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문화 산책- 2023. 8. 4.

jaykim1953 2023. 8. 4. 06:33

오늘은 잠시 외도(?)를 해 보겠습니다. 경제, 금융의 이야기가 아닌, 문화, 대중음악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는 소위 뽕작이라고 하는 전통 가요 말고는 잘 알려진 곡이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트롯트가 대세가 되어 각종 방송에서 트롯트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제가 어린 시절에는 트롯트를 조금은 앝잡아 보는 풍토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1960년대 초반 “노란 샤쓰의 사나이”라는 트위스트 풍의 노래가 나와서 그 노래를 부른 가수 한명숙을 일약 대스타로 만들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때의 음반을 들어 보면 음질과 반주는 많이 부족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 때 즈음 해외에서는 비틀즈의 선풍이 불었고 미8군 무대를 중심으로 비틀즈를 모방한 국내 밴드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대표적인 팀들로 키 보이스(Key Boys), 코끼리 캄보 등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 탓에 이합집산이 많았고, 밴드 멤버 가운데에는 일찍 비명횡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키 보이스의 메인 보컬을 맡았던 차중락이 1968년 공연 도중 쓰러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코끼리 캄보는 일찍이 명맥이 끊기고 키 보이스는 멤버들이 흩어져 다시 새로운 키 보이스, 키 브라더스(Key Brothers), 히 파이브(He 5)라는 밴드로 활동하였다.
키 보이스는 팀을 결성한지 불과 2~3 년 만에 밴드 멤버들이 군 입대를 하거나 의견이 갈리면서 이합집산이 시작되었습니다. 키 보이스에서 드럼을 치던 윤항기는 독립하여 키 브라더스(Key Brothers)라는 팀을 만들었고, 기존에 키 보이스에서 키보드를 맡았던 옥성빈은 기타리스트 조영조, 베이스 기타 겸 보컬 박명수, 세컨드 기타 겸 보조 보컬 장영 등을 영입하여 새로운 2기 키 보이스를 구성하였습니다. 히 식스의 리드 기타를 맡으며 김홍탁이 떠난 후 새로이 조영조가 퍼스트 기타를 맡은 키보이스는 그 즈음에 ‘해변으로 가요’라는 불후의 명곡을 취입합니다. (키보이스 (특선2집) - 해변으로 가요 1970 - YouTube)  키 보이스는 ‘해변으로 가요’ 뿐 아니라 ‘바닷가의 추억’이라는 오리지널 곡을 취입하여 공전의 히트를 하였습니다. 그 당시 키 보이스의 인기는 대단하였고, 명동 입구 실버 타운이라는 술집에서 매일 저녁 공연을 하였습니다. 키 보이스를 보려고 구름 같이 밀려 오는 팬들로 인하여 실버 타운은 엄청난 매상을 올렸고, 그들의 출연료 또한 당대 최고의 금액이었습니다. 사실 ‘해변으로 가요’는 키 보이스가 발표하기 한 해 전에 국내에 들어와서 공연하였던 재일동포 밴드가 제일 먼저 연주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일본 노래를 연주하는 것이 금지되었던 시절이어서 재일동포 밴드는 외국의 팝송만 연주할 수 있었고 자신들의 오리지널 원곡은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 밴드를 위하여 재일동포 작곡가가 새로운 곡을 하나 써주었는데 그 곡이 ‘해변으로 가요’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재일동포 밴드는 사이키델릭 (Psychedelic) 조명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국내에 도입하였습니다. 밝은 무대 조명이 주기적으로 점멸하고, 그에 따라 무대위에 있는 이들의 움직임이 마치 끊기는 듯 단절되어 보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재일동포 밴드는 돌아갔고, 그들이 알려준 사이키델릭 조명은 그 후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하였습니다. 또한 그들이 불렀던 ‘해변으로 가요’는 키 보이스가 다시 불러서 엄청난 히트를 하여 아직도 여름이면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조 키 보이스의 기타리스트였던 김홍탁은 독립하여 히 파이브 (He 5)라는 밴드를 조직하였습니다. 히 파이브는 1968~1969년에 활동하였고 히트곡으로 초원이 있습니다.  (HE 5 (히 파이브) - 초원 - YouTube) 그런데 초원은 발표 되자마자 왜색 표절 멜로디, 선정적인 가사 (뜨거운 그 입술) 등의 이유로 방송금지곡이 되고 맙니다. 그래도 다운타운 음악 다방에서는 어떤 외국의 팝송에 뒤지지 않는 인기있는 신청곡이었습니다. 음악 평론가들의 평판은 초원은 완성도가 높고 음악성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당시의 녹음 시설이나 기술 수준으로 인하여 음질은 지금보다 많이 뒤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초원을 부른 당시 히 파이브의 리드 보컬이었던 한웅은 곧잘 밴드의 결속력을 해치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연습에 빠지는 것은 물론 공연에 늦기도 하였습니다. 자신의 어머니 장세정 씨가 미국 이민 준비를 하는 데에 더 정신이 팔려 있어 히 파이브 활동을 게을리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1973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습니다.) 그러자 1969년 이들은 히 파이브를 해체하고 히 식스(He 6)를 새로이 결성합니다. 이 때 새로운 팀에 리드 보컬로 영입된 사람이 L입니다. 히 식스의 리드 보컬로 그가 부른 첫 곡은 초원의 사랑이라는 곡입니다. (초원의 사랑 - YouTube)
L은 나름대로 히 식스의 메인 보컬로 자리를 굳혀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초기 히 파이브 멤버 가운데 군 기피자였던 H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수하여 군에 입대하였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팀을 떠났습니다. 히 식스가 결성되던 시기에 H는 베트남으로 파병되어 군대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동거하였던 사실혼 관계의 여자 O가 있었습니다. O는 사촌 언니와 함께 준 씨스터즈라는 이름으로 미8군무대에서 노래를 불렀었습니다. 그들이 부른 노래는 주로 외국 팝송이었고 춤 솜씨가 좋다는 평을 들으며 미군 부대 안에서 꽤 귀여움을 받았습니다.  O는 1949년생으로 서울 사대부국을 졸업하였습니다.
O는 사실혼 남편이 이역만리 베트남으로 가버리자 외로움 때문인지 다른 남자와 사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사귀기 시작한 남자가 바로 히 식스의 리드 보컬 L이었습니다. L도 법적으로는 총각이라고 알려졌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유부남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자 O와 L은 한 동안 잠적했으며 후에 미국으로 출국하였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어쨋든 그 이후 L과 O는 연예계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O에게 버림받은 그녀의 첫 사실혼 남편 H도 월남에서 죽었다고 합니다. 자살하였다는 설도 있었으나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L이 빠져나가자 히 식스에는 또 다른 리드 보컬이 필요하였습니다. 그래서 리드 보컬 자리에 새로운 멤버가 영입되었습니다. 새로이 영입된 리드 보컬이 당시 명지대 복학생이었던 최헌입니다. 히 식스의 리더 김홍탁은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최헌에게 주었습니다. 그 노래가 최헌이 불러 불후의 명곡으로 남게 된 “당신은 몰라”입니다. (검은나비(최헌) - 당신은 몰라 1974 - YouTube) 최헌은 히 식스 해체 후에도 이 노래를 계속 부르며 자신의 히트곡으로 각인시켜 놓았습니다.
최헌이 세상을 떠난지도 벌써 11년이 되었습니다. 최헌의 히트 곡 '당신은 몰라'는 예전에 흑인 여가수 델라 리스(Della Reese)가 부른 'Don't you know' (당신은 몰라)와 제목이 같습니다. (Della Reese - Don't You Know - YouTube) 그러나 최헌의 당신은 몰라와 델라 리스의 ‘Don’t you know’는 전혀 다른 곡입니다. 최헌의 ‘당신은 몰라’는 최헌이 부르기 수 년 전에 다른 가수가 먼저 취입한 적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다른 가수가 부른 같은 곡을 한 번 비교해 볼 만합니다. 물론 편곡의 차이도 있겠지만 가수의 가창력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몰라 - YouTube) 이 노래를 부른 가수도 당시 미8군 무대에서 주로 활약하였으며 엘비스 프레슬리를 모창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도 1949년생이고 서울 사대부국을 졸업하였습니다. O와 국민학교 동창입니다.
키 보이스가 실버 타운에서, 또 히 식스는 명동 OB’s 캐빈(Cabin)에서, 윤항기의 키 브라더스는 퇴계로 오리엔탈 호텔의 니르바나 (Nirvana) 나이트 클럽에서 공연을 하던 시기에 지금의 롯데 백화점 본점 건너편, 롯데 영 플라자 자리에는 예전에 미도파 백화점이 있었습니다. 미도파 백화점에서 소공동 쪽으로 돌아 나가면 골목 안에 라스베가스(Las Vegas)라는 맥주 집이 있었고, 그 곳에서는 트리퍼스(Trippers)라는 밴드가 공연하고 있었습니다. 트리퍼스의 리더는 김훈이었습니다. 그는 후에 솔로 싱어로 독립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의 히트 곡으로는 옛님이 있었습니다. (트리퍼스(Trippers) - 옛님 (lovers of memories),1971 - YouTube) 트리퍼스도 그 당시에는 꽤나 인기 있던 밴드였습니다.
트리퍼스의 리더였던 김훈은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씨스코 외곽에 있는 마티네즈(Martinez)라는 타운의 은혜의 빛 장로교회에 출석하며 그 교회에서 부인과 함께 특송을 부르는 모습이 유투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2019 03 03 김훈집사 특송 - YouTube)
오늘은 경제, 금융의 이야기가 아닌 문화, 대중음악을 소재로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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