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새 아침이 밝았네- 2023. 8. 18.

jaykim1953 2023. 8. 18. 06:22

오늘은 노래 한 곡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Morning has broken- Cat Stevens
1971년 영국 가수 캣 스티븐스 (Cat Stevens)가 발표한 당시 최고 힛트 곡 가운데 한 곡입니다. 그 가사를 보면;
Morning has broken like the first morning
Blackbird has spoken like the first bird
Praise for the singing, praise for the morning
Praise for them springing fresh from the world

Sweet the rains new fall, sunlit from Heaven
Like the first dewfall on the first grass
Praise for the sweetness of the wet garden
Sprung in completeness where His feet pass

Mine is the sunlight, mine is the morning
Born of the one light, Eden saw play
Praise with elation, praise every morning
God's recreation of the new day

Morning has broken like the first morning
Blackbird has spoken like the first bird
Praise for the singing, praise for the morning
Praise for them springing fresh from the world

 
이를 우리 말로 번역하면;
아침이 밝았네 마치 처음 아침처럼, 검은 새는 마치 첫 소식을 전하는 새처럼 말했네
노래함을 찬양하라, 아침을 찬양하라, 새롭게 세상에서 솟아남을 찬양하라
새 가을의 달콤한 비와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 마치 첫 풀잎에 내리는 첫 이슬처럼
촉촉한 정원을 달콤하게 찬양하라, 그분의 발이 지나가는 곳에 완전함으로 솟아나는
햇빛도 나를, 이 아침도 나를 위한 것이네, 하나의 빛으로부터 나와 노니는 것을 에덴이 보네
당당하게 찬양하라 매일 아침을 찬양하라, 하나님이 재창조하시는 새로운 날을
아침이 밝았네 마치 처음 아침처럼, 검은 새는 마치 첫 소식을 전하는 새처럼 말하네
노래함을 찬양하라, 아침을 찬양하라, 새롭게 세상에서 솟아남을 찬양하라
 
노래 가사에 God(神)이라는 단어도 나오고, 비유법으로 Eden(에덴)을 이야기하고, 전반적인 내용이 마치 창조주가 세상을 만드는 첫날의 새 아침을 노래하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여러 교회에서는 이 노래를 찬송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뉴욕에서 다니던 FAPC (Fifth Avenue Presbyterian Church)에서도 이 노래를 찬송가로 여러 차례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만들고 불렀던 캣 스티븐스는 1977년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이름을 유수프 이슬람(Yusuf Islam)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이슬람 교도가 만든 노래를 교회에서 찬송가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캣 스티븐스가 이슬람으로 개종하자마자 우리나라 교회들은 찬송가에서 이 노래를 지워 버리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우리나라는 지조(志操)를 중요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19년 3.1 운동 당시 기미 독립 선언문을 작성한 육당 최남선 (六堂 崔南善)을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규정짓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독립선언서 집필자가 일본에 붙은 역적 되다니-ohmynews.com-2023. 4. 30.)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시절에는 교과서에 기미 독립 선언문이 실려 있었습니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朝鮮)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차(此)로써 세계 만방에 고(告)하야 인류 평등의 대의를 극명하며 차로써 자손 만대에 고하야 민족 자존의 정권을 영유케 하노라. 라고 시작하는 이 명문(名文)은 그 당시 저를 위시한 많은 학생들이 암기하였던 글입니다. 그런데 육당 최남선 선생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되고 난 이후에는 우리나라의 독립 선언문은 우리나라 학교의 교과서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비록 명곡(名曲)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 때 아침에 눈을 뜨면 동네 곳곳에서 확성기로 틀어 주던 노래가 있었습니다. 바로 ‘새마을 노래’입니다. 이 노래의 시작은 ‘새벽종이 울리네, 새 아침이 밝았네...’입니다. 공교롭게도 ‘Morning has broken’과 같은 내용인 ‘아침이 밝았네’입니다. 이 노래도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에는 언제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작곡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에는 이 노래를 다시 듣는 것이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정치적인 궤를 달리하는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새마을 운동에 대한 열정도 수그러들고 자연스럽게 새마을 운동을 북돋우는 새마을 노래도 더 이상 듣기 어렵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렇다고 새 아침이 다시는 밝아오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도 매일 새 아침은 밝아오고 있습니다. 다만 ‘새아침이 밝았네’라는 노래만 들리지 않을 뿐입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그 동안 있어 왔던 일들을 사그리 부정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 애국가의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이 친일, 친나치 행적을 보였다고 주장하며 애국가를 거부하자는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친일 넘어 친나치 ‘안익태의 애국가’ 이대로 둘 것인가-hani.co.kr- 2019. 1. 14.)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야 나름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안익태 선생이 애국가를 작곡할 때에는 불타는 애국심으로 작곡에 임하였을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전술한 육당 최남선 선생께서 기미 독립 선언문을 작성할 때에는 조국의 독립을 기원하는 뜨거운 마음으로 글을 썼을 것입니다. 이후의 여러 행적이 애국가를 작곡하던 당시의 안익태 선생의 모습과 달라졌음을 발견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기미 독립 선언문을 작성할 당시의 육당 최남선 선생과 후에 학도병 출정을 찬양하는 글을 기고할 당시의 육당 최남선 선생이 처한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저의 선친께서 생전에 하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육당 선생이 친일 행적을 보인 것이 먹을 일이기는 하지만 그분을 욕하기 보다는 육당 선생으로 하여금 친일 행적을 보이지 않을 없게 만든 일본놈들이 나쁘다 것을 알아야 한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육당 선생께서 독립 선언문을 쓰던 당시의 지조와 기개를 끝까지 지켰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었겠으나, 그에게 친일 행적을 강요한 일본의 압력이 얼마나 지독하였기에 육당 선생이 지조를 꺾었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안익태 선생도 애국가를 작곡할 당시의 애국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변 상황이 그로 하여금 살아남기 위한 여러 가지 변화를 유발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그의 행적이 애국가를 작곡할 당시의 애국심과 달라 보인다 할지라도 그가 작곡한 애국가는 진정한 애국심에서 우러나온 작품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마도 이러한 변절(?) 수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타는 애국심에 기미 독립 선언문을 썼으나 이는 중요하지 않고 후에 일제의 핍박에 견디지 못하여 학도병 출병을 응원하는 글을 썼다는 것에 주목하는 듯이 보입니다. 혹시라도 반대로 비록 일제의 간교한 계략에 넘어가 일제가 원하는 글을 썼다 하더라도 그가 진정 자발적으로 문장은 기미 독립 선언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으면 합니다. 비록 처음의 지조와 기개를 지키지 못한 아쉬움은 주석(註釋)으로 병기(竝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육당 최남선 선생은 기미 독립 선언문을 작성하신 분이고, 안익태 선생은 우리나라의 국가인 애국가를 작곡하신 분입니다. 이는 변할 없는 사실입니다. 분들의 행적에 아쉬움이 있다는 것은 참고 사항으로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새마을 노래도 그렇습니다. 노래가 후대에 기리 남을 명곡까지는 되겠지만, 새마을 운동과 함께 기억될 만한 가치는 있어 보입니다. 매일 아침에 나오지는 않더라도 일년에 새마을 운동을 기념할 만한 자리에서는 새벽종이 울리네 아침이 밝았네…’ 하는 노래를 들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지나간 과거를 깡그리 지워버리려는 듯한 움직임은 결코 현명하지 못한 처사입니다.
저의 국민학교 친구 가운데 유명 여배우의 아들이 있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출연하셨던 우리나라 영화 가운데 아주 명화(名畵)라고 손꼽히는 작품이 있습니다. 제목은 만추(晩秋)입니다. 그런데 영화의 원본 필름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영화 기록을 보존하는 기관에 영화의 필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기록조차 남기지 않은 누군가가 영화의 필름 원본과 함께 판권을 해외에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미 오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영화 산업이 후진적인 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남자 주인공이 성우의 목소리를 빌려 더빙을 하는 국제적인 기준에 미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외 영화상에 출품조차 못하게 되면서 상업적인 흥행에 어려움을 겪자 판권을 팔아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돈을 벌려고 영화를 만든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판권을 팔아버리고 원본 필름조차 남기지 않았던 당시의 영화계 인식이 몹시 아쉽기만 합니다. 이런 기록은 후대를 위하여서라도 계속 보관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습니다.
미국의 교회에서는 아직도 ‘Morning has broken’ 불리고 있습니다, 비록 노래를 작곡한 스티븐스는 이름 마저도 유수프 이슬람으로 바꾸고, 종교도 이슬람으로 개종하였지만 말입니다. 우리나라 사회도 변화에 적응하고 관용을 베풀면서 옛것을 옛것 그대로 지켜주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아침이 밝을 때면 이따금씩은 새마을 노래를 들으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미 독립 선언문을 우리의 어린 학생들이 다시 한번 읽어 보면서 독립 선언문의 정신을 기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