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 2023. 7. 21.

jaykim1953 2023. 7. 21. 06:28

최근 국내 경기가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높아만 가는 물가와 각종 공공요금의 가파른 상승세는 서민들의 생활도 팍팍하게 만들지만 전반적인 경제의 부진으로 인한 기업들의 어려움 또한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특히나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시장 붕괴에 따른 건걸 분야의 어려움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더는 버틸 수 없어” 부동산 경기 위축에 건설업 줄 폐업 _domin.co.kr_2023. 7. 13.)
이렇게 경제가 어려울 때에 많은 국민들은 무언가 정부가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할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어려운 경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은 어떤 정부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부가 섣불리 나섰다가는 역효과만 낼 수도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경제를 살리겠다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였고, 그에 따라 국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각종 일자리를 만들고, 최저 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전대미문의 정책을 강행하였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 효과는 실망스럽기만 하였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하여 각종 통계를 비틀고 편집하거나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바라보는 확증편향의 행태를 보이기도 하였었습니다. (관련기사: 확증편향과 칵테일 파티 효과_dnews.co.kr_2020. 9. 18.) 그들의 정책에 관한 그들의 주장은 어떤 논리로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는 지난 정부가 강변하는 바와는 다르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관련기사: 소주성 실패·집값 폭등 덮어두고…文 전문가에만 경제 맡겨선 안돼-hankyung.com-2023. 6. 6.)
6.25 한국 전쟁 이후 약 10 여 년 동안은 우리나라의 경제도 많이 어려웠습니다. 지금의 경제 어려움은 60여 년 전 그 당시에 겪었던 경제의 어려움과는 많이 다릅니다. 남아도는 노동력에 비하여 일자리가 없다는 면에서는 그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것은 그 당시의 실직자들은 노동의 질을 가리지 않고 취업에 달려들었습니다. 그랬기에 서독 파견 광부를 모집하면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려 들었고, 서독 파견 간호사를 모집하면 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수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땅 속 갱도에 들어가 석탄을 캐는 광부 일을 하려는 사람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육체 노동을 하려는 사람은 찾기 어렵고 많은 사람들이 사무직 일자리를 선호합니다. 그뿐 아니라 이제는 실업 급여와 각종 보조금 혜택이 근로 의욕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서 약 10년 쯤 전에 EU 공동체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 소위 PIGS라 불리던 나라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PIGS는 포르투갈 (Portugal), 이태리 (Italy), 그리스 (Greece), 스페인 (Spain)의 4 나라 이름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이 네 나라는 재정 적자로 인하여 전반적인 경제의 어려움을 겪던 나라들입니다. 이 나라들의 공통된 상황 가운데 하나는 과도한 복지 혜택이었습니다. 복지 혜택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나라의 재정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복지재정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였습니다. 나라 재정의 어려움보다는 당장 자신들이 겪는 눈 앞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그 동안 자신들이 누리던 경제 혜택을 포기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PIGS 가운데 한 나라인 그리스의 채권 조정에 관한 국민투표에서 정부안은 부결되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GREXIT- 2015. 7. 10. 참조) 당시의 국민투표 결과는 나라의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복지 혜택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랬던 그리스가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총선 결과였습니다. 복지와 표퓰리즘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당시 여당을 누르고 현재의 여당인 신민주주의당의 미초타키스(Kyriakos Mitsotakis)총리가 승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말에 있었던 총선에서 또 다시 현재의 여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포퓰리즘 대신 경제 개혁...그리스 총선 ‘시장 친화적’ 미초타키스 총리 압승_economychosun.com_2023. 7. 3.) 이번 선거에서도 포퓰리즘과 경제 개혁의 싸움이었습니다. 8 표퓰리즘의 손을 들어주었던 그리스 국민들은 이번에는 2019년에 이어 다시 자신들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제 개혁에 표를 주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야당은 금년 선거 기간 동안 내내최저임금과 연금 수령액을 인상하고 근로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포퓰리즘 정책을 내걸고 득표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포퓰리즘의 참패였습니다. 당장의 어려움을 견뎌내고 미래를 위한 경제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 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한 것입니다. 국회 의석의 압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그리스는 이제 경제 개혁을 단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스의 투표 결과를 보면서 지금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8년 전의 그리스 국민들 처럼 당장 눈 앞의 포퓰리즘 혜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그리스 국민들 처럼 당장 눈 앞의 포퓰리즘을 포기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허리 띠를 졸라 매고 경제 개혁을 단행하여야 한다고 생각할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지방의 건설사들이 도산하기 시작하고 대형 건설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경제는 어렵다고 하고, 많은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 때문에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건설 현장에서 땀흘려 일하며 일당이라도 벌어들이려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웬만한 공장은 돌아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일할 사람이 없어요”… 외국인 근로자 체류연장·이직 방지책 요구 -mk.co.kr- 2023. 7. 17.)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힘든 육체 노동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실업급여에 의존하고 각종 복지혜택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미 포퓰리즘의 유혹에 깊이 빠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실업급여의 ‘시럽급여’ 논란도 포퓰리즘의 결과로 빚어진 부작용을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자발적인 실업자에게는 당연히 실업급여가 지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여 부당한 급여를 받아내는 일은 단호히 대처하여야 합니다. (관련기사: ‘시럽급여’ 이용 베짱이들…3년간 28억원 부정수급-kwnews.co.kr-2023. 7. 17.)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말꼬리 잡기 논쟁으로 번지는 것은 또 하나의 포퓰리즘의 시작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박광온 “與 ‘시럽급여’ 조롱, 힘 있는 자의 폭력”-kmib.co.kr-2023. 7. 14.) 보다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올바른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각종 퍼주기식의 복지 정책,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연금 혜택의 확대 등은 재정에 큰부담이 됩니다. 그러나 복지제도란 취약계층에게는 꼭 필요한 매우 고마운 제도입니다. 이러한 복지 제도는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복지제도의 방만한 운영이라던가 이러한 제도의 부적절한 남용만은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이 선거 전략으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일은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지난 2019년과 금년에 있었던 두 번의 선거에서 스스로 어려움을 이기고 경제 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그리스 국민들의 사례를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포퓰리즘을 앞세운 정치인들을 더 이상 뽑지 않아야 합니다. 진정으로 나라의 재정을 걱정하고 경제를 일으키려는 정치인을 뽑아야 합니다.
우리는 60여 년전의 지독한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세계 10위권을 넘보는 경제 대국을 이루어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상복지에 기대어서는 우리 눈 앞에 다가온 어려움을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복지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만 제공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라 재정의 부담을 줄이고 경제 개혁을 이루면서 취약계층에게 복지 제공을 계속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무상 복지에 기대기 보다는 육체 노동도 마다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60여 년전 ‘잘 살아보세’를 외쳤던 우리의 선배 세대들 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를 외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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