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중국 2023- 2023. 7. 28.

jaykim1953 2023. 7. 28. 06:09

얼마 전 중국에서 온 친구 C를 만났습니다. 그는 중국에 자리 잡은 지 오래 되었고 그 곳에서 사업도 활발히 하여 상당한 부를 축적하였습니다. 그런데 뜻 밖에 그의 입에서는 요즘 많이 힘들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미 20 여 년을 중국에서 생활하였고, 사업도 잘 이루어서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진 C에게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뜻 밖이었습니다. 그는 심지어 자조적인 말로 중국은 땅덩어리가 큰 대국(大國)이고 사람들 속은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소인(小人)들이 사는 소국(小國)이어서 둘을 평균하면 중국(中國)’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이렇게 냉소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중국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첫째는 거침없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밀어 부치는 대국인 양 행세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사소한 일에 삐쳐서 자신이 손해 보면서도 상대에게 불이익을 끼치는 좁은 속내를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대국 행세를 한 예로 C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들었습니다. 호방한 정책으로 주변국가에 막대한 규모의 지원을 하면서 소위 중국몽(中國夢)을 이루어 간다는 원대한 계획입니다. 세계를 누비는 커다란 통로를 만들겠다는, 역시 대국(大國) 다운 계획으로 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실질적으로는 자신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도 않을 뿐 더러, 자신들도 이미 그에 준하는 레이더 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사드(THAAD) 미사일 배치에 한한령(限韓令)으로 보복하는 것을 보면 정말 속 좁은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C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C의 말에 따르면 중국 내부에서는 일부 비관론자들이 지금의 중국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낙관적으로 중국은 대국(大國)이니 별 문제없이 어떤 어려움이라도 잘 이겨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부류의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뜻 밖에 중국의 미래에 대하여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앞날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은 반드시 중국 내부에 있는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의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중국의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표방하며 중국이 홍콩을 흡수 합병한 뒤 이제 와서는 일국양제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중국이 보여준 홍콩에 대한 태도를 보면 중국은 중국 내부에 자신들과 다른 체제- 자존주의 경제체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1997년 홍콩 합병 시기에 만든 홍콩기본법은 마치 홍콩의 헌법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홍콩의 독립적 지위를 지켜 주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 중국의 전인대(全人代)에서 의결한 바에 따르면 반분열국가법(反分裂國家法)에 홍콩 조항을 삽입하여 홍콩이 중국의 지배하에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일국양제란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양보 받아내기 위한 명분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이제는 홍콩을 중국의 일부로 만들려는 저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며 홍콩의 경제는 중국의 일부임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콩에 투자한 우리나라의 펀드가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였습니다. (관련기사: 미래에셋, 2800억 투자한 홍콩 빌딩 펀드 90% 손실 처리-news1.kr- 2023. 7. 18.) 중국이 일국양제를 부인하는 자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홍콩에서의 손실은 곧 중국에서의 손실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펀드가 투자한 부동산의 소유 회사는 중국 내부의 부동산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중국 부동산 회사입니다. 즉 중국 부동산 회사가 보유한 홍콩의 부동산에 투자한 한국의 펀드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습니다. 따라서 이는 곧 중국에 투자하여 손실을 본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여러 곳에서 위기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깊어가는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헝다 이어 완다그룹도 위험-news2day.co.kr- 2023. 7. 21.) 주도면밀한 사전 계획 없이 정부의 비호 아래 무리한 사업을 벌여온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그 동안 PF 시장의 위기 등 여러 가지 위기설이 있었습니다. 저도 중국의 경제 위기에 대하여 여러 차례 언급하였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중국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 2022. 12. 2. 참조) 그 뿐 아니라 중국몽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일대일로 정책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시각을 피력하기도 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흔들리는 중국의 一帶一路-2022. 10. 21. 참조) 그 뿐 아니라 이제는 여러 곳에서 중국 경제의 어려움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일단 중국의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조짐을 보이면서 내수 시장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디플레이션의 늪빠진 중국경제저금리에도 지갑 닫는다-hani.co.kr-2023. 7. 20.) 중국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감지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경제회복 부진 '비상' 중국, 내수회복·소비진작 대책 발표-yna.co.kr- 2023. 7. 18.) 폐쇄적인 중국에서 정부가 나서서 경제를 살리려 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유추하는 중요한 척도 역할을 합니다.

과거에도 중국에 관하여서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었습니다. 중국이 외부 세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때에는 거대한 인구에 따른 잠재력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과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중국 내부의 소식이 외부로 조금씩 알려지면서 거대한 인구를 다스리기에는 너무 엉성한 행정 시스템과 통치 철학이 드러났습니다. 그러자 이러한 중국을 조금은 얕보는 시각도 생겨났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중국의 꾸준한 경제 성장은 그래도 무엇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중국의 저력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여기저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직시하면서 이제는 오히려 중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중국의 미래에 대하여 무어라 단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입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세계 제2위 경제 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어 보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엄중한 현실 앞에서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머지않아 몰락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뚜렷한 조짐이 보이는 것은 아니나 예전에 비하면 중국 경제의 어려움이 많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중국 경제가 얼마나 잘 버텨낼 것인가의 문제보다는 중국 경제가 우리나라의 경제에 얼마나,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 가입니다. 지나간 수천 년의 역사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에 조공을 바치거나 아니면 침략을 당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엄청난 경제 발전을 이룩하였습니다. 그로 인하여 우리의 경제력이 중국을 추월하였습니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이 다시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지금은 경제 상황이 다시 역전되어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 되었고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가 크게 성장하면서 중국 내부의 내수도 크게 증가하여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적잖은 성과를 이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드 미사일 배치 이후의 한한령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받은 홀대는 도를 넘어섰습니다. (관련기사: 중국에서 재미 짭짤했는데”…울상 짓는 한국기업들-mk.co.kr- 2023. 7. 18.)

중국은 한한령을 발동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충격을 주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그 반면 중국 경제도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 C의 분석이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은 품질 좋은 우리나라의 제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여 소비생활에 불편을 겪었다고 합니다. 일부 공산품은 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대체품으로 충당하였다고 합니다. 중국은 그런 나라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습니다. 정부가 의도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는 소비자나 산업의 어려움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중국과 거래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반드시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보다는 정부의 의도대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이 중국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의 한한령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었다면, 중국의 소비자와 관련업계는 우리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합니다. 그런데 중국의 거래선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국 정부의 입김에 따라 의사결정이 좌지우지됩니다. 앞으로 중국과 거래를 하는 기업들은 이런 점을 항상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 중국과 거래를 원치 않는다면 보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다른 거래선을 찾는 것도 대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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