉은 글씨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에는 곳곳에서 불꽃 놀이를 합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뉴욕의 허드슨 강과 이스트 리버(East River)에서 벌어지는 불꽃 놀이는 NBC TV로 생중계되고 NBC 라디오에서 그 불꽃 놀이에 맞춰 음악을 방송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불꽃 놀이를 한 곳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강 위 3~4 곳에 배를 띄워 놓고 그 배 위에서 불꽃을 하늘로 쏘아 댑니다, 이 불꽃 놀이는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어 미국 독립 기념일에는 뉴욕의 불꽃 놀이를 보려고 지방에서 일부러 뉴욕을 찾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비단 뉴욕뿐이 아닙니다.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불꽃 놀이가 벌어집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라스베가스와 인근 도시에서도 매우 큰 규모의 불꽃 놀이가 진행됩니다. 저의 집이 있는 헨더슨 시(市)에서도 3 곳에서 불꽃 놀이를 합니다. 매년 같은 곳에서 진행되며, 인터넷을 통하여 자세하게 안내가 됩니다. (Fourth of July Celebration 2023 Featuring Little Texas | Henderson, NV (cityofhenderson.com) 참조. *주: 미국 바깥의 지역에서는 이 웹사이트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록 밴드의 공연이 펼쳐지는 곳은 저의 집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동쪽으로 떨어진 헤리티지 공원 (https://goo.gl/maps/bGTNDrg5ByhvSZaJ7)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2 곳은 저의 집에서 차로 약 5분 거리 서쪽인 M 리조트 (https://goo.gl/maps/f4H5mtTYVmHge7T49)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헤리티지 공원에서 다시 차로 약 15분 거리 북쪽, 저의 집에서는 30분 거리 북동쪽에 있는 레이크 라스베가스(Lake Las Vegas; https://goo.gl/maps/2qaNyLuXYdCHyaeg6) 입니다. 그리고 모든 불꽃 놀이는 라디오 방송을 통하여 연주되는 음악에 맞추어 화려하게 진행됩니다. 불꽃 놀이를 안내하는 지방정부의 웹사이트를 보면 어느 방송에서 불꽃 놀이에 맞추어 음악을 내보내는지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헨더슨 시에서는; ‘Tune into FM radio stations 93.1, 95.5, 103.9 and 106.5 to hear music synced to the fireworks display.’ (FM 라디오 93.1, 95.5, 103.9 그리고 106.5를 들으면 불꽃 놀이에 맞춰진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헨더슨 시의 인구는 불과 35만 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만한 크기의 도시의 3 곳에서 독립기념일 불꽃 놀이를 성대히 합니다. 이런 것만 보아도 미국에서 독립기념일을 얼마나 대단하게 기념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광복절 기념행사를 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요란한 축제를 벌입니다.
아마도 미국인들이 벌이는 축제 중에서도 독립기념일은 가장 큰 축제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같은 날은 종교적인 의미의 축제일이고 추수감사절은 우리나라의 추석에 견줄만한 날입니다. 그에 비하면 독립기념일은 순수하게 미국만의 축제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날은 다른 어떤 나라도 축제일로 기념하지 않습니다. 오직 미국만이 축제로 삼는 자신들의 국가 독립 기념일인 것입니다. 자신들의 나라를 세운 날을 크게 기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축제로 즐길만한 날입니다. 축제를 즐기면서도 지켜야 할 규칙은 제대로 지킵니다. 앞에서 언급한 아파트 관리인의 이메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옥상에서 불꽃 놀이를 즐기는 것도 옥상의 수용 인원인 95명을 초과하여서는 안 된다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합니다. 이 이메일을 보면서 문득 지난 해 할로윈 데이에 우리나라 이태원에서 있었던 압사 사건을 떠올리게 됩니다. 할로윈 데이가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할 만한 축제인지, 또 그 날 이태원이라는 곳이 그렇게 많은 인원이 몰릴 만한 장소였는지, 그리고 이태원의 그 지역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어느 정도인데 실제로 모인 사람은 얼마나 되었는지 많은 것들이 궁금합니다.
제가 아는 후배 가운데 C는 어린 시절을 홍콩에서 보냈고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미국에서 대학을 마쳤습니다. 그는 홍콩과 미국에서는 오토바이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길 위에는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위험하기 그지 없다는 것입니다. 그의 표현을 빌면, “There are far more rule breakers than rule keepers.” 즉, ‘규칙을 지키려는 사람보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입니다.
지난 해 이태원 참사 직후 우연히 C를 만났을 때 그와 나눈 대화 중에 C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The people in Itaewon that night would have never listened to the police, even if evacuation order was enforced.” (그날 밤 이태원에 있던 사람들은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렸었다 하더라도 아마 아무도 그 명령을 안 따랐을 것입니다.) C의 이런 지적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날 저녁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렸었다 하더라도 아마도 사람들은 해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경찰에게 삿대질을 하며 “네가 뭔데 해산을 명령하느냐”고 따졌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경찰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였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렇기에 해산 명령을 내릴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회의 이태원 특위에서는 경찰에게 ‘왜 해산 명령을 내리지 않았느냐’고 몰아부치는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중은 권리와 자유를 누리려고 하면서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은 전혀 감당하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독립 기념일은 미국의 그들에게는 엄청난 축제이고 한껏 이를 즐깁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지켜야 할 규칙은 철저하리 만치 지킵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이태원 참사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미국이라고 하여 완벽하게 안전을 지키는 것은 아니고 그 곳에서도 알게 모르게 많은 사고가 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곳에는 ‘There are more rule keepers than rule breakers.’ 규칙을 지키려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습니다.
미국의 건국 이념 가운데에는 ‘Live free or die.’라는 신념도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Live free or die- 2021.5.28. 참조) 자유롭게 살겠다는 ‘Live free’에는 그에 수반하여 많은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의무와 책임을 지키려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습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우리도 배워야 하겠습니다. 그들이라고 모든 것을 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그들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규칙과 법을 잘 지키는 것이 선진국으로 향하는 올바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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