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電報 - 2023. 12. 8.

jaykim1953 2023. 12. 8. 05:52

지난 중순경이었습니다. 동안 근근이 명맥을 이어 오던 전보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전보, 역사속으로... 내달 15 138년만에 서비스 종료-chosun.com-2023. 11. 16.) 전보는 이제 우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나 봅니다.

기사를 보면서 저에게는 떠오른 영문 약자가 있었습니다. “TLX”입니다. TLX 영어로 작성한 전보라고 있는 텔렉스(telex) 약칭입니다. 우리의 전보도 글자 수에 따라 요금이 달랐습니다 마찬가지로 텔렉스도 전문의 길이에 따라 요금이 달랐으므로 가급적 글자수를 줄이고 문장을 짧게 써야만 했습니다. 요즈음 많이 쓰이는 ‘ASAP’ 텔렉스에서 처음으로 쓰이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As soon as possible 같이 길게 제대로 쓰게 되면 글자 수도 많아지고 문장이 길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문장이 길어진 만큼 요금도 많아지게 됩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약자로 줄여 쓰려고 하였고 결과 ASAP 같은 용어가 만들어졌습니다. 사라지는 전보를 바라보면서 이제는 찾아 보기 어려운 텔렉스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텔렉스는 텔레타이프 기계를 통하여 마치 전화와 유사한 방식으로 연결이 됩니다. 텔렉스를 아주 많이 사용하는 회사나 은행에는 자체 텔렉스 기계를 보유하고 있어서 원하는 상대방에게 직접 텔렉스를 보낼 있었습니다. 텔렉스 기계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회사는 우체국과 같이 텔렉스 메시지를 중계해 있는 곳에 가입하여 텔렉스를 받아 보고 보낼 있었습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하여도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의 명함에는 텔렉스 번호가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텔렉스는 1980년대에 팩스(Fax)라는 새로운 통신 수단이 소개되면서 급격히 쇠퇴하였고, 이후 각종 메시지를 전송하는 통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텔렉스를 사용하는 곳을 찾아볼 없습니다. 지금은 이메일이 텔렉스를 완전히 대체하였다고 있을 것입니다.

1970년대까지만 하여도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무역 영어를 배우면서 텔렉스 용어를 배워야 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ASAP 라던가 RYT (Re Your Telex), BTW (By the Way), C U (See You), FYI (For Your Information), T&B (Thanks and Bye) 등등 많은 약어와 신조어들이 시용되었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카카오톡에서 여러 가지 약어와 신조어들이 사용되듯이 텔렉스가 쓰이던 당시에는 텔렉스에서 그러한 새로운 약어와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고 쓰였습니다.

제가 처음 외환 딜러로 일하기 시작하던 때에는 딜링 (dealing room)에서 외환과 자금 거래를 때에 통신 수단으로 텔렉스를 사용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일하던 서울의 뱅크 오브 어메리카(Bank of America, BOA) 딜링 룸에서 싱가폴의 씨티 은행 딜링 룸으로 텔렉스를 걸어서 통신하였습니다. 일단 텔렉스가 연결되면 상대방 텔렉스 번호를 확인한 다음 타자를 치는 방식과 동일하게 텔렉스로 대화를 하였습니다. 당시에 흔히 있었던 텔렉스 대화의 예를 한번 들어 보겠습니다. 참고로 텔렉스 대화는 모두 대문자로 타자되었습니다.

 

HI THERE THIS IS BANK OF AMERICA SEOUL CALLING,

SPOT YEN PLS?

HI THERE, MOM PLS.

22-29

5 YOURS.

OK DONE. AT 22 USD 5

MY DOLLY TO CITI NY AND WHERE TO YOUR YEN PLS?

MY YEN TO BOA TOKYO PLS.

THNX N BI

BI

 

대화의 내용을 우리말로 번역해 보면;

: 하이, 여기는 뱅크 오브 어메리카 서울. 스팟 부탁합니다.

상대: 하이, 잠시만.  22 – 29

: 5백만 달러 팝니다.

상대: 오우케이 거래되었습니다. 22 5백만 달러. 달러는 씨티은행 뉴욕에 있는 우리 계좌로 보내 주세요. 옌화는 어디로 보낼까요?

: 옌화는 BOA 토쿄에 있는 우리 계좌로 보내 주세요. 감사합니다. 바이.

상대: 바이

 

여기에서 가격을 표시할 22 - 29라고 하는 것은 앞의 숫자를 생략하고 끝의 자리 숫자만을 표시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시 환율이 1 달러당 옌화 환율이 115. 22 – 29 였다면 이는 가격을 제시한 씨티 은행이 1 달러 115.22 옌에 달러를 사고 옌화를 팔겠으며, 1 달러당 115.29옌의 가격에 달러를 팔고 옌화를 사는 거래를 하겠다는 의사 표시입니다. 경우 115 피겨(big figure)라고 부르며 통상적으로 거래할 때에는 피겨는 생략하고 마지막 자릿수만 표기합니다. 그래서 피겨인 115 생략하고 22 – 29 같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22 가격 제시자가 기준통화 (reference currency) 미국 달러화를 매입하는 가격- 비드 (bid)이고 29 가격 제시자가 기준통화인 미국 달러화를 매각하는 가격- 오퍼(offer)입니다. 가격을 물어본 저는 가격 추종자이므로 가격 제시자인 상대방의 비드에는 제가 달러를 팔고, 상대방의 오퍼에 달러를 사게 됩니다.

위의 예에서는 ‘yours’라는 말로 제가 달러를 팔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습니다. Yours 당신의 ’, 달러가 당신의 것이 된다는 의미로 내가 당신에게 기준통화인 달러를 팔겠다 의사 표시입니다. Yours 뒤에 5 붙인 것은 5백만 달러를 판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에서의 거래는 미화 1백만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제가 5 팔겠다는 말은 미화 5백만 달러를 팔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외환 거래는 미국 달러화를 기준통화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환 거래의 가격을 물을 때에는 표시통화(quoted currency 혹은 given currency) 물어보게 됩니다. 위에서의 예와 같이 미국 달러화대 일본 옌화의 가격을 물으려고 한다면 일본 옌화 가격을 물으면 상대방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일본 옌화의 가격을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딜링 룸에서 이상 텔렉스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화를 사용하기도 하고 과거의 텔렉스를 대신하는 통신 시스템이 다양하게 구축되어 있어서 텔렉스가 아닌 컴퓨터와 인터넷 망을 이용한 다양한 통신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안상의 이유와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금융기관 외부의 장소에서 거래하는 , 소위 off-site 거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엄격히 제한합니다. 그리고 개인 통신수단, 예를 들면 휴대폰을 이용한 거래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딜링 안에 있는 텔렉스 기계를 이용하여 거래를 하였으므로 쉽사리 장소와 통신 수단에 대한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경로와 방법으로 통신이 가능하므로 부적절한 거래라던가 위계에 의한 거래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예전에 전보를 주고 받던 시절에는 전보 용지에 적혀 있는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텔렉스를 이용하던 시절에는 텔렉스 기록이 서면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첨단 통신을 이용하는 요즈음에는 과거와 같은 통신 기록이 남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각종 기록을 조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통신의 발달이 은행간 외환, 자금 금융 거래를 편리하게 만들어 주기는 하였으나 통신에 따른 리스크는 오히려 증가하고 말았습니다.

통신의 발달로 전보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통신의 발달은 과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던 텔렉스도 사라지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통신이 얼마나 발달하여 어떤 통신 수단이 나오려는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