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국제 금융 중심 도시 홍콩(香港) - 2023. 12. 22.

jaykim1953 2023. 12. 22. 06:00

아시아 지역에서 외환과 국제 자본 거래의 중심지라고 불릴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제 금융 도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홍콩, 싱가폴이 있고 거래 자본 규모의 크기에서는 토쿄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시장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홍콩이 국제 금융시장 중심 도시로서의 지위를 잃어 가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국제 금융 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외환, 금융, 자본 거래가 허용되어야 합니다.
싱가폴의 경우 일찍이 70년대부터 아시아의 국제 금융 중심 도시가 되기 위한 포석을 하였습니다. 소위 ACU라고 불리는 Asian Currency Unit이라는 금융단위를 창출하였습니다. 일반 국제 금융기관에 ACU 를 설립하면 독립 법인은 아니면서 설립 금융기관으로부터 독립하여 별개의 계정을 유지하는 것을 허용하였으며, 무엇보다도 ACU는 회계단위인 Functional Currency를 미국 달러화로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Functional Currency는 회계의 단위로 사용되는 통화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 기축통화(基軸通貨)- 2022. 2. 25. 참조) 싱가폴에 소재하는 금융기관은 회계단위를 싱가폴 달러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ACU에 한하여서는 회계단위를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이는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금융 거래를 하면서 회계를 싱가폴 달러로 기장하게 되면 미국 달러화 대비 싱가폴 달러의 환율 변동에 따라 장부상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즉, ACU는 모든 거래를 미국 달러화로 일으키는 것을 권장한 것입니다. 거래 장소는 싱가폴이지만 회계 장부는 마치 미국에 소재하는 금융기관인 양 미국 달러화로 회계 장부를 기장하였습니다.
싱가폴의 ACU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법이었고 이런 방법을 여러 나라에서 벤치 마크하여 따라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말에 역외거래(域外去來) 계정을 만들어 금융기관에서 해외 거래를 일으키고 장부를 미국 달러화로 별도 기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금융기관도 역외거래 장부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외 금융 거래를 활발히 일으킬 만한 국제 금융시장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세제상의 혜택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는 역외거래를 권장하고 곧 거래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요란한 언론보도만 있었을 뿐 실제로 역외거래가 이루어지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관련기사: 역외 금융 거래 본격 조짐-매경_1988. 6. 4.)
아시아 지역에서 국제 금융의 중심지는 일찍이 홍콩이 손꼽혔습니다. 그 이후 싱가폴에 적극적으로 금융시장을 활성화하면서 앞서 이야기한 ACU등을 도입하며 홍콩의 국제 금융 도시로서의 지위에 도전하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토쿄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국제 금융 중심 도시로 성장하였습니다. 일본 옌화의 국제 거래에 별 제약을 가하지 않고 제2차 세계 대전에서의 패전 이후 미국의 점령 아래에서 한국전의 후방 기지 역할을 하며 자연스럽게 미국 달러화로 금융 거래가 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차입을 통한 자본 거래도 늘어나고 일본 옌화의 환전 시장 규모도 커졌습니다. 1980년대부터 영국 파운드화, 독일 마르크화와 함께 일본 옌화가 세계 외환 시장에서 3대 거래 통화로 꼽혀 왔습니다. 지금은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그리고 일본 옌화가 가장 거래가 활발한 통화입니다. 물론 이 세 통화의 교환 대상은 모두 미국 달러화입니다. 미국 달러화는 제 2차 세계 대전의 종식 이후 전세계 외환시장의 기축통화(Reference Currency)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토쿄가 국제 금융의 중심 도시로 성장하게 된 데에는 일본 경제의 뒷받침이 컸습니다. 일본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일본 옌화의 국제적인 지위가 함께 올라 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금융의 중심지인 토쿄가 국제 금융의 중심 도시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토쿄와는 달리 싱가폴과 홍콩은 경제 규모가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폴과 홍콩은 한 나라의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환전과 금융이 발달하게 되었고, 거기에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금융 산업을 뒷받침하면서 국제 금융 중심 도시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러한 국제 금융의 중심 도시라는 지위에서 홍콩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아시아의 경제 중심지로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조짐이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100년 걸려 이룬 ‘세계 3대 금융센터’ 홍콩의 씁쓸한 퇴장_chosun.com_ 2023. 12. 11.) 이 기사를 보면 미국에서는 홍콩 경제 무역 대표부에게 주어졌던 외교 특권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홍콩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홍콩의 중요성이 과거와 같지 않아 더 이상 특별히 대접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치의 원인으로는 중국의 홍콩 지배를 들고 있습니다. 지난 1997년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분리되어 중국에 넘겨진 이후 비록 중국이 1국 2 체제(一國兩制)를 표방하여 왔으나 점점 중국의 입김이 세지고 중국 중앙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게 됨에 따라 홍콩의 지위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의 홍콩에 대한 강력한 통제는 자유 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국제 금융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홍콩의 공무원들이 중국 정부의 통제에 있다는 현실이 홍콩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듭니다.  (관련기사: 홍콩, 공무원이 정부 정책 비판하면 ‘징계’_KBS.CO.KR_2023. 12. 15.)
중국의 의도는 홍콩이라는 국제 금융의 중심 도시를 발판으로 중국의 금융을 세계 국제 금융 무대에 올려 놓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중국의 의도가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중국은 그 동안 여러 가지 형태로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를 잡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노력은 외부 세계로부터 그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중국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2022. 12. 2. 참조) 중국의 지도부는 중국 내부에서 공산당식 통제가 먹혀 들어간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밀어 부치면 외부 세계에서도 중국이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에 주변 국가를 부추겨 자신들이 꿈꾸는 중국몽에 참여하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시도는 대부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하였던 여러 나라들이 오히려 경제적인 어려움만 더하게 되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흔들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2022. 10. 21. 참조)
홍콩은 중국의 지배하에 있음이 분명하고, 중국은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 쟁탈에 뛰어들었으나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더구나 중국의 노골적인 헤게모니 쟁탈 의도를 바라보는 세계 여러 나라의 시각은 매우 비판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의 의도는 성공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그에 대한 부작용을 걱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 부작용 가운데 하나가 국제 금융 중심 도시로서 홍콩의 지위가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짐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너무 빨리 이를 드러내고 세계 경제를 공격한 부작용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중국이 앞장서는 경제 정책에 참여하는 주변 국가의 숫자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입니다. 이미 일대일로 정책에서 여러 주변 국가들이 경험하였습니다. 또 다시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기구, 혹은 국제적인 경제 움직임에 참여하는 국가는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중국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세계 2위 규모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는 전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바람직하기로는 중국이 스스로 각성하여 자국의 경제를 일으키고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과연 중국의 지도부가 앞으로의 중국 경제 정책을 어떻게 펼쳐 나갈지 주목하여야 하겠습니다. 중국과 이웃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중국 경제의 부침(浮沈)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특별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커다란 덩치의 중국 경제를 옆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홍콩은 이제 이상 독립된 국제 금융의 중심 도시가 아닙니다. 최근의 기사에서는 홍콩을 금융 허브 유적지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중국화 되며 껍데기만 남았다...‘금융 허브 유적지 홍콩-chosun.com-2023. 12. 21.) 홍콩은 이제 중국 경제에 종속된 주요 무역 중심 도시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홍콩이 아시아 국제 금융의 중심지로 우뚝서며 각광을 받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홍콩은 중국에 속한 하나의 무역항 도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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