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따뜻한 금융- 2023. 12. 15.

jaykim1953 2023. 12. 15. 05:19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산업의 수익성을 도덕성의 잣대로 평가하는 데에 익숙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의 칼럼에서도 이미 여러 번 밝혔듯이 우리나라의 금융 감독기관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앞세우며 은행들이 수익을 올리는 것에 못마땅함을 드러내놓기도 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손쉬운 이자 장사- 2023. 11. 17. 참조) 지난 주에도 또 다시 금융기관의 수익성에 불만을 토로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다분히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단어를 동원하여 ‘따뜻한 금융’을 지향하라는 훈계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은행이 ‘따뜻한 이자’를 받았으면 좋겠다-chosun.com_ 2023. 12. 7.)
이 기사를 보면 연말을 맞이하여 여러 금융기관에서 서민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저소득층을 위하여 김장도 담가주고, 연탄도 배달하여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각 금융기관이 홍보하는 것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봉사활동을 서민들이 고마워한다는 것을 금융기관들이 뿌듯하게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금융 당국의 압박에 등 떠밀리듯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이자를 일부 돌려주는 것이 내키지 않아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의 표현을 빌면;
[이번 겨울에는 ‘상생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은행들이 전례 없는 대규모 지원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출 이자에 허리가 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게 이자를 돌려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2조원 안팎의 큰돈이 것이라고 한다. 당사자인 은행들은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금융 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떨떠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정해진 이자 받았는데 은행을 죄인처럼 다룬다”볼멘소리를 한다.]
는 것입니다. 2조 원이나 되는 큰 금액의 이자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되돌려준다는 것은 곧 금융기관이 그만한 금액의 이익을 포기하고 손실을 스스로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떨떠름하고 불만이 가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이러한 금융기관들이 몰염치하다는 논조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입장을 바꾸어서 선량한 소시민들인 금융기관의 주주들은 난데없이 금융기관이 2조 원이나 되는 금액의 이익을 포기하고 손실을 입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주주들 입장에서는 스스로 손실을 부담하는 금융기관의 경영층을 배임(背任) 혐의로 고소 고발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더구나 이 기사 가운데 대통령의 코멘트가 실려 있습니다. 대통령은 금융기관을 향하여,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쉰다”라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입장을 바꾸어 금융기관의 주주인 서민들이, “인플레를 보상하지 못하는 낮은 금리와 높은 세금이 무서워 금융기관의 주식에 가진 돈을 투자하였더니 마치 금융기관은 이익을 내어서는 안 되는 듯이 정부가 몰아 부쳐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 배당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결코 완벽하지도 않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만들어 내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여러 이익 집단과 관련 당사자들이 합리적인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시장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이자 부담하는 것이 안쓰럽다고 그들 편을 들어 주고 이자를 탕감하여 준다면, 한 푼 두 푼 아껴서 저축한 서민들에게는 어떻게 이자를 지급하여 줄 수 있겠습니까?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여 이익을 최소한으로 줄이면 은행의 주식 가격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며, 이익이 나지 않아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은 세계적인 대형 금융기관들과의 경쟁은 꿈도 꾸지 못하고 소규모 구멍가게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은 이익 규모가 조금만 커져도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들먹이며 ‘이익에 눈이 멀어 서민을 착취한다’는 식의 준엄한 꾸짖음을 들어야 하고, 여차하면 ‘횡재세’를 물리겠다는 으름장을 들어야만 합니다. 그러다가 행여 국제 경쟁력 이야기가 나오면 모든 잘못은 금융기관들 스스로에게 있다는 듯이 규모가 작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감수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진정으로 세계적인 금융기관을 키우기 위하여서는 큰 규모의 이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어서 자본을 추가적으로 모집하려고 할 때에 많은 투자자들이 앞 다투어 투자하려는 금융기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금융기관이 세계적인 금융기관으로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정치권 인사들이 금융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공공성만 강조하고, 이익 규모가 커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행여 큰 금액의 이익이 발생하면 횡재세로 빼앗아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발전의 가능성이 없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보살펴 주는 ‘따뜻한 금융’은 매우 감상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도와주는 자선단체(charity mission)가 아닙니다. 금융기관은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 구조 안에서 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중요한 이익단체(profit organization)입니다. 금융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합당한 가격에 예금을 거두어 적정한 이윤을 남기고 대출을 일으켜 이익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물론 금융에는 여수신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 상품이 있으나 위의 기사에서 이야기한 이자를 감면해 주고 이자 수익을 이야기하는 면에서는 예금과 대출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날이 추워짐에 따라 무엇인가 따뜻한 것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금융은 따뜻해져야 할 것이 아닙니다.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이익을 필요로 하는 조직입니다. 금융기관이 이익을 내는 것을 죄악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금융기관에 이자를 납부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시각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많은 서민들도 주목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금융기관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하여서는 반드시 이익을 내야만 합니다. 금융기관이 크게 성장하기 위하여서는 큰 이익이 필요함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금융기관이 이익을 내지 않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따뜻한 무이자 금융을 제공한다면 그런 금융기관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곧 망하여서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불쌍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돈을 빌리려고 하여도 빌릴 수 있는 금융기관이 없어서 돈을 빌리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금융기관들이 적당한 이익을 취하여야 합니다. 너무 많은 이익을 취하여서는 안 됩니다.”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적정한 규모의 이익은 정치인들의 시각이나 금융 감독당국의 시각이 아닌 금융 시장이 알아서 결정합니다.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금융기관은 시장에서 머지않아 퇴출 될 것입니다. 그 반면 너무 작은 규모의 이익만을 취하는 금융기관은 경쟁에서 뒤쳐지고 성장이 더디어져서 그 또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급한 마음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화를 부르기 십상입니다. 조금은 인내심을 발휘하여 시장을 지켜보면 시장에서 금융기관이 취할 수 있는 이익의 규모는 자연스럽게 적정 수준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냉정한 금융시장에서 애써 따뜻한 금융을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