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드래프트 (Draft)- 2023. 9. 27.

jaykim1953 2023. 9. 27. 12:01

프로 스포츠 선수를 선발할 때에 드래프트(draft) 라는 제도를 많이 사용합니다. 신인 선수가 프로 스포츠에 입문하려고 때에 프로 스포츠 단체의 모임에서 스포츠단의 성적의 역순으로 신인 선수 선발권을 행사할 있도록 합니다. 순서대로 신인 지망 선수를 뽑아서 스포츠단의 선수로 영입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2022 미국 미식축구 NFL (National Football League) 드래프트가 라스베가스에서 있었습니다. 초일류 호텔 가운데 하나인 벨라지오 호텔의 호숫가에 초대형 무대를 차려 놓고 라스베가스 시내의 가장 번화가인 라스베가스 불러바드(boulevard) 막아서 곳에서 관중들이 무대 위의 행사를 관람할 있도록 하였습니다. 저도 손자들을 데리고 가서 행사를 지켜보았습니다. 호화롭고 화려한 쇼와 함께 선발된 선수들의 커리어와 인터뷰, 가족들까지 대형 화면에 방영되면서 드래프트 자체가 하나의 대단한 축제와 같았습니다. 금년의 NFL 드래프트는 지난 4월에 미주리 () 캔자스 시티에서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래프트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9 14 서울 조선호텔 그랜드 룸에서 우리나라 프로야구 KBO 드래프트가 있었습니다. 저도 평소에는 이런 행사에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고, 이따금 드래프트를 통한 수퍼 스타 신인이 어느 팀으로 가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면 , 드래프트가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드래프트가 끝나고 뜻하지 않게 눈길을 끄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저도 이따금 늦은 시간에 방송을 지켜보았던 은퇴 야구선수들이 출연하는 최강야구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은퇴 선수들로 만은 구성이 불가능하여 젊은 아마추어 선수들을 일부 충원하였습니다. 젊은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성균관 대학교 선수로 뛰고 있는 원성준이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선수는 고등학교 졸업 당시에 드래프트 신청을 하였으나 프로 구단에 선발되지 못하여 대학으로 진학하였고, 지난 해에 대학 4학년을 마치면서 다시 드래프트 신청을 하였으나 선발되는 데에 실패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졸업 유예라는 제도를 통하여 대학에 1 다니면서 금년에 다시 드래프트 신청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수가 금년에도 드래프트 선발에 실패하였다는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선수가 드래프트에 신청하였으나 선발되지 않는 경우가 선발되는 경우보다 훨씬 많기에 선수 사람이 드래프트에 실패한 것이 그리 대단한 뉴스 거리는 아닙니다. 그런데 선수의 어머니가 선수의 합숙소에 찾아와 집에 가자, 그만큼 하면 됐어.’ 라고 말하며 아들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고, 그런 어머니를 토닥이는 선수의 모습이 유투브 영상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닙니다. (관련 동영상: "울지 , 엄마" 원성준 어머니 《최강야구》 9/18() 5 35)

동영상을 보면서 저는 문득 58 전의 저를 떠올렸습니다. 저는 국민학교 (지금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었고, 당시 국내 최고의 중학교에 응시하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때에는 중학교 입시가 있었던 시절이었고 12 초에 전국적으로 동시에 같은 날에 입학시험을 치르고 5 후에 합격자 발표를 하였습니다. 지금과 같이 인터넷이라던가 매스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지 못하였던지라, 합격자 발표일 하루 저녁이면 라디오 방송에서 학교별로 합격자의 수험 번호를 방송해 주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제가 다니던 장충 국민학교에서 전교 상위권에 드는 성적을 보였던 지라 제가 중학교 입시에서 낙방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않았었습니다. 당연히 합격하리라 기대하였고, 그저 합격을 확인하려는 기분으로 합격자 발표 방송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험번호의 앞에서 갑자기 수험번호를 건너 뛰고 자리 뒷번호가 불리는 것이었습니다. 수험번호가 불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중학교 입시에 낙방하여 떨어졌습니다.

전혀 준비되어 있지도 않고 상상도 하지 않았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게다가 불과 13살의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충격이었습니다. 앞이 캄캄하고 어찌하여야 몰랐습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의 선친께서 제게 무어라 위로의 말씀을 주셨던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얘기도 들리지 않았고 멍한 상태로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였습니다. 불과 13살에 불과한 나이에 겪기에는 너무나 충격이었고 좌절이었습니다.

불과 열세살의 나이에 충격을 받았던 저에 비하면 원성준 선수는 오히려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어머니를 위로하고 토닥여 주는 모습이 어른스럽기만 합니다. 이미 번의 드래프트 실패를 경험하면서 그만큼 성숙하였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다른 편으로는 아직 성인 사회에 제대로 발을 들여 놓기도 전에 번이나 좌절을 맛보았고, 이번에 다시 세번째 좌절을 맛보는 젊은 운동선수의 모습이 애잔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선수 스스로도 마음의 준비를 조금은 하였을 것입니다. 드래프트를 신청하는 선수들 대부분은 성적과 실력이 비등할 것입니다. 일부 눈에 띄는 특출한 선수가 있겠지만 이번 프로 야구 드래프트에만 하여도 1 명이 넘는 선수들이 신청을 하였다고 합니다. 거기에서 1백여 명을 선발하는 것이니 경쟁률은 무려 10 1 달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확률적으로 10 가운데 9 명은 선발되지 않는 것입니다.

드래프트를 신청한 선수들 사이에 실력의 차이라는 것이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웬만한 선수는 보기에 따라서는 선발이 수도 있고, 다른 시각으로 보면 선발하기에 애매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특출한 선수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드래프트에서 확실하게 선발될 것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 당장의 실력은 남달리 특출나지 않다 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 선발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므로 이를 미리 예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들도 드래프트와 유사한 상황을 맞이할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어느 갑자기 은행이 기업에게 대출을 모두 상환하라고 요구한다면 대출 상환을 요구받은 기업은 거의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것입니다. 대출을 상환할 유동성을 갑자기 마련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더구나 은행으로부터 대출 상환을 요구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기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에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새로운 대출을 받아내는 것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런데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향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기업에 대하여서는 대출 상환을 실제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존의 대출을 계속하여 연장하여 사용할 있다고 한다면 웬만한 기업들은 어려움 없이 사업을 이어갈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출 상환을 요구 받게 되면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금융기관이 기업의 신용도라던가 혹은 사업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하여 대출 상환을 요구하게 되면 대출 상환을 요구 받은 기업의 사업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게 것입니다. 그러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행여 자기 기업의 사업 전망이 어려워 보이지 않도록 사업을 영위하여야 것입니다. 사업 전망이 밝다면 대출을 상환하라는 요구를 받지 않게 것이고, 그렇다면 기존의 대출을 이용하여 사업을 더욱 번창하게 꾸려 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금융기관에서 기업의 신용도와 사업 전망을 판단하는 것이 마치 프로 구단에서 드래프트를 신청한 선수들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기업의 미래 사업 전망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운동 선수의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구단은 드래프트 신청을 선수들을 평가하고 그들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선수 선발 여부를 결정합니다. 금융기관도 고객 기업의 신용도와 사업 전망을 냉정하게 평가하여야 합니다. 신용도가 떨어졌거나 향후 사업 전망이 좋지 않은 기업으로부터는 대출을 회수하려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이러한 결정이 기업의 존립을 좌우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도 합니다. 1985 소위 불실기업(不實企業) 정리라는 특이한 명칭으로 당시 재무부가 시행한 조치로 인하여 국제그룹이라는 재벌 기업이 해체되었던 전례가 있습니다. (관련기사: 국제그룹 해체의 비운-1985 2 22 매일경제) 당시 정부의 판단은 국제그룹이 과도한 차입 경영과 문어발식 방만한 경영으로 인하여 제대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였고,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대출을 회수하도록 지시하였던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국제 그룹은 버텨 내질 못하고 해체하여  계열사를 매각하고 해체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기업의 신용도와 사업성에 대한 평가는 기업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판단입니다. 이러한 판단은 보다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운동선수의 일생을 바꿔 놓을 있는 드래프트 제도에서도 보다 신중한 선택이 이루어져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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